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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8

어느날 해변가에 예술이 자랐다

부산 일광해변에서 열리는 2021 바다미술제.
푸른 바다와 고운 백사장을 배경으로 열리는 야외 미술행사, 2021 바다미술제가 긴 여정에 들어갔다. 부산광역시와 부산비엔날레조직회가 공동주최하는 이번 미술제는 10월 16일부터 11월 14일까지 30일간 ‘인간과 비인간: 아상블라주’를 주제로 부산 일광해수욕장에서 개최된다.

 

인간과 비인간의 연대와 조화: 아상블라주

 

이번 2021바다미술제의 주제는 ‘인간과 비인간: 아상블라주(NON-/HUMAN ASSEMBLAGES)’이다. ‘아상블라주’는 집합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다양한 물체들이 조합된 입체적 형태를 지칭하는 미술용어다. 이번 바다미술제의 ‘아상블라주’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의 공통 형질인 ‘물’을 통해 교감하고 변화하는 흐름을 그려내고 바다를 연대의 장으로 포용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36명의 작가들이 참여하여 22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참여국가는 총 13개국으로 한국을 비롯해 태국, 인도네시아, 대만, 인도, 필리핀, 아랍에미레이트, 방글라데시 등 아시아 국가 작가들이 대거 포진해 있고, 미국, 영국, 터키 등이 참여국가에 이름을 올렸다. 백사장, 하천, 다리, 포구와 어촌, 마을 회관까지 백사장을 포함한 다양한 공간에서 휴일 없이 진행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전시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있다. 일부 실내 작품 등은 오후 6시까지 볼 수 있으며 영상작품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상영된다.

 

 

일광 해변에 전시된 다양한 작품들

 

2021바다미술제 출품작 중 주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와 접점에 주목한 작품들이 특히 눈에 띤다. 동해선 일광역에서 일광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부근에 설치된 대형 지느러미와 비늘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 보인다. 미국의 최앤샤인 아키텍츠의 <피막>이라는 작품으로, 일광천 끝자락에 위치한 다리 강송교에 설치되어 바다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다. 거대한 뜨개질로 수놓아진 <피막>의 다양한 패턴은 다양한 몸들을 가로지르며 인간과 비인간 사이를 넘나든다. 실내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구) 마을회관 옥상에도 최앤샤인의 다른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리 쿠에이치, , 2021, 대나무, 340 x 600 x 2000 cm
오비비에이, Lightwaves, 2021, 다이크로익 필름, PC 파이프, 가변크기

 

대나무로 만든 대형작품인 대만 작가 리쿠에이치의 “태동”은 작품의 내부와 외부를 분리하기 보다는 대나무의 직조된 결들을 통해 공존해야 하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성찰토록 한다. 다색의 빛을 반사시키는 특수 필름 패널로 제작된 OBBA의 “Lightwave”는 보트 패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물결들 사이를 관객들이 거닐 수 있고 이를 통해 햇빛, 물, 바람, 모래와 같은 자연과 관객의 상호작용을 체감하도록 한다. 그 옆에는 대나무와 재활용 플라스틱 용품을 활용해 거대한 해양 괴물을 만들어낸 필리핀 작가 리로이 뉴의 “아니토”를 볼 수 있다. 오리배 선착장 끝에 설치된 붉은 시소와 영상 작품은 락스 미디어 콜렉티브의 “O2”다.

 

김경화, , 2021, 자개,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 300 x 220 x 220 cm
류예준, , 2021,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 우레탄폼, 철골조, 300 x 1125 x 750 cm

 

이번 바다미술제는 부산 작가들의 저력도 볼 수 있다. 도시의 역사, 장소성과 지역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경화 작가는 이번 바다미술제에서 버려진 자개로 거대한 알을 연출하였다.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란 작품은 표면의 다양한 문양들과 오색빛의 거대한 검은 알들을 통해 기이하고 신화적인 생명체에 대한 상상을 불러 일으킨다. 청년작가 류예준 작가는 산호초와 뒤엉킨의 인간의 몸을 형상화한 “주름진 몽상의 섬들”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 지으려는 인식의 틀을 깨고자 한다.

 

김안나(한국문화기술연구소), , 2021, 싱글 채널 비디오, 사운드, 5분 10초, 반복 재생
로히니 드배셔, , 2021, 싱글 채널 비디오, 14분 23초, 반복 재생

 

2021바다미술제는 기존의 바다미술제와 다른 장르의 다양화가 엿보인다. 야간에는 김안나 작가의 “오션머신”을 볼 수 있다. 일광천 부근 해맞이 빌에 대형 프로젝트 맵핑을 실현한 김안나 작가는 인공 지능 기술을 이용해 우리 전통설화 속 용신부인과 함께 해양 플라스틱을 제거한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이는 인류가 맞이한 기후, 환경 문제에 대한 작가의 희망적 의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일부는 부산역 앞 LED 파사드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백사장 중앙부근에는 인도 출신 로히느 드배셔 작가의 영상작품 “심해 온실”을 만날 수 있다. 동해안과 일광 바다에서 채집한 규조류 표본을 작가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빛과 색으로 재탄생시킴으로서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바다 속의 모습을 보여준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5개의 카페와 음식점의 유리창들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다. 루 킴 작가의 “용해 전략”은 물이 주인공이 되고 해양과 기장 고리원전을 의인화하여 나눈 대화들을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고, 일광 바다를 따라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텍스트는 작가의 각본으로 연작중 하나다. 2021 바다미술제는 10월 16일부터 11월 14일까지 휴일 없이 무료로 개최되며, 정규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된다.

 

장소
일광해수욕장 (부산 기장군 일광면 삼성리)
일자
2021.10.16 - 202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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