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12

인간에게 묻는 일곱 개의 질문

4년만에 돌아온 리움, 화려한 개관전.
삼성미술관 리움이 새롭게 로고와 공간을 단장하여 4년 만에 돌아왔다. 재개관 소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들뜨게 한지 2주만인 지난 10월 8일, 드디어 상설전과 개관전을 오픈하며 한층 역동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반가운 도약을 꾀했다.

故 이건희 회장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자 수집한 미술품을 국민과 함께 즐기기 위해 국가에 기증한 뜻을 계승하고자 마련한 리움 상설전을 전면 개편하고, 개관을 기념하여 리움과 호암에서 각각 기획전을 개최한다. 그중 리암에서는 예술의 근원인 ‘인간’을 주제로 풀어낸 현대미술 전시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을 선보인다.
전시 도입부 전경 (사진: 한도희)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은 21세기의 급변하는 환경과 팬데믹 상황 속에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고찰하고 미래를 전망해 보는 전시이다. 국내외 51명의 작가와 1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인간 실존에 대한 성찰이 확산되던 20세기 세계대전 이후 미술을 필두로 휴머니즘의 위기와 포스트휴먼에 이르기까지 ‘인간’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와 메시지를 이해하고 인간적 가치에 대해 재차 질문을 던진다.

 

 

Section 1.

거울보기 (Reflection)

 

론 뮤익, 「마스크 II」 2002, 혼합재료, 77 x 118 x 85 cm. 개인 소장 © Ron Mueck (사진: 한도희)

 

“나는(인간은) 스스로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가?”

 

휴머니즘에 대한 믿음이 견고했던 지난 수백 년간 인간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탈근대와 포스트휴먼 논의가 전개된 이후 이 믿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현대 철학자들은 인간의 이성이란 불완전하고 주체는 분열되어 있으며 ‘나’는 타인을 통해서만 확인되는 존재라고 말했다. 이렇듯 나를 스스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타인의 모습은, 세상의 변화가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엿보게 하는 표지이자 우리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 섹션에서는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예술가들의 자화상과 초상을 만나볼 수 있다. 역사, 문화,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다양한 인간상을 살펴보며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Section 2.

펼쳐진 몸 (Staging)

 

이브 클렝, 「대격전(ANT103)」 1961, 캔버스에 덧댄 종이 위에 IKB 물감 채색,286x371cm 리움미술관 소장 © The Estate of Yves Klein c/o ADAGP, Paris (사진: 한도희)

 

몸은 21세기 인간 존재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이다. 몸은 이성중심주의에 대항하는 탈근대적 자아의 기호이며, 사회, 문화, 역사의 코드가 교차하는 장소다. 우리는 몸을 통해 삶을 체험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인다.

 

1960년대를 전후해 탈근대적 움직임이 전개되고 ‘네오-다다’, ‘누보 레알리즘’, ‘해프닝’, ‘플럭서스’와 같은 다양한 예술운동이 등장하면서 ‘실제의 몸(real body)’이 중요한 표현 매체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를 기점으로 몸은 무대에서 상연되는 주체가 되어, 금지되고 억압된 것을 드러내고 상상력을 펼쳐 보이는 도구가 되었다. 이 섹션에서는 서구와 아시아를 아우르며 시도된 선구적 행위예술 작업들을 선보인다.

 

 

 

Section 3.

일그러진 몸 (Distortion)

 

‘일그러진 몸’ 전시장 전경 (사진: 한도희)

 

인간은 이상적이고 완전한 모습을 꿈꿔 왔지만, 악한 본성, 폭력과 죽음, 야만과 비정상의 이미지는 문명화된 인간사회 이면에 늘 도사리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이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미술 문화의 다양한 영역에서 온갖 상상력으로 치장된 변종의 모습들로 묘사되어왔다. 반인반수, 광인, 불구자, 마녀, 몬스터, 돌연변이, 좀비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사이버네틱스와 생명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이제 우리는 상상의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현실 속에서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목도하고 있다.

 

이 섹션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기괴하게 뒤틀린 신체 이미지들을 통해 ‘인간다움’을 규정하는 단일한 정체성을 파기하고,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정상과 비정상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사회적 틀과 기존 제도에 저항하는 비판 의식을 드러낸다. 작품으로 표현된 일그러진 신체들은 마치 우리에게 ‘변종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Section 4.

다치기 쉬운 우리 (fragility)

 

김옥선, 「미련과 스테판」 2002, 디지털 C-프린트, 80 x 100 cm 작가 소장 © Kim Oksun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늘 관심을 갖고 그들과 분리되지 않으려 애쓴다. 분리불안과 고독에 시달리는 것이 인간의 취약성이며, 인간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함께한다. 가족, 이웃, 직장과 같은 물리적 공동체뿐 아니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지구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초연결시대의 역설은 소외로 돌아온다. 시시각각 자신을 드러내고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타인이 개인의 일상을 구속하고 상처 입힐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고, 온오프 클릭만으로 연결되고 단절되는 관계 속에서 공동체의 의미는 끊임없이 재구성된다. 진짜와 가짜, 현실과 가상 사이에서 방황하며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며 다치기 쉬운 것이다. 이 섹션에서 마련된 작품들은 그러한 인간이 과연 진정한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끔 한다.

 

 

 

Section 5.

모두의 방 (equivalence)

 

‘모두의 방’ 전시장 전경 (사진: 한도희)

 

인간은 늘 누군가를 배제하는 역사를 써왔다. 성, 인종, 계급, 문화의 차이는 혐오와 편견, 차별의 근거가 되었고, 주류에서 밀려난 수많은 소수자들은 공동체 안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왔다. 지난 반세기에 걸쳐 이에 저항하는 움직임들이 다양성과 다름의 가치를 발견하고 소외된 목소리를 찾아주는 밑거름이 되어 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인간의 기본권인 평등을 실현하는 일이 난제임을 깨닫고 있다.

 

끊임없이 고개를 드는 이기주의와 극단주의, 불평등의 늪에서 예술은 온갖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다양성을 사수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성적, 인종적, 지역적 불평등의 조건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것임을 밝혀내며, 누군가의 우월함을 드러내기 위해 사라졌던 ‘모두’를 위한 플랫폼을 꿈꾼다. 이 섹션에서는 평등과 다양성의 문제를 되돌아보며 다가오는 미래에 우리는 과연 평등을 사수할 수 있을지 묻는다.

 

 

 

Section 6.

초월 열망 (avidness)

 

이불, 「사이보그 W1, W2, W4, W6」 1998-2001, 아트선재센터 소장(사이보그 W1, W2, W4) / 리움미술관 소장(사이보그 W6) © Lee Bul 리움 설치 전경 (사진: 한도희)

 

인간은 지난 수백 년간 신으로부터 벗어나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실제로 과학기술의 놀라운 발전은 인류 문명에 믿기지 않는 변화들을 가져왔다.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으로 인간의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거나, 수명을 연장시키고, 인공물이 인간의 역할을 수행하는 일들이 현실화 되고 있다. 인간이 인간임을 뛰어 넘는 미래를 그리고 있는 지금, 우리는 휴먼과 포스트휴먼, 유기체와 기계, 살과 금속 사이의 경계가 붕괴되는 세계에서 존재 자체의 흔들림을 경험하고 있다.

 

하지만 가속이 붙어 질주하는 인간의 욕망에는 브레이크가 없는 듯 하다.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어 이렇게 내달리는 것일까. 이 섹션에서는 인간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게 된 과학기술의 역할과 운명, 그리고 이로 인해 변해가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성찰해 본다.

 

 

 

Section 7.

낯선 공생 (cohabitation)

 

피에르 위그, 「이상(理想)의」 2019-, 심층 이미지 재현, 실시간 인터랙티브 재구성, 안면 인식, 스크린, 센서, 사운드 384 x 378 cm. Courtesy of the artist, Ishikawa Collection, Marian Goodman Gallery, New York; Hauser and Wirth, London. Copyright: Kamitani Lab / Kyoto © Pierre Huyghe

 

‘지구에 묶인(Earth-bound)’ 존재인 인간은 지구라는 거주지 안에서 수많은 생명체, 무기물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그럼에도 인간은 오랫동안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며 동물을 생각 없는 기계처럼 여기고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그 과정에서 환경에 거대한 흔적을 남겨 온 인간은 지금, 콘크리트, 플라스틱, 미세먼지, 신종 전염병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며 일상을 뒤흔드는 무자비하고 통제 불가능한 재해들을 경험하고 있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위기들은 우리에게 자연과 문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재고하는 새로운 사유 체계가 필요함을 일깨운다.

 

이 섹션에서는 인간중심주의에 의문을 제기하며 인간과 자연, 유기체와 기계, 물질과 비물질이 어우러진 새로운 생태계를 제안하는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살펴본다. 다양한 작품들이 우리로 하여금 인간 너머의 낯선 존재와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반문하게끔 이끈다.

 

 

본 전시는 올 연말까지 무료로 운영하며 리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제로 운영한다. 전시 외에도 리움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는 곽준영 큐레이터 전시소개 영상(10.8), ‘인간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통찰을 국내외 인문학/과학 분야 석학 및 참여 작가와 이야기 나누는 6건의 인터뷰 영상 시리즈 “Interviews”(10.14 부터 매주 목요일 1편씩), 안무가 최수진의 퍼포먼스 영상(11.4), ‘인간에 대해 질문하는 예술(11.13)’과 ‘포스트휴머니즘 시대의 인간과 미래(11.20)’를 주제로 서동욱, 신상규 교수의 강연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다.

 

 

자료 협조 리움

장소
리움미술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일자
2021.10.08 - 2022.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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