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1

미소년들의 비를 쫓는 모험

26살에 부와 명예를 거머쥔 헤르난 바스.
미국 미술가 헤르난 바스Hernan Bas는 2007년, 젊은 나이에 루벨 컬렉션에서 개인전을 가지며 세계적 스타가 되었다. 쿠바에서 미국 플로리다로 건너온 이민자 부모 밑에서 자랐고, 성소수자라는 개인적 배경도 그의 작품을 주목하게 만든 이유다. 코오롱 문화 공간 스페이스K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40대가 된 헤르난 바스의 2007년 초기작에서부터 팬데믹 아래 제작한 신작 6점까지, 총 2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The Young Man and the Sea

 

항상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미소년은 누구인가? 작가 자신인가, 작가가 좋아하는 사람인가? 영상 인터뷰로 만난 헤르난 바스는 그림 속 주인공들은 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들은 어중간한 상태로,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입니다. 문학에서도 많이 다루는 연령대의 인물들인데요. 인물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이러한 모호함은 나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관람객의 상상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 나는 아마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을 거예요. 그냥 낚시나 다니고 있을 것 같습니다.”

 

The Popcorn Neclace

 

플라밍고가 성소수자의 상징이라는 것을 아는지? 그가 살고 있는 플로리다는 핑크색 새 플라밍고의 천국이다. 플라밍고는 동성끼리 새끼를 양육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남성끼리의 강한 힘을 활용해 더욱 잘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몇몇 작품에서 플라밍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흥미롭다. 2016년작 ‘핑크 플라스틱 미끼 Pink Plastic Lures’에서는 마이애미의 정원에 버려진 캐딜락 자동차 앞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플라밍고 인형을 보고 플라밍고가 날아들었지만, 그물에 발이 묶여서 난감한 처지에 이르렀다. 멀리서는 화려하게 보이지만, 막상 이루기 쉽지 않은 아메리칸드림을 묘사한 작품이다.

 

 

2017년 이후의 최근작을 살펴보면, 장소가 구체적이고, 인물이 더욱 매끈하고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2020년에 그린 신작 6점은 막연하게 비(雨)를 그리고 싶은 생각에서 출발했다.

 

“생각을 발전해나가면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를 떠올렸습니다. 부모님이 쿠바에서 바다를 항해해 미국 플로리다로 건너왔다는 것은 나만의 신화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는 바다에 인접한 플로리다에 살고 있으면서도 이상하게도 바다에 대한 깊은 공포를 가지고 있지요.”

 

신작 한 점의 제목은 아예 ‘젊은이와 바다 The Young Man and the Sea’로 명명했다. 그는 상어에게 청새치를 뺏긴 노인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젊은이가 상어를 잡아 배에 싣고 오는 그림을 그렸다. 작은 배에는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 부모의 반대로 배를 타지 못한 어린아이의 이름 마놀린 Manolin이 쓰여 있다.

 

The Sip In

 

그의 다음 작품은 팬데믹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그는 그간 고독하고 내성적인 성향의 미소년들을 그려왔는데, 이는 팬데믹을 맞아 집안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연상시킨다. 최근에는 지하에서 자신만의 세계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요즘 미국에서는 지하에 수백 개의 수조를 설치하고 하루 종일 물고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지하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헤르난 바스는 한국 관람객이 그림을 통해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게 되기를 기대한다. <모험, 나의 선택>은 2월 25일부터 5월 27일까지 서울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이소영
자료 협조 아라리오 서울

장소
스페이스K 서울
일자
2021.02.25 - 2021.05.27
링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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