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1

루이 비통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4900가지의 색채

누군가에게는 꽃이 누군가에게는 동물이 보인다.
루이 비통 에스파스 서울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 전>이 열리고 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벽면을 가득 채운 형형색색 거대한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치 알록달록한 QR 코드 같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손바닥 만한 사각형 타일이 격자로 배열된 형태. 독일의 아주 중요한 현대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 ‘4900가지의 색채’다. 리히터는 데이비드 호크니, 제프 쿤스와 더불어 현존하는 미술작가 중 가장 비싼 작품을 그린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다색 추상 작품은 2020년 아시아 경매에서 팔린 서양 작품 중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4900가지 색채4900 colours’ 시리즈는 리히터가 업용 페인트 색상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든 작품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는 가로·세로 약 10cm의 사각형. 이 사각형을 가로로 5개, 세로 5개 이어 붙인 형태가 ‘패널’이다. ‘4900가지 색채’는 4900가지의 사각형, 즉 196개의 패널을 사용했다.

​작품 '4900가지 색채_1'과 게르하르트 리히터 ⓒGerhard Richter

 

재미있는 점은 리히트는 자신의 작품을 설치하는 미술관에 각 패널을 어떻게 배치할지 지침을 주지 않는다는 것. 패널의 개수만 전달할 뿐이다. 각 패널의 위·아래가 어디이며, 어떤 패널과 어떤 패널을 연결하지는 현장 큐레이터 혹은 설치자의 재량이다. 게다가 각 패널에 어떤 색을 사용할지 선택하는 것은 특수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돌려 결정한다. 모든 면에서 작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양식, 구성, 판단을 배제하려는 리히터의 예술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배경을 알 필요가 있다. 히틀러와 스탈린, 두 번의 전체주의 목격한 리히터는 고정된 양식을 극도로 싫어했다. “나는 특정 양식이 없는 것을 좋아한다. 사전, 사진, 자연 나와 내 그림들- 왜냐하면 양식은 폭력이고, 나는 폭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열린 그림’을 지향하는 리히터의 ‘4900가지 색채’ 작품은 보는 사람마다 다른 감상을 불러 일으킨다. 사람마다 인식하는 색이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꽃이, 누군가에게는 동물이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현대 미술 거장의 대형 작품을 생생히 감상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청담동 루이 비통 메종 서울 4층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에서 진행된다. 7월 18일까지, 사전 예약을 통해 무료 입장할 수 있다.

 

유제이 
자료 협조 루이 비통 에스파스 서울 

장소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454)
일자
2021.03.12 - 202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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