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팝업과 공간이 궁금할 때, 헤이팝 뉴스레터 구독하기

요즘 팝업과 공간이 궁금할 때, 헤이팝 뉴스레터 구독하기

2026-10-27

프리다 칼로의 식탁에 초대합니다

32년 만에 한국어로 만나는 프리다의 음식과 일상
Frida Kahlo 〈Viva la Vida, Watermelons〉, 1954

짙은 초록 물결 사이로 샛붉은 과육이 드러난다. 먹음직스럽게 잘린 수박 한 조각에는 칼로 새긴듯 선연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 프리다 칼로 유작으로 알려진 〈Viva la Vida, Watermelons(1954)〉다. 평생 고통과 상실을 감내했던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뜻밖에도 삶을 향한 찬사였다.

 

매년 11월 멕시코에서는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리는 축제 ‘죽은 자의 날(Día de Muertos)’을 맞는다. 사람들은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음식과 술을 차려 돌아온 영혼을 반갑게 맞이한다. 프리다가 그린 수박 역시 제단에 자주 오르곤 하는 과일 중 하나다. 이렇게 음식으로 산 자와 떠난 자를 잇는 멕시코에서, 프리다 칼로는 어떤 식탁을 꾸리고 누구와 음식을 나눴을까. 그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가족의 기억을 담은 책이 한국어로 출간된다. 1994년 출간된 『Frida’s Fiestas』의 한국어판 『프리다 칼로의 식탁』이다. 아트 디렉팅 팀 39etc가 3년 반의 준비 끝에 선보이는 첫 번째 책이다.

프리다가 차린 화려한 식탁

프리다 칼로가 살던 카사 아술의 키친 ⓒMollySVH

프리다 칼로의 집에는 그림만큼이나 화려한 식탁이 있었다. 멕시코시티 코요아칸에 자리한 ‘카사 아술(Casa Azul)’은 프리다와 남편 디에고 리베라가 함께 생활했던 집이다. ‘푸른 집’이라는 이름처럼 코발트블루로 칠한 외벽이 인상적인 이곳에서 눈여겨볼 공간은 부엌이다. 노란색 바닥과 파란색 타일, 벽을 장식한 토기까지 두 사람이 사랑했던 멕시코 전통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은 가스레인지가 보급된 시대에도 장작 화덕을 고집했고, 오악사카에서 가져온 토기와 산타클라라의 구리 냄비로 음식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음식은 멕시코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했다.

『Frida's Fiestas』 출처: fruitandflowershop

프리다는 식탁을 꾸미는 데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평소 요리는 주로 요리사 에울랄리아(Eulalia)에게 맡겼지만, 메뉴를 구상하고 음식을 차려내는 방식에는 적극적으로 관여했다. 정원에서 갓 꺾어온 꽃을 꽂고, 식기 컬러를 맞추고, 과일과 채소를 보기 좋게 배열했다. 마치 그림을 그리듯 색과 형태를 조합하며 식탁을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한 것이다. 디에고가 좋아하던 멕시코 전통 요리를 식탁에 올리고, 그가 집 밖에서 작업할 때면 꽃으로 장식한 바구니에 점심을 담아 가져다주기도 했다.

『Frida's Fiestas』출처: penguinrandomhouse

정성껏 차린 식탁에는 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1930년대 카사 아술은 멕시코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드나드는 사교의 중심지였다.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 초현실주의 작가 앙드레 브르통, 화가 조지아 오키프 등도 이곳을 찾았다. 손님들은 메즈칼을 마시고 타말레스를 먹으며 예술과 정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프리다는 말년에 건강이 악화해 식당으로 내려가기 어려워지자 침실로 식사 자리를 옮겨 손님들을 맞이했다고 한다. 몸이 불편해진 뒤에도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는 즐거움만큼은 놓지 않았던 것이다.

척추 통증 때문에 식사 중에 일어나곤 했던 프리다는 종종 디에고의 머리를 껴안았다 ⓒPackard, Emmy Lou

결혼식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열두 번의 기념일

『Frida's Fiestas』 출처: fruitandflowershop

그 시절 식탁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 있다. 디에고 리베라의 딸이자 프리다의 의붓딸인 과달루페 리베라 마린(Guadalupe Rivera Marín)이다. 그는 1942년부터 1943년까지 아버지와 프리다가 살던 카사 아술에서 함께 생활했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난 1994년, 작가 마리피에르 콜(Marie-Pierre Colle)과 함께 당시의 기억을 엮어 『Frida’s Fiestas: Recipes and Reminiscences of Life with Frida Kahlo』를 펴냈다. 프리다의 음식과 일상을 기록한 요리책이자 가족의 시선으로 쓴 회고록이다.

『Frida's Fiestas』 출처: fruitandflowershop

책은 한 해의 열두 달을 따라 펼쳐지는 12번의 축제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1929년 프리다와 디에고의 결혼식에서 시작해 멕시코 독립기념일, 죽은 자의 날, 크리스마스와 생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념일에 얽힌 이야기와 100가지 이상의 요리법을 소개한다. 화려한 잔치의 기억만 담긴 것은 아니다. 남편의 외도로 마음이 상한 프리다가 축제 자리에서 자신의 심정을 노래로 표현했던 일처럼, 식탁을 둘러싼 갈등과 개인적인 사연도 함께 등장한다.

『Frida's Fiestas』 출처: fruitandflowershop

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사진이다. 사진가 이그나시오 우르키사(Ignacio Urquiza)는 멕시코 전통 음식과 식재료, 식기를 정물화처럼 연출해 촬영했다. 여기에 프리다와 디에고의 옛 사진, 프리다의 회화 작품 등이 더해져 당시 생활상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자화상 속 프리다와는 조금 다른 손님들과 음식을 나누고, 크고 작은 기념일을 챙기던 그의 일상을 만날 수 있다.

프리다 칼로의 식탁에 초대합니다

『프리다 칼로의 식탁』

1994년 출간된 『Frida’s Fiestas』가 32년 만에 한국어판 『프리다 칼로의 식탁』으로 독자를 만난다. 이번 책은 39etc의 첫 번째 출판 프로젝트로 오래된 요리책을 향한 호기심에서 시작했다. 이탈리아에 머물던 시절 우연히 접한 한 예술가의 요리책을 계기로 과거의 식문화에 흥미를 느꼈고, 이후 음식과 관련한 책을 하나둘 수집했다. 언젠가 한국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은 출판사에 직접 연락을 취하면서 현실이 됐다. 그렇게 판권 계약부터 번역과 디자인까지, 3년 반에 걸친 준비 끝에 첫 책을 완성했다.

『Frida's Fiestas』 출처: fruitandflowershop

출간을 기념하는 특별한 자리도 마련된다. 11월 1일, 메즈칼 브랜드 마드레 메즈칼(Madre Mezcal)과 함께 북 런칭 파티를 연다. 이날은 멕시코에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죽은 자의 날’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프리다 칼로의 식탁』에도 이날을 맞아 차린 음식이 한 장을 차지하는 만큼 39etc는 이번 행사를 기억과 환대의 자리로 기획했다. 파티는 용산 유틸리티 커피 로스터에서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진행되며 현장에서 도서를 구매한 이만 참여할 수 있다.

『프리다 칼로의 식탁』은 11월 6일부터 알라딘과 YES24에서 온라인 선판매를 시작한다. 화려한 자화상과 파란만장한 생애로 기억되는 프리다 칼로. 하지만 그의 삶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먹고 마시며 웃고 떠들던 평범한 순간들도 있었다. 그림 밖 프리다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32년 만에 한국으로 찾아온 이 책을 펼쳐보자. 그가 사랑했던 음식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을 테니.

글 김기수 기자

자료 및 사진 출처 39etc, penguinrandomhouse, fruitandflowershop, schirnmag

프로젝트
『프리다 칼로의 식탁』 출간 기념 파티
장소
유틸리티 커피 로스터
주소
서울 용산구 원효로48길 7
일자
2026.11.01 - 2026.11.01
시간
16:00 - 19:00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프리다 칼로의 식탁에 초대합니다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