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개성이 존중받는 사회 분위기와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으로 1인 가구는 더욱 대두되고 있다. 혼족, 혼밥, 혼술 등 혼자를 응원하는 신조어부터 혼자 사는 사람이 누릴 수 있는 권리, 정책, 물건까지 등장하는 등 우리 주변에는 ‘혼자’를 둘러싼 다양한 현상이 자리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최인선 디렉터는 “예술의 영역에서의 ‘혼자됨’, 곧 ‘고독’의 어법은 많은 작품을 남겼다”며 “만드는 사람과 향유하는 사람 모두에게 있어 문학, 음악, 미술은 더 풍성한 혼자의 시간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디자이너, 공예가, 크리에이티브 그룹의 아트웍으로 살피는 혼자의 시간
전시는 갤러리나인에서의 본전시와 세 가지 전시연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1층과 2층의 주제를 달리하는 입체적 기획으로 ‘혼자’의 안팎을 둘러볼 수 있게 한다. 갤러리 1층에는 혼자의 시간을 채우는 내적 사색을 주제로 아트퍼니처 작가 곽철안, 3D 프린팅 작업으로 알려진 공예가 류종대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곽철안과 류종대의 작품은 무척 사적이고 또 사색적이지요. 오브제로 바라보든, 의자로서 사용하든 말이에요. 곽철안 작가가 상대적으로 맥시멀하고 힘이 느껴지는 사색을 전한다면 류종대 작가는 보다 소프트하면서 기능과 감상을 오가는 오브제로 흥미를 불러 일으킵니다.”
곽철안
재료, 기술을 버무려 개념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는 일을 좋아하는 곽철안은 스스로를 Form-giver 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결과물로서 작품을 통해 공간에 새로운 인상 혹은 뉘앙스를 제공하며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맥락이 구축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근 연작인 Cursive Structure 는 경쾌하게 여백을 운용하는 듯한 붓글씨의 2 차원 형태를 입체의 구조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자유로운 곡선의 형태로 인해 시점에 따라 변화하는 공간의 여백을 창출함과 동시에 일상적 공간감을 깨뜨리는 미적 쾌감을 선사하고자 한다.
류종대
서울을 기반으로 아트퍼니처 작가와 요트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크래프트 : DIGITAL CRAFT’ 라는 주제로 한국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 등에서 전시와 다양한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작업의 특징은 목공예를 기반으로 3D 프린터와 같은 디지털기술을 도구로하여 전통 공예기법과 신기술을 융합하는 새로운 형식의 공예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나무와 옥수수전분에서 추출한 바이오플라스틱을 사용하여 자연환경과 공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공예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2층에서는 1인과 단체를 매개하는 공간을 테마로 아워레이보, 제로랩의 작품이 설치된다. “아워레이보는 공간 설치 작업으로 주목받은 팀입니다. 조소를 전공한 팀원들이 꼭 작품이 아니더라도, 공간에 필요한 아주 작은 요소까지 일일이 깎고 손으로 사포질해 만들어요. 거기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잘 알려진 제로랩의 경우 작년의 스툴 연작에 이어 올해는 트롤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동하는 가구이지요.”
아워레이보
OUR LABOUR 는 조각, 설치미술, 시각디자인, 공간디자인, 플라워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들이 모인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개념을 실체화 하고, 만들고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실험을 거듭한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 미술 기반의 전시공간 디자인부터 기업의 아트 프로젝트 기획, 실현을 아우르며, 예술을 기반으로 확장하는 ‘감각과 경험’을 제공한다. 주요 프로젝트로 HYBE 와 협업한 HYBE INSIGHT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 [Sound Pulse](2021), [Sound Wave](2021), [Euphoria – 플랜테리어(2021)]이 있으며 , 갤러리아 광교 오프닝 전시 [Dutch Parade](2020), JTBC 신사옥 실내 조형물 [Station](2020), 현대카드 스토리지 전시 [GOOD NIGHT: ENERGY FLASH](2019) 등이 있다.
제로랩
장태훈, 김동훈이 운영하는 그래픽, 제품 디자인 스튜디오. 전방위적인 문화활동을 지향하며 다양한 창작활동을 통해 실험적인 디자인과 상업적인 디자인의 경계를 허물고 제품, 공간, 시각디자인 작업 외에도 워크숍과 단행본 제작 등을 진행하며 계속해서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시를 통해 의자와 스툴, 프린팅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관람객이 디자이너의 작업 과정과 생산방식을 직접 경험해보고 디자인의 본질을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F&B와 라이프스타일 오브제를 망라하는 세 가지 전시 연계 프로그램
세 가지의 전시 연계 프로그램도 흥미롭다. 차와 향을 주제로 아트웍을 선보이는 담비스티룸의 퍼포먼스 “In the Spirit of Plants”, 건강식품을 넘어 집 안의 아름다운 오브제를 목표로 하는 브랜드 닥터메이트와 브랜딩 파트너 MYKC의 토크 프로그램 “라이프스타일 오브제 – 소모품 디자인”, 영화감독 김종관의 공간 어피스어피스를 갤러리나인이 전개하는 숍 테이스트마켓의 물건으로 꾸민 방 체험 프로그램 이 그것. 전시 종료 후 이튿날인 30일에는 방 체험 프로그램에 쓰인 테이스트마켓의 아이템을 할인 판매하는 플리마켓이 열릴 예정이다.
글 유미진
자료 협조 갤러리나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