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더위에 바다가 그리워지는 시기. 국내 소도시로 떠나는 ‘로컬 여행’이 앞으로 트렌드가 될 예정이다. 실제로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국내 작은 도시의 매력을 소개하는 콘텐츠와 이를 보고 떠난 친구들의 여행 사진이 올라오니까 말이다.
새로 발굴된 국내 여행지 중에서 최근 주목받는 곳은 강원도 강릉과 동해 사이에 위치한 묵호다. 먹 묵(墨), 호수 호(湖). ‘먹처럼 검은 호수’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곳은 1980년대 이전까지 부유한 항구도시였지만, 이후엔 쇠퇴의 길을 걸었다. 그런 마을이 어느새 혼행과 당일치기 여행의 성지로 떴다. 수도권에서 KTX로 2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는 접근성, 묵호역을 중심으로 주요 관광지가 밀집되어 있어 도보여행이 가능하다는 점이 가심비 여행을 추구하는 MZ세대를 저격했다.
묵호까지 편리한 이동 수단은 기차다. 묵호만 여행한다면 서울역 혹은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KTX를 타면 된다. 평일에는 기차 수가 많지 않아 아침 일찍 떠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주말에는 1~2대 정도 늘어나 선택의 폭이 조금 여유롭다. 그럼에도 당일로 다녀오려면 오전 10시 전에 출발하는 것이 안전하다. 묵호 주변 도시(정동진, 강릉, 동해)도 여행할 계획이라면 강릉까지 KTX를 타고 여행한 후, 묵호까지 누리로 또는 동해바다열차를 타도 된다.
TIP
1. 묵호 기차여행의 매력은 정동진-동해 구간에서 창밖으로 바다가 펼쳐진다는 점이다. KTX, 누리로, 동해바다열차 모두 바다가 보이므로 어떤 열차를 타도 괜찮다.
2. 바다를 마음껏 보고 싶다면 ‘상·하행’ 모두 A, B열을 선택한다.
3. 정동진역에 도착하면 기차에서 잠깐 내려서 바다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촬영에 집중하면 기차를 놓칠 수 있으니 긴장할 것!
카라멜스테이션은 묵호가 뜨기 전부터 자리 잡은 카페 겸 호텔이다. 오래된 여관을 개조한 곳이라 건물 외관부터 세월이 느껴진다. 최대한 예전 모습을 그대로 살린 구조와 빈티지함을 살린 가구와 소품들은 묵호 여행에 감성을 더해준다. 카라멜스테이션 카페의 시그니처는 강원도 특산물인 옥수수를 활용한 콘수수커피와 달콤한 카라멜 크림커피다. 콘수수커피는 부드러운 수제 옥수수 크림과 컵 가장자리에 발라진 옥수수맛 과자가 어우러져 달콤함, 짭짤함, 고소함의 삼박자가 딱 맞아 떨어진다. 옥수수와 문어가 들어간 타르트는 카라멜스테이션에서만 먹을 수 있는 디저트로, 도보 여행으로 허전해진 배를 채워준다.
‘한국의 가마쿠라’라는 별명을 얻은 어달삼거리는 푸른 하늘과 바다, 길게 뻗은 내리막길이 한 화면에 담기는 포토 스팟이다. 이곳을 찾은 모든 관광객이 자동차가 없는 틈을 타 도로 중앙에 서서 인생샷을 찍는다. 시야를 막는 것 없이 도로가 바다까지 쭉 이어지는 장면은 바닷가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TIP 1. 묵호역에서 3.5km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이동해야 한다. 대중교통(버스)은 간격이 길어 묵호역에서 택시 타는 편이 낫다.
2. 어달삼거리에서 사진 찍을 때는 주변을 잘 살펴보자. 한적하더라도 지나가는 자동차가 꽤 있다. 최근에는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관리 담당자가 지키고 있다.
87m 높이의 전망대인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발밑으로 동해가 보이는 도째비골 해랑전망대는 잔잔한 묵호에서 유일하게 스릴 넘치는 곳이다. 스카이밸리까지 올라갈 생각에 아득해지지만,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있어 편하고 올라갈 수 있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의 묘미는 케이블 와이어를 따라 공중에서 자전거를 타는 ‘스카이 사이클’, 길이 27m에 이르는 원통 슬라이드 ‘자이언트 슬라이드’다. 의외로 타는 사람이 많다. 특별한 추억을 원한다면 타볼 것을 추천한다.
도째비골 해랑전망대는 도깨비방망이 형상을 한 해상 보도 교량으로, 바다 위에 설치되어 있어 마치 동해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다. 스카이밸리와 해랑전망대에 붙여진 ‘도째비’는 도깨비의 방언이다. 비 내리는 밤이면 묵호항 어시장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 불빛이 출몰했다는 오래된 이야기에서 착안해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TIP 두 전망대는 마주보고 위치해 있을 정도로 가깝다. 먼저 스카이워크 해랑전망대를 감상하고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를 방문하는 동선이 효율적이다.
주소 강원 동해시 묵호진동 2-109
가는 방법 묵호역에서 도보로 30분, 자동차로 4분, 어달삼거리에서 도보로 30분
운영 시간 화-일 10:00 – 18:00 (매주 월요일 휴무)
입장료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만) 성인 3,000원, 청소년·어린이 2,000원 *액티비티 시설 이용료 별도
묵호항 뒤편에 있는 언덕 마을인 논골담길은 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낙후된 모습을 버리고 지금과 같은 벽화 마을이 되었다. 논골담길은 시작점이 다른 네 가지 코스로 이뤄져 있는데, 다 연결되어 있어 어떤 코스를 선택해도 동네를 다 훑어볼 수 있다. 좁은 골목과 계단이 미로처럼 얽혀있어 길을 잃을까 걱정되지만, 바닥의 길 안내 표시를 따라가면 된다.
논골담길의 최종 목적지는 정상에 있는 묵호등대다. 이곳에 도착하면 동해의 시원한 전망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사실, 논골담길은 경사가 높아 걷다 보면 후회되는 순간도 있다. 하지만 논골담길의 정겨운 정취와 골목길 사이 보이는 바다가 마음을 달래준다. 곳곳에 자리 잡은 소품 가게와 카페에 들러 잠깐 쉬어가자.
TIP 1. 오르막길이 싫다면 도째비골 스카이밸리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자. 전망대 꼭대기와 묵호등대가 연결되어 정상에서 경치를 즐긴 후에 논골담길을 따라 내려오면 된다.
2. 논골담길의 벽화에는 묵호항과 논골담길의 역사가 담겨있다. 어떤 내용인지 설명하는 벽화도 있어 이해하는 데 어렵지 않다.
주소 강원 동해시 논골1길 2
가는 방법 묵호역에서 도보로 19분,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서 도보로 9분(논골담길 1길 기준)
묵호에는 해산물 맛집이 많지만, 특별한 메뉴를 먹고 싶다면 논골담길 아래에 있는 거동탕수육을 추천한다. 돼지고기 등심과 문어가 들어간 탕수육과 두툼한 문어 다리가 올려진 짬뽕을 맛볼 수 있다.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에 반했다. 이미 소문난 맛집이라 주말에는 1시간 넘게 대기해야 한다. 기다리기 힘들다면, 포장을 추천한다. 상대적으로 대기 시간이 짧다.
TIP 1. 기다리지 않으려면 오픈 시간을 노려보자. 아침 10시에 문을 여는데, 일정상 어렵다면 저녁 타임 오픈을 노려볼 것. 문 열기 전 20~30분 전에 도착하여 순번을 등록하면 오픈과 동시에 입장할 수 있다.
2. 음식점 예약 및 대기 앱인캐치테이블을 사용하지만, 앱 등록이 불가능하여 무조건 매장 앞에 있는 키오스크에서 입력해야 한다. 대기 등록 시 음식도 주문해야 하므로 미리 메뉴를 정하고 갈 것.
주소 강원 동해시 일출로 83
가는 방법 묵호역에서 도보로 18분, 논골담길에서 도보로 1분
운영 시간 10:00 – 15:00(월), 10:00 – 19:00(수-일) (매주 화요일 휴무) *브레이크 타임 체크
묵호에는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가 곳곳에 있어 기념품을 살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묵호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에 있는 ‘묘한 동해’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고양이와 관련된 굿즈와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피규어와 마그넷, 일러스트 엽서와 티셔츠 등 귀엽고 사랑스러운 제품들로 가득해서 과소비를 조심해야 한다. 묘한 동해의 추민정 대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고양이, 작가, 작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공유하는 마음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가게 앞에 쓰여 있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당신도 좋아한다면 여기서 만나요.’라는 문구가 이해된다.
TIP 1. 고양이 굿즈만 있는 것은 아니니 천천히 둘러보며 내 마음에 들어온 기념품을 찾아보자.
2. 묵호역에서 논골담길, 도째비골 스카이밸리로 가는 길에 있어 여행의 시작 혹은 마무리 코스로 들르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