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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9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에서 보내는 하루

호텔 인그리드부터 재즈클럽 머디까지

군산은 인구 약 25만 명의 항구도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즐길 거리가 많다. 이성당과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인 초원사진관이 모두 원도심에 모여 있다. 올해 3회차를 맞이한 군산북페어도 있다. 금강과 서해가 만나는 풍경 역시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지만, 과거 번성했던 군산 원도심은 관공서와 상권이 신도시로 옮겨가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 그런 원도심이 최근 다시 변하고 있다. 7년의 준비 끝에 2025년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이 문을 열었고, 인근에는 카페와 편집숍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600평 규모의 부지에 숙박 공간과 레스토랑, 재즈클럽 등이 모여 있는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을 직접 거닐어보자.

호텔 인그리드

입구. 호텔 인그리드와 그라운드 등이 함께 보인다. ©헤이팝

호텔 인그리드는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에서 마지막으로 완성된 공간이다. 1960년대 여관이 있던 자리에 새롭게 지었다. 설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같은 모습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돌과 나무, 금속 등 물성이 잘 드러나는 소재를 사용해 공간에 깊이를 더했다.

돌, 나무, 금속 등 물성을 느낄 수 있다. ©헤이팝

군산 원도심의 풍경을 여러 시선으로 담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24개 객실을 9가지 타입으로 나누고, 대부분의 방에 발코니를 둔 것도 이 때문이다. 객실마다 위치와 창의 방향이 달라 원도심과 그라운드의 풍경을 다양한 각도에서 볼 수 있다. ‘인그리드(Ingrid)’라는 이름은 개항 이후 원도심 일대에 형성된 격자형 도시 구조에서 따왔다. 아침이나 해 질 무렵 발코니에 나가 도시의 풍경을 천천히 바라봐도 좋다.

발코니에서 바라본 그라운드 풍경. 24객실 중 22객실에 발코니가 있다. ©헤이팝

멀리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색이다. 언뜻 낯설게 느껴지는 겨자색과 코랄 핑크가 눈에 띈다. 짙은 겨자색은 송성진 대표가 베네치아에 살던 시절, 그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색이다. 그 기억을 떠올리며 선택했고, 알코브 공간에는 코랄 핑크를 더했다. 그라운드 존을 감싼 적갈색 타일은 정유미 이사가 생각하는 ‘군산의 색’이다. 각각의 색이 선명한 인상을 남기면서도 주변 풍경과 편안하게 어우러진다. 

©리터닝 군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유미 이사가 소개하는 디테일
호텔 인그리드와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공간의 디테일을 소개하고 있는 정유미 이사. ©헤이팝

한 블록 안에서 크기와 성격이 다른 공간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그 안에서 예상하지 못한 장면을 발견하는 것이 이곳의 매력입니다. 공간은 눈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여러 감각으로 기억되니까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색감과 서로 다른 재료의 변주, 손에 닿는 질감과 빛의 방향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부분까지 고민했습니다. 객실마다 구조와 층고, 창의 방향이 다르고, 가구와 조명, 작은 오브제에도 차이를 두었습니다. 어느 방에 머무느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인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버려지지 않는 물건에는 이유가 있듯, 공간에도 시간이 흐르며 쌓이는 감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료를 손으로 만져보고, 걷다가 예상하지 못한 풍경을 발견하고, 향과 질감 빛이 함께 기억되는 순간을 느껴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남은 감각이 훗날 이곳을 다시 찾는 작은 이유가 되길 바랍니다.

재즈클럽 머디, 프로젝트의 출발점

©헤이팝

머디는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이 시작된 공간이다. 송성진 대표가 오래전부터 품었던 꿈은 조용한 동네에 재즈클럽을 여는 일이었다. 2019년 영화동 모퉁이의 한 필지를 매입하면서 그 꿈이 구체화됐다. ‘머디’라는 이름은 간척으로 만들어진 군산 땅의 이야기와 재즈클럽의 분위기를 함께 담았다. 

공간은 약 40평의 규모에 60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다.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가까워 아티스트의 연주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음향, 조명, 테이블 높이 등 모든 요소가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됐다. 크지 않지만 음악에 집중하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방문객의 연령대도 다양한 편이라 편안한 분위기로 관람할 수 있다.  

무대에 서는 아티스트의 폭도 넓다. 말로와 웅산 같은 재즈 보컬리스트부터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한상원까지 머디에서 공연했다. 링컨 센터 오케스트라의 피아니스트 댄 니머와 재즈 기타리스트 요탐 실버스틴 등 해외 뮤지션들도 이곳을 찾았다. 공연을 보고 싶다면 인스타그램에서 일정을 미리 확인하자.

젤라토부터 칵테일까지 이어지는 동선

©헤이팝
E 세탁 공장 laundry facility F 빵 공장 baking facility G인그리드 코너 로스터스 roastery

일반적인 호텔과의 차이는 1층 ‘그라운드 존’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ㅁ’자형 구역 가운데 중정이 있고, 주변으로 젤라토 가게와 바, 재즈클럽 등이 이어진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자유롭게 오가며 공간을 즐길 수 있다. 걷다 보면 미로에 들어온 듯한 느낌과 함께 기분 좋은 소음이 들려온다.

 

젤라토 가게 노베오는 이탈리아 남부 전통 방식으로 젤라토를 만든다. 계란을 사용하지 않아 깔끔한 맛이 특징이며, 재료 본연의 맛을 담아낸다. 군산 쌀과 보리로 만든 ‘리소’와 ‘오르조’도 맛볼 수 있다.

 

바 인그리드는 1922년 지어진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에서 나온 대형 보를 다듬어 1025mm의 바 테이블로 사용한다. 칵테일바 코블러의 유종영 대표가 바텐딩 교육에 참여했으며, 다양한 칵테일과 위스키를 즐길 수 있다.

바 인그리드와 노베오의 젤라토

한 블록에서 맛보는 F&B

이탈리안 레스토랑 파르디소90과 화덕피자를 맛볼 수 있는 피제리아 델캄포 ©리터닝 군산

식사 선택지도 넓다. 이탈리안 요리와 화덕 피자, 스시를 한 블록 안에서 맛볼 수 있다. 파라디소90은 송성진 대표가 은파호숫가에 연 파라디소 페르두또에서 출발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봉골레 파스타와 파스트라미·브리 치즈 치아바타 샌드위치 등을 선보인다. ‘파라디소’는 이탈리아어로 낙원을 뜻하며, ‘90’은 공간이 자리한 구영길의 ‘구영’을 숫자로 옮긴 이름이다. 바로 옆 피제리아 델 캄포에서는 화덕에서 구운 피자를 낸다. 오랜 경력의 셰프가 아티장 방식으로 만드는 도우는 델 캄포의 상징이다.

스시 에이와 ©리터닝 군산

스시 에이와는 군산에서 처음 오마카세를 선보인 셰프가 이끄는 곳으로, 예약제로 운영된다. 참고로 ‘에이와’는 영화동의 ‘영화’를 일본식으로 읽은 이름이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파스타와 피자, 스시 중 메뉴를 골라보자.

파라디소90: 파스타·샌드위치 등을 선보이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피제리아 델 캄포: 원형 화덕 피자를 중심으로 로마식, 밀라노식의 다양한 피자를 제공하는 피제리아
스시 에이와: 예약제로 운영하는 스시 오마카세 바

아트북 서점, 그래픽숍

그래픽숍 ©리터닝 군산

리터닝 군산 맞은편에는 김광철 대표가 운영하는 그래픽숍이 있다. 건축·디자인·예술 분야의 책을 소개하는 아트북 서점으로, 작은 전시와 워크숍도 열린다. 대형 서점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독립출판물과 포스터를 둘러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씨네21〉 창간팀과 〈FILM2.0〉 편집장을 거쳐, 2006년 출판사 프로파간다를 설립하고 이듬해 그래픽 디자인 전문지 〈GRAPHIC〉을 창간했다. 이후 『연필 깎기의 정석』과 『좀비사전』처럼 기존 출판계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주제의 책을 펴냈다. 2021년 군산으로 이주한 뒤 그래픽숍을 열었다. 운영자가 자리를 비운 때에는 무인으로 문을 연다.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른 뒤 구매 내역을 수기로 적고 계좌로 돈을 보내면 된다.

 

군산북페어도 김광철 대표의 기획으로 시작됐다. 지역 서점과 군산시가 함께 준비하는 행사로, 참가비와 입장료를 받지 않고 모든 참가팀에 같은 크기의 부스를 제공한다. 3회차 만에 방문객 1만 명을 넘은 행사다. 일정이 맞는다면 둘러보자.

김지오 기자
취재협조 및 자료제공 리터닝 군산 

프로젝트
리터닝 군산
장소
인그리드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군산시 구영5길 107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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