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7

스위스 시계의 정수가 담긴 바

IWC의 세계 최초 커피 바.
롯데백화점 본점, 5층 럭셔리 남성관에 들어서자 커피향이 가득하다. 지난 7월 오픈한 이곳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스위스 럭셔리 시계 브랜드 IWC가 오픈한 ‘빅 파일럿 바(BIG PILOT BAR)’다. IWC가 선보인 세계 최초의 카페로, 센터커피와의 협업으로 완성되었다. IWC가 2017년 스위스 제네바에 칵테일 바를 낸 이후 두 번째로 문을 연 식음료 매장이기도 하다.

오랜 역사와 헤리티지를 가진 럭셔리 브랜드가 전개하는 오프라인 공간은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브랜드의 어떤 이야기를 공간에 담을 것인지,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따라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의 인상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최용준
©최용준

 

IWC 빅 파일럿 바는 IWC가 가진 헤리티지를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기 위한 공간으로 IWC의 주요 제품인 ‘빅 파일럿’ 워치의 콘셉트를 재해석했다. 공간 디자인을 맡은 디자인 스튜디오 유랩은 ‘IWC’s New Black’이라는 키워드로 여러 종류의 재활용 소재를 블랙 컬러로 구현했다. 이는 빅 파일럿이라는 제품이 갖는 볼드하고 세련된 인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에 따라 공간에는 다양한 질감의 블랙 컬러 소재가 활용되었다. 공간에 다채로운 입체감과 깊이가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디자인 스튜디오 유랩은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재활용·재가공된 소재를 찾았다. 이에 벽면에는 스튜디오 라운드가 개발한 폐비닐 그리고 유랩이 찾아낸 기성 폐유리로 제작된 타일을 사용했다. 이 모든 협업과 활용 과정은 유랩이 추구하는 소재에 대한 또 다른 실험과 연구의 결과이기도 하다. 최근에 유랩이 한남 코오롱 시리즈 코너나 윤현상재와의 협업 전시 등에서 선보인 것처럼 말이다.

 

빅 파일럿 바 렌더링 이미지

 

특히 IWC 빅 파일럿 바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또 다른 요소는 중앙에 위치한 10m 길이의 빅 테이블이다. 시계의 메커닉한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블랙 컬러의 빅 테이블에는 중앙에 LCD 패널을 설치해 영상을 노출할 수 있도록 했고, 음료컵을 고정할 수 있는 독특한 홈을 두었으며,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숨겨놓았다.

 

백화점 내의 작은 오픈 공간이지만 빅테이블의 영상, 바리스타의 눈높이와 맞춘 의자의 높이, 쇼핑한 물건이나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여유를 둔 의자 하단, 사람들이 앉았을 때 핸드폰을 무의식적으로 놓는 위치에 설치한 충전기 등, 행동 연구에 기반한 디자인 요소를 곳곳에 심어 놓았다는 점에서 찬찬히 둘러볼 디테일이 많다.

 

©최용준

 

커피 메뉴 역시 빅 파일럿 워치의 성격을 반영한 ‘퓨어’와 ‘볼드’ 두 가지로 선보였다. 위스키 혹은 묵직한 와인을 연상케하는 시그니처 메뉴 또한 공간의 콘셉트와도 맥락을 같이 한다.

 

무엇보다 이곳은 IWC 브랜드의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세련되게 전달한다. 직접적으로 제품을 보여주기보다 제품이나 브랜드에 대한 정보는 빅테이블의 LCD영상을 통해 보여지는 정도로 제품 노출은 최소화한 대신, 해당 층에 IWC 매장이 있기에 카페에서의 경험과 매장 경험을 연결시킬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다. 제품 없이 브랜드의 철학과 제품의 시그니처를 경험할 수 있는 과감한 선택임에도 빅 파일럿 시계를 맛과 향, 오감으로 체험한 듯한 공간 연출로 빅 파일럿에 대한 흥미를 절로 불러일으킨다.

©최용준

 

지난 7월 8일에 오픈한 이곳은 이미 백화점 방문객의 동선을 바꿔 놓고 있다. 백화점에 좀 더 오래 머무르도록 만들고, 브랜드의 인상을 전달하는 또 다른 방식인 커피의 진중한 제조 과정과 맛을 즐기고 싶어하는 ‘방문객의 시간’을 사로잡는다. 이는 아날로그 시계가 전달하는 ‘시간’과 ‘시계’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한다. 설명하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세련된 구성과 콘셉트로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만든다. 브랜드의 공간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요즘, IWC 빅 파일럿 바는 말하고자 하는 본질과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접근이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콘셉트 디자인 디자인 스튜디오 유랩
디자인 이수민·김희원
소재 협업 스튜디오 라운드
컵 협업 유지인 작가
사진  ©최용준

 

 

오상희

장소
빅 파일럿 바 (서울시 중구 남대문로 81 5F 럭셔리 남성관)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스위스 시계의 정수가 담긴 바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