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1

사옥으로 변신한 30년 된 주택

3개 층이 느슨히 연결되었다.
공간, 건축, 제품에 이르는 방대한 포트폴리오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인회사 WGNB가 연희동에 새 사옥을 마련했다. 30년 된 건물의 3개 층을 탁 트인 보이드 공간으로 연결한 매력적인 프로젝트다. 백종환 소장, 신종현 소장이 공간 곳곳을 안내했다.
오랜 시간 다세대주택으로 쓰이던 건물의 익숙한 외관. 1층에는 베이커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 최용준
© 최용준

 

4층 규모이던 다세대주택은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를 변경하고 대수선을 거쳐 5층으로 증축됐다. 용적률이 꽉 차 있던 건물의 4층, 5층 바닥을 조금씩 헐어내 보이드 공간을 만들고 5층에 그만큼의 공간을 마련한 것. “할아버지와 아들들의 가족이 나란히 주거하던 다세대 주택이에요. 90년대 한국의 전형적인 주거 공간이었죠.”

 

공사 전 모습. 전형적인 한국의 주거 공간.
 

 

3층부터 5층까지 이어진 보이드 공간은 자칫 단절될 수 있었던 수직 공간을 느슨하게 연결한다. “보이드 공간으로 미팅하는 소리, 키보드 소리들이 자잘하게 들려오는 게 참 좋아요. 수평으로 펼쳐져 있지 않아도 하나의 사무실이 만들어진 거죠. 천정의 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이나 야간의 조명들도 모든 층에 공유되고요. 층이 완전히 나뉜 일반적인 구조였다면 불가능한 것들이지요.”

 

보이드 공간을 통해 3개 층이 마치 커다란 로프트처럼 느슨히 연결됐다. © 최용준
© WGNB

 

가장 중요한 요소는 빛이었다. 이전 직전 합정동에 꾸렸던 사무실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가정집을 개조한 것으로 빛이 잘 들지 않았다고. 신사옥의 천정으로 난 창에서는 시시각각 다른 각도로 떨어지는 빛이 디자이너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한다. “합정 사옥 이전의 공간에서는 심지어 실내를 블랙으로 디자인했었어요. 그래야 디자이너의 공간, 멋진 공간이라면서요. (웃음) 처음엔 좋았는데 두세 달 지나니까 일은 그만하고 술을 마셔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이곳에서 디자이너는 무엇보다 ‘일하는 공간은 밝아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낮에는 거의 조명을 켜지 않고 빛의 움직임을 살핀다.

 

곳곳으로 난 창으로부터 빛이 떨어진다. 실내에서 자연광과 인공 조명이 두루 공유된다. © 최용준

 

뼈대만 남겼다고 할 만큼 큰 개편을 거쳤지만 외관은 그대로 보존했다. 도시 재생의 측면과 맞닿는 부분이다. “올해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안느 라카톤과 장 필리프 바살은 신축을 하지 않는, 재생건축으로 유명한 이들입니다. 저희 역시 가능하다면 신축보다 재사용을 해보자는 신념을 갖고 있었어요. 부수지 않고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데 신축을 해버리면 불필요한 건축 폐기물을 만드는 셈이잖아요. 동네의 역사를 보존하고 도시를 재생하는 의미도 있고요.”

 

© 최용준

 

마을버스 종점 앞, 측면으로 동네 어르신들이 쉬어가는 작은 턱이 난 건물에서는 오늘도 세계 곳곳의 공간이 디자인되고 있다. 유럽・미주 시장에서 주목하는 아이코닉 디자인 어워드(올해의 인테리어 디자인 스튜디오, 2018년)와 프레임 어워드(올해의 디자이너, 2020년)의 수상자로 호명된 후 시작된 코로나 시대는 스튜디오에 시공간의 제약을 넘은 프로젝트를 안겨주었다. 국내 곳곳을 비롯해 중국, 시카고, 밀란의 클라이언트와의 공간・건축 디자인 작업이 한창이다. 15명의 디자이너가 자리한 여유로운 로프트에서 고안될 세계 곳곳의 광경이 기다려진다.

 

 

유미진

취재 협조 WGNB

장소
WGNB (서울시 마포구 연남로 73 3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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