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팝업과 공간이 궁금할 때, 헤이팝 뉴스레터 구독하기

요즘 팝업과 공간이 궁금할 때, 헤이팝 뉴스레터 구독하기

2026-06-17

AI가 글쓰는 시대에도 ‘서울국제도서전’은 열린다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먼저 살펴볼 전시와 프로그램
〈2003 서울국제도서전〉출처: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

〈2026 서울국제도서전〉이 코엑스 A홀과 B1홀에서 열린다. 서울국제도서전은 출판사, 작가, 독자, 편집자 등 책을 둘러싼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책 축제다. 누군가는 새로 나온 책을 가장 먼저 펼치기 위해, 누군가는 좋아하는 작가의 음성을 듣기 위해, 또 누군가는 우연히 마주칠 한 권을 기대하며 도서전의 인파 속으로 들어선다.

 

서울국제도서전의 시작은 1947년 교육박람회 속 도서 전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방 이후 한글로 출판된 책을 보급하고자 했던 출판인들의 움직임은 본격적인 도서전으로 이어졌고, 1995년부터는 국제적인 성격을 넓히며 해외 출판과 문화 교류의 장으로도 기능해 왔다. 

〈2025 서울국제도서전〉출처: 서울국제도서전 홈페이지

최근 몇 년 사이 서울국제도서전을 향한 관심은 더 뚜렷해졌다. 출판 관계자들이 찾는 전문 페어라는 인상을 넘어, 여름마다 관람객이 기다리는 문화 행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지난해에는 입장권이 사전 판매 단계에서 매진되며,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의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흥행과 함께 크고 작은 잡음 역시 따르고 있지만, 서울국제도서전이 매년 책을 둘러싼 유의미한 질문을 던져 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이 주목한 화두는 AI다. 단숨에 소설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영화를 만드는 AI 앞에서 인간에게는 어떤 슬기가 필요할까. 2026 서울국제도서전은 그 질문을 〈인간선언〉이라는 이름으로 꺼내 든다.

‘2×2’의 답이 ‘5’가 될 수 있는 이유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는 〈인간선언 Homo duduri〉이다. 여기서 ‘두두리(duduri)’는 한국 고문헌에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이자 대장장이를 뜻하는 옛말이다. 불 앞에서 달아나지 않고, 뜨거운 것을 두드려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존재. 서울국제도서전은 이 이름을 빌려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을 다시 정의한다.

 

AI는 이미 창작의 과정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문장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음악을 작곡하고, 영화 속 장면까지 상상한다. 무엇이든 빠르게 답하고, 가장 높은 확률의 결과를 제시하는 존재 앞에서 인간은 종종 느리고 불완전해 보인다. 그러나 올해 도서전이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그 불완전함이다. 인간은 정답을 받아들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미 주어진 답 앞에서도 다시 질문을 건네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질문은 주제 전시로도 이어진다. 전시 제목인 〈인간선언 Homo duduri: 2×2=5〉는 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 속 문장에서 출발한다. ‘2×2=4’가 정확하고 효율적이며 반박하기 어려운 답이라면, ‘2×2=5’는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영역을 가리킨다. 이번 주제 전시는 세계 고전문학 속 문장들을 통해 인간다움에 관한 오래된 질문을 다시 꺼내놓는다. 어떤 질문은 논리보다 감정에 가깝고, 정답보다 가능성을 향한다. 중요한 것은 질문이 다른 질문을 부르고, 그 질문들이 다시 누군가의 문을 두드린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가 모으고자 하는 것은 완벽한 답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통과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강연과 책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질문들

강연과 세미나는 그 질문을 보다 구체적인 대화로 확장한다. 소설가와 번역가는 글쓰기와 번역, 인간과 AI의 경계를 이야기하고, 언론인과 법조인은 정교한 문장과 증거를 만들어내는 AI 시대에 진실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지 논의한다. 미생물, 영장류, 인공지능이라는 경계를 통해 인간의 위치를 다시 살피는 자리도 마련된다. 배우 김신록과 뇌과학자 장동선은 감정과 자아, 의지처럼 오랫동안 인간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것들을 두고 대화를 나눈다.

도서전 주제는 한 권의 책으로도 만날 수 있다. 매년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에 맞춰 기획되는 리미티드 에디션은 올해 『인간선언 Homo duduri』라는 이름으로 출간된다. 김연수, 강화길, 김혜진, 박선우, 장강명 등 11명의 필자가 소설과 시, 에세이로 올해의 질문에 응답한다. 갈등과 전쟁, 그리고 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존재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일 수 있을까. 이 책은 하나의 답을 제시하기보다, 서로 다른 문장들을 모아 인간의 연약함과 가능성을 더듬는다.

프랑스를 읽는 여러 가지 방법

올해 주빈국은 프랑스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전국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국제도서전도 〈프랑스를 읽다 Lire la France〉라는 이름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소설과 시, 아동 문학과 그래픽노블, 인문·철학부터 미식까지 여러 장르를 통해 오늘날의 프랑스를 읽는 자리가 마련된다. 프로그램의 한 축은 한국 독자에게 익숙한 프랑스 작가들의 대담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번역가 전미연과 함께 신간 『영혼의 왈츠』를 중심으로 창작과 번역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지막 날에는 최재천 교수와 함께 ‘개미’의 세계를 통해 인간 사회를 바라보는 대담도 예정되어 있다.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는 번역가 이세진과 인생과 철학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아동청소년문학 대담에서는 마리오드 뮈라이유, 안느 라발, 이수지 작가가 상상력과 현실 세계를 함께 다루는 법을 이야기한다.

프랑스를 읽는 방식은 문학에만 머물지 않는다. 『미식 잡학 사전 파리』의 저자 프랑수아 레지스 고드리는 번역가 강현정, 윤화영 셰프와 함께 음식과 식문화가 한 사람의 정체성과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살핀다. 프랑스 주빈관(A601)에서는 브르타뉴 미식 체험, 프랑스어 입문 워크숍, 목탄 드로잉, 어린이 그림책 워크숍 등 프랑스 문화를 보다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1인분의 삶’을 제대로 해내고 싶다면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디자인하우스는 오뚜기와 함께 ‘1로서기’를 주제로 한 부스를 선보인다. 『90년생이 온다』로 밀레니얼 세대와 조직 문화를 읽어낸 임홍택 작가의 신간 『1로서기』 출간에 맞춰 마련한 자리다. 『1로서기』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이들이 자기 삶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법을 배우는 실용서다. 이 책이 말하는 자립은 독립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좋아하는 일과 잘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 찾을지, 첫 월급은 어떻게 써야 할지, 선을 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자취방을 구할 때 무엇을 확인해야 할지 같은 질문들이 책의 목차를 이룬다. 학교와 회사가 충분히 가르쳐주지 않는 어른의 생존법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한 셈이다.

〈1로서기〉 부스 렌더링 이미지 출처: 디자인하우스

디자인하우스는 이 신간을 중심으로 〈1로서기〉 부스를 꾸린다. 키 메시지는 ‘Design Your Own Life’. 사회초년생과 1인가구가 자기만의 일과 생활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콘텐츠를 하나의 편집숍처럼 제안한다. 『1로서기』를 비롯해 브랜드와 디자인, 건축과 인테리어, 요리와 취미를 다룬 단행본과 잡지를 ‘삶의 디자인’과 ‘일의 디자인’이라는 두 축으로 큐레이션한다.

 

오뚜기와의 협업은 자립의 감각을 생활의 장면으로 더 가까이 끌어온다. 라면과 소스, 간편식 등을 중심으로 한 F&B 큐레이션과 북&푸드 페어링을 통해 책과 음식을 함께 향유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각자의 식사 취향을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 도서전에서 책을 고르는 일이 결국 나의 생활을 고르는 일과 이어진다면, 〈1로서기〉 부스는 그 연결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공간이 아닐까. 어떤 일을 하며 살 것인지, 돈과 관계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혼자 보내는 일상을 어떻게 지탱할 것인지. 한 권의 책에서 출발한 질문이 오늘의 책상과 식탁 위로 이어진다.

김기수 기자

자료 제공 및 사진 출처 서울국제도서전, 디자인하우스

프로젝트
〈2026 서울국제도서전〉
장소
서울 코엑스
주소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513
일자
2026.06.24 - 2026.06.28
시간
수요일 - 토요일 10:00 - 19:00
일요일 10:00 - 17:00
주최
대한출판문화협회, 서울국제도서전
주관
서울국제도서전, 코엑스
링크
홈페이지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AI가 글쓰는 시대에도 ‘서울국제도서전’은 열린다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