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로컬 브랜드의 전성시대다. ‘잘 만든’ 브랜드는 한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 존재 자체로 목적지가 되어준다. 대전 ‘성심당’이나 부산의 ‘모모스커피’처럼, 지역과 브랜드가 나란히 떠오르는 일은 결코 낯설지 않다. 소비자들이 로컬 브랜드에 끌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지역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오직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기 때문. 최근 도시가 지닌 이야기를 색다르게 풀어내는 로컬 브랜드들이 주목받는 가운데, 통영의 새로운 필수 코스로 떠오른 곳이 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통영아가씨클럽(TAC)’이 선보인 스토어다.
통영을 ‘입는’ 새로운 경험
통영아가씨클럽은 통영의 풍부한 해양 자원과 관광 문화를 위트 있게 재해석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다. 제철 수산물을 그려 넣은 티셔츠를 시작으로 수산시장, 다찌 골목, 섬 등 지역의 다채로운 요소를 패션과 굿즈로 확장해 왔다. 단순히 기념품을 만드는 팀이 아닌, 통영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이자 라이프스타일로 풀어내는 것이 특징. 지역민에게는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환기하고, 여행자에게는 도시를 색다르게 기억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매일 마주하는 굴, 멍게, 활기 넘치는 시장과 바다 도시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 통영아가씨클럽의 최동은 대표에게 이러한 풍경은 ‘매일이 축제 같은’ 영감의 원천이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상이지만, 모두 아이디어의 출발점이었어요. 동시에 통영이 관광 도시답게 유명한 것이 많지만, 청년층이 즐길 거리는 부족하다고 느꼈죠.” 그렇게 최 대표를 포함한 통영 거주 여성 청년 네 명이 뜻을 모아 통영아가씨클럽을 설립하게 되었다.
일상에서 건져 올린 아이디어
이들은 굴 모양의 하트로 ‘I ♡ TY’를 표현한 티셔츠를 처음 선보였다. 실제 수산물처럼 랩으로 포장하고, 스티로폼 박스에 담아 판매했다. 제작 과정을 SNS에 꾸준히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예상 밖의 뜨거운 공감과 반응이 이어졌다. “사실 대단한 기획을 하고 올린 건 아니었어요. 저희가 하고 있는 일과 통영의 날것을 담아 차곡차곡 기록했을 뿐인데 그렇게 뜨거운 반응이 올 줄은 전혀 몰랐어요. 광고비 한 푼 없이 오직 ‘로컬 콘텐츠’의 힘만으로 대중이 반응하는 걸 보며 강한 확신을 얻었죠.” 잘 포장된 메시지보다 살아 있는 지역의 이야기에 대한 수요를 확인한 통영아가씨클럽은 제품 개발과 동시에 콘텐츠 기획을 강화해 나갔다.
팝업 스토어부터 정식 매장 오픈까지
대중의 지속적인 관심은 곧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확장됐다. 무인양품 강남점 팝업을 시작으로, 불닭 소스 협업 이벤트, 로컬스티치 통영 팝업스토어 입점, 지그재그 ‘제철 코어’ 팝업, 스탠포드 호텔과의 프로젝트까지. 분야를 가로지르는 협업이 이어졌다. 패션, F&B, 라이프스타일, 공간 등 카테고리는 달랐지만, 공통점은 분명했다. 통영아가씨클럽이 구축해 온 로컬 콘텐츠의 중심에는 통영이라는 도시 고유의 이야기가 있다.
지난달, 통영아가씨클럽은 중앙시장 인근에 정식 스토어를 오픈했다. 브랜드가 출범한 지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매장은 온라인의 팬덤이 현실로 이어지는 ‘체크인 센터’로, 통영을 오감으로 경험하는 곳이다. 통영아가씨클럽의 베스트셀러인 굴, 바다장어, 고등어 티셔츠는 물론 달력과 장바구니, 비치타월, 키링, 머그컵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굿즈를 만날 수 있다. 또, 이곳에서는 다채로운 팝업 이벤트와 실크스크린 워크숍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통영을 가장 재밌고 감각적으로 간직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향해볼 것.
Interview with 통영아가씨클럽
ㅡ 통영아가씨클럽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2021년, 아무런 연고도 없던 통영에 내려와 첫 사업을 시작했어요. 브론즈실버라는 이름의 칵테일바였죠. 통영에서 지내면서 이 도시에는 좋은 것들이 정말 많은데, 젊은 세대를 위한 공간이나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꼈어요. 그런 고민을 안고 있던 찰나에 마음 맞는 아가씨들이 의기투합해 모이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름도 아주 직관적으로 ‘통영아가씨클럽’이라고 지었죠. 처음엔 “‘통영’하면 굴인데, 굴이 프린팅된 티셔츠가 있으면 진짜 재밌겠다”라는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했어요. 그게 지금의 통영아가씨클럽을 만든 첫 단추가 되었습니다.
ㅡ 통영의 해양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유쾌하게 재해석하는 방식이 인상적입니다.
지역의 전통이나 자원을 너무 엄숙하게만 다루면 대중과 멀어지기 쉬워요. 저는 ‘스위트 키치(Sweet Kitch)’한 감성을 통해 로컬의 문턱을 낮추고 싶었습니다. 굴을 하트 모양으로 만들고, 수산물 트레이에 티셔츠를 포장하는 식이죠. “어? 이게 뭐야? 재밌네!”라는 반응이 터져 나오는 순간, 사람들은 비로소 통영이라는 도시를 궁금해하기 시작하거든요.
ㅡ 통영아가씨클럽이 본격적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릴스를 꾸준히 올린 것이 하나의 전환점이 되어 주었어요. 저희가 하고 있는 일에 진심을 담아 릴스로 차곡차곡 기록했을 뿐인데, 뜨거운 반응을 얻었죠. ‘아, 사람들은 멋지게 포장된 광고가 아니라 진짜 로컬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었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투박한 기록이 세상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통영아가씨클럽이 서서히 브랜드화 되어가는 것이 느껴졌어요.
ㅡ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다채로운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와 이를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는지 함께 들려주세요.
지그재그 ‘제철 코어’ 팝업에서는 ‘수산물도 패션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고, 로컬스티치와의 협업은 ‘공간과 브랜드의 연결’에 집중했어요. 핵심 메시지는 하나입니다. ‘로컬은 촌스러운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힙한 오리지널리티’라는 것이죠.
ㅡ 매장 방문 후 함께 들리기 좋은 주변의 장소를 추천해 주신다면?
통영의 낭만을 품은 빈티지 숍 ‘빛(VITS)’, 그리고 멋진 뷰와 커피가 있는 ‘바이사이드’나 ‘울라봉’을 추천해요. 저희 매장을 시작으로 이웃 매장들까지 여행의 동선이 이어졌으면 합니다.
ㅡ 대중에게 어떤 브랜드로 기억되길 바라는지 궁금해요.
‘사람을 통영으로 불러 모으는 브랜드’요. 통영아가씨클럽 덕분에 통영 여행을 결심했고, 또 이 도시가 더욱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웃음) 저희는 단순한 굿즈 숍이 아니라, 통영이라는 도시의 새로운 유입 엔진이자 로컬 라이프스타일의 기준점이 되고자 합니다.
ㅡ 그렇다면 통영아가씨클럽이 생각하는 ‘통영다움’은 무엇인가요?
길들여지지 않은, ‘날 것(Raw)’의 생명력입니다. 거친 시장 상인들의 말투 속에 담긴 정, 갓 잡아 올린 수산물의 싱싱함 같은 것들이요. 저희는 그 날것의 에너지를 다듬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에 예쁜 옷을 입혀서 세상에 내놓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ㅡ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것이 있나요?
해외 주요 도시의 수산시장 인근에서 ‘이동식 모듈러 팝업’을 열고 싶어요. 통영의 수산 문화를 전 세계에 수출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또, 로컬의 정체성을 감각적으로 풀어내는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ㅡ 공개 예정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만석’, ‘자성’, ‘통수산’, ‘해품가’ 등 통영의 수산업체들과 협업해 ‘제철 바다 정기 구독 박스’를 준비 중이에요. 제철 수산물과 통영아가씨클럽의 한정판 굿즈를 한 박스에 담아 배송하는 서비스죠. 또 빈티지 숍 빛(VITS)과 함께 통영의 자영업자 이야기를 담은 매거진 창간도 앞두고 있습니다.
글 길보경 객원기자
취재협조 및 자료제공 통영아가씨클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