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예술의 도시로 자주 언급되지만, 오랜 시간 축적된 식문화 역시 도시 비엔나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제국의 중심지였던 비엔나는 다양한 지역의 식재료와 조리 방식이 교차하며, 독자적인 미식의 결을 만들어왔다. 카페하우스 문화가 여유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전통 음식이 계절과 함께 반복되며, 미쉐린 스타 셰프들이 새로운 해석을 더하는 곳. 비엔나에서 ‘미식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을 소개한다.
노포에서 만나는 비엔나 미식의 뿌리
비엔나 미식의 뿌리를 경험하고 싶다면, 19세기부터 골목을 지켜온 전통 선술집 ‘바이슬(Beisl)’을 찾으면 된다. 그중에서도 그모아켈러(GmoaKeller)는 관광객을 상대로 유명세를 얻은 식당이라기보다, 동네 사람들의 식탁을 오래도록 책임져온 로컬 맛집에 가깝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래된 나무 바닥과 아치형 지하 셀러가 눈에 들어오는데, 공간 곳곳에 켜켜이 쌓인 시간이 이 집의 역사를 말해준다. 대표 메뉴는 타펠슈피츠(Tafelspitz)다. 프란츠 요제프 1세 황제가 즐겨 먹었다고 알려진 비엔나식 소고기 수육으로, 담백한 육수와 부드럽게 삶아낸 살코기, 그리고 사과와 고추냉이를 곁들인 소스가 조화를 이룬다. 화려하게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인상적이다. 한입 머금을수록 맑고 깊은 풍미가 차분하게 퍼지며, 비엔나가 오랜 시간 지켜온 식문화의 결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한다.
비엔나 미식의 현대를 경험하는 법
비엔나의 파인 다이닝 문화는 비엔나 시립공원(Stadtpark) 한복판에 자리한 슈타이레렉(Steirereck)에서 가장 또렷하게 드러난다. 미쉐린 3스타이자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이름을 올린 이곳은 셰프 하인츠 라이트바우어(Heinz Reitbauer)의 철학 아래, 오스트리아 각지에서 공수한 제철 식재료를 정교하게 해석해 낸다. 접시 위에 담기는 것은 한 끼 식사가 아니라, 계절과 지역의 풍경에 가깝다. 이곳의 시그니처로 꼽히는 ‘밀랍 속의 송어(char in beeswax)’는 그 정점을 보여주는 메뉴다. 생선 필레 위에 뜨거운 밀랍을 천천히 부어 익혀내는 과정이 테이블에서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펼쳐진다. 밀랍이 열을 머금고 재료를 감싸며 만들어내는 은은한 향과 질감, 그리고 셰프의 설명이 더해지면 식사는 자연스럽게 미식을 향한 이야기로 확장된다.
도심 속 포도밭에서 팜 투 테이블
비엔나에서는 지하철을 타고 포도밭에 갈 수 있다. 도시 안에서 식재료를 직접 생산하는 푸드 프로듀싱 시티이자 약 600헥타르에 달하는 포도밭을 품은 세계 유일의 수도이다. 자연과 문명이 공존하는 비엔나는 수확의 풍경이 곧 식탁으로 이어지고, 도시의 일상은 계절의 흐름과 맞닿는다. 도심 곳곳에 자리한 포도밭은 호이리거(Heurige, 햇와인을 파는 선술집) 문화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호이리겐 키어링어(Heurigen Kierlinger)에서는 인근에서 재배한 포도로 직접 와인을 빚는다. 대표적인 화이트 와인인 비너 게미슈터 자츠(Wiener Gemischter Satz)는 여러 품종의 포도를 한 밭에서 함께 키워 동시에 양조하는 방식으로, 비엔나가 오랫동안 유지해온 생물 다양성과 지역 미식의 전통을 담고 있다.
글 김기수 기자
자료 제공 및 사진 출처 비엔나관광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