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분단의 경계인 DMZ는 오랫동안 긴장과 충돌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총성이 멈춘 자리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평화를 치열하게 상상하도록 만들었다. 3월 마지막 주, 파주 DMZ 내 캠프그리브스에서 열리는 〈DMZ 세계문학 페스타〉는 문학을 통해 평화와 공존을 이야기하는 행사다. 국내외 작가 약 150명이 참여해 분단, 민주주의, 디아스포라, 마이너리티 등 동시대 문학이 마주한 주요한 의제를 다룬다. 기조 강연과 작가 대담, 국제 포럼, 낭독회 등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다른 지역의 경험과 서사를 교류한다.
이번 행사에서 특히 주목할 인물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다. 벨라루스 출신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로 전쟁, 체르노빌 원전 사고, 소련 붕괴 같은 역사적 사건을 개인, 특히 취약하고 소외당하기 쉬운 여성과 아동 등의 목소리를 통해 기록해 왔다. 수많은 증언을 모아 하나의 서사를 구축하는 독특한 형식의 작업을 인정받아 20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체르노빌의 목소리〉 등은 국내에도 번역되어 꾸준히 읽히고 있으며, 전쟁의 기억을 가까이에서 공유해온 한국 독자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번 〈DMZ 세계문학 페스타〉에서는 소설가 황석영과 함께 기조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다.
행사는 문학 포럼에만 머물지 않는다. 파주출판도시 지혜의숲 다목적홀에서는 북페어 〈사이에서〉가 열린다. 전국 동네책방과 독립출판사, 개인 제작자, 파주타이포그래피배곳(PaTI) 청년 예술가들이 참여해 책을 매개로 작가와 독자, 출판과 예술을 잇는 장을 마련한다. ‘생명·평화·공존’을 키워드로 기획된 이번 북페어는 동네책방지기들이 추천한 ‘평화 담은 책 100선’, 책에서 발췌한 문장을 소개하는 ‘평화문장 40’, 관련 주제를 다룬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현장에는 약 60개 부스가 들어선다. 전국 각지의 독립서점이 참여하는 ‘책방대동여지도’, 국내외 초청 작가의 책을 소개하는 ‘초대작가의 방’, 아트북 제작자와 소규모 출판사가 참여하는 ‘장르홀릭’ 등 여러 섹션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파주타이포그래피배곳 청년 예술가들이 선보이는 독립출판물과 타이포그래피 작업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북페어에 진행되는 모든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글 김기수 기자
자료 및 사진 출처 DMZ 세계문학 페스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