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06

일상의 영감을 주는 사진전 6

누군가의 시선을 따라가는 경험

사진은 지극히 주관적인 기록이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언제 카메라를 세우고 무엇을 남길지는 전적으로 촬영자의 몫이다. 그래서 사진전은 누군가의 시선을 따라가는 경험이자,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의 순간으로 시야를 확장하는 일이다. 최근 서울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기업인에서 사진가로 영역을 확장한 박용만의 전시부터 가족의 사적인 풍경을 아카이빙한 최산 개인전, 1948년 서울을 기록한 빈티지 사진전까지. 지금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는 감각적인 사진전들을 소개한다.

박용만 사진전 〈HUMAN MOMENT〉

피크닉에서 박용만 사진전 〈HUMAN MOMENT〉가 진행 중이다. 두산그룹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박용만은 『그늘까지도 인생이니까』 등을 펴낸 에세이스트이자, 50여 년간 카메라를 곁에 둔 아마추어 사진가이기도 하다. 현재 그의 SNS 프로필에는 직함이나 이력 대신  ‘Photographer’라는 단어만 남아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오랜 시간 촬영해 온 사진 가운데 마음을 오래 붙잡아둔 80점을 선별해 소개한다. 미주와 유럽 등 세계 여러 도시에서 촬영한 작업이 포함됐지만, 중심에는 풍경보다 사람이 놓여 있다. 사진 속 인물들의 표정과 관계가 만들어내는 온기가 전시 전반을 이끈다. 전시작을 포함해 약 200점이 실린 사진집도 함께 발매된다.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 30

기간 2026.01.16 – 2026.02.15

장우철 〈Entrée〉

아름다운 것을 눈에 담고 싶을 때면 장우철 작가의 사진을 떠올리게 된다. 그의 프레임 안에서는 꽃이나 사과처럼 익숙한 사물조차,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질감의 오브제로 다시 놓인다. 장우철의 새해 첫 사진전 〈Entrée〉가 서울 종로구 이화동의 미러드에서 열린다. 그의 전시에서는 종종 서로 다른 성질의 장면이 병치된다. 유도의 낙법과 낙화하는 동백, 고요히 놓인 정물과 균형을 잃은 운동선수처럼 하나의 이미지로는 완결되지 않는 장면들이 나란히 놓인다. 과거 에디터로 활동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듯한 독특한 배열은 이미지 흐름 속에서 묘한 긴장과 균형을 만들어낸다.

주소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17길 4-39

기간 2026.01.24 – 2026.02.27

루이지 기리 회고전 〈Infinite Landscapes〉

뮤지엄한미 삼청본관에서는 이탈리아 사진가 루이지 기리의 국내 첫 회고전 〈Infinite Landscapes〉가 열리고 있다. 1943년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 로마냐에서 태어난 루이지 기리는 정제된 색채와 자유로운 구도로 일상을 새롭게 바라본 사진가다. 미국 중심의 현대사진 담론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 그는 유럽 사진 특유의 시선과 색채 감각으로 자신만의 작업 세계를 구축하며 ‘이탈리아 컬러사진의 선구자’로 평가받아 왔다.

 

이번 전시는 기리가 1970년대부터 말년까지 이어온 사진 작업 전반을 아우른다. 이탈리아 풍경을 비롯해 공업 지대, 집 안의 사물, 미술관과 스튜디오 등 일상적인 공간을 촬영한 작업들이 소개되며, 익숙한 장면을 낯설게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전시 전반을 관통한다. 전시는 총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루이지 기리의 ‘보는 방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확장되었는지를 따라간다.

주소 서울 종로구 삼청로9길 45

기간 2025.12.12 – 2026.03.15

갤러리 안터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는 1948년 겨울, 서울에 내린 기록적인 폭설 속에서 촬영된 컬러 사진 30점을 소개하는 전시다. 1989년 설립된 사진 책 전문 출판사 눈빛이 소장해 온 이 연작은 해방 직후이자 분단을 앞둔 시기의 풍경을 담고 있다. 촬영자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로 미군정 관계자의 존재가 짐작된다. 사진은 점령군의 시선을 드러내기보다 설빔을 입은 아이들, 눈 쌓인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각자의 하루를 이어가는 도시의 표정을 차분히 따라간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파리와 서울에서 동시에 선보이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한불 수교 140주년을 맞아 파리 마레 지구의 갤러리 프린지 Enfants Rouges에서도 동일한 사진 연작이 소개되고 있다. 갤러리 안터의 전시는 3월 20일까지 이어진다.

주소 서울 종로구 인사동11길 16

기간 2026.01.20 – 2026.03.20

디자인하우스 사진기자X라보엘 빈티지 〈Editorial Home〉

갤러리 지우헌에서 사진과 빈티지 가구를 함께 조명하는 전시 〈Editorial Home〉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디자인하우스 매거진을 대표하는 사진기자 4인과 유럽 빈티지 가구 브랜드 라보엘 빈티지가 함께한다. 참여 작가 이우경, 이기태, 이경옥, 이창화는 『행복이 가득한 집』, 『월간 디자인』, 『럭셔리』, 『스타일H』 등 주요 매거진을 통해 상업 사진의 최전선에서 활동해 왔다. 각기 다른 미감과 촬영 방식으로 공간과 사물, 음식과 테이블 풍경 등을 다뤄온 이들은 정보와 연출 사이를 유연하게 넘나든다. 전통 요리와 계절의 풍경, 식재료와 생활자기 등 서로 다른 시선이 한 공간 안에서 교차하며, 마치 매거진 지면을 살펴보는 듯한 감각을 만든다.

주소 서울 종로구 북촌로11라길 13

기간 2026.01.20 – 2026.02.21

최산 개인전 〈최산김수연최온〉

사진가 최산의 개인전 〈최산김수연최온〉은 집과 가족, 그리고 그 안에서 생성되고 축적되는 이미지의 생애를 관찰하는 전시다. 사진에는 작가 자신과 아내 김수연, 그리고 딸 최온이 등장한다. 전시 제목 그대로, 한 가족의 초상이 곧 전시의 내용이 된다. 2024년 12월부터 2026년 1월까지 촬영된 450여 점의 사진은 전통적인 의미의 가족사진 범주에 속한다.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계기로 시작된 이 작업에서 최산은 변화하는 몸과 관계, 그리고 집 안의 일상을 카메라에 남긴다. 사진은 사건을 기록하기보다, 가족의 탄생과 함께 자라나는 시간에 반응하며 점차 다른 형태를 띤다. ‘On Growing’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이미지들은 한 아이의 성장과 함께 이어질 장기 프로젝트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전시는 엑스라지갤러리에서 열린다. 김재석 디렉터의 실제 집을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특성상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다.

주소 예약 확정시 안내

기간 2026.01.28 – 2026.03.07

김기수 기자

사진 출처 피크닉, 뮤지엄한미, 갤러리안터, 지우헌, 미러드, 엑스라지갤러리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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