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조리대에서 속도를 겨루고, 심사평이 오가는 프로그램에 스님이라니. 낯선 조합이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세상엔 셀 수 없이 많은 조리법이 있고, 저마다의 맥락을 간직하고 있으니까. 서바이벌 무대에 오른 선재 스님은 실력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런 건 어찌 돼도 상관없다는 듯이 경쟁자를 고운 눈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는 어떤 태도로 요리하고, 또 어떻게 닿길 바라는지 접시에 깔린 마음을 전했다. 덕분에 맛의 높낮이를 겨루던 경쟁은 음식을 향한 철학을 돌아보게 하는 장으로 확장됐다.
흔히들 사찰음식을 ‘건강식’이라 부른다. 혹은 채식이나 비건, 요즘은 ‘저속 노화’라는 단어를 써가며 빠르게 정리한다. 물론 육류와 어패류를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충분하지 않다. 사찰음식에는 삶을 향한 질문이 담겨있다. 자극을 줄이고, 욕심을 내려놓고,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한 끼를 완성하는 일은 그 자체로 수행이다.
조만간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웨이브(Wavve)를 통해 사찰음식 리얼리티 프로그램 〈공양간의 셰프들〉이 방영된다고 한다. 여느 때보다도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지금, 그를 둘러싼 오해부터 조금 더 친근하게 경험할 수 있는 축제까지 사찰음식을 둘러싼 일곱 개의 질문을 준비했다.
Q. 사찰음식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사찰음식은 불교가 전래하면서 형성된 식문화다. 불교 계율과 수행 방식 속에서 ‘살생을 피한다’는 태도는 식생활에도 영향을 미쳤고, 채식 위주 식단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다만 불교권 전체로 넓혀 보면, 사찰음식이 반드시 채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역과 종파에 따라 탁발을 중심으로 수행하는 곳도 있으며, 채소 재배가 쉽지 않은 티베트나 몽골 지역 승려들은 육류와 유제품을 섭취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역시 전파 초기에는 탁발이 필수였지만, 현재는 승려 개인의 탁발 행위가 금지된 상태이다. 탁발 전통을 간직한 불교권에서는 음식을 따로 조리하거나 저장하는 것이 금지되었기에, 사찰음식 문화는 동아시아 대승 불교권을 중심으로 발달해왔다.
한국은 대승불교, 그중에서도 선종 교단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선종은 노동을 수행의 일부로 여겨,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 ‘일일부작 일일부식(一日不作 一日不食)’의 자세를 유지한다. 승려들은 직접 농사를 짓고, 산과 들에서 제철 채소를 거두며 자급했다. 덕분에 사찰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식재료를 활용한 조리 방식이 축적됐다. 특히 불교를 숭상했던 고려시대에는 국가 의례를 활발히 거행하며 사찰음식이 정교하게 발전했고, 유교를 국가 이념으로 삼아 불교를 억압했던 조선시대에도 사찰은 두부나 메주 같은 장류를 민간에 공급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다.
Q. 사찰음식과 채식(비건)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찰음식과 채식은 동물성 식재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닮았다. 하지만 채식으로 정의하기에는 부족하다. 유제품을 허용하고, 오신채를 쓰지 않는 규칙처럼 식재료의 기준이 다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차이는 음식의 목적과 태도에 있다. 사찰음식은 모든 생명에 대한 자비심에서 출발해, 생산과 수확, 조리와 섭생까지 전 과정을 수행의 일부로 여긴다. 불가에서 식사를 ‘공양’이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다. 부처님께 올리는 마음으로 음식을 마련하고 함께 나누어 먹는 일, 발우공양처럼 적당한 양을 담고 남기지 않는 방식까지 하나의 수행이다. 채식이 식단이라면, 사찰음식은 식단을 기반에 둔 태도에 가깝다.
Q. 사찰음식에서 ‘오신채’를 금기하는 이유는?
사찰음식은 오신채를 금한다. 오신채는 파, 마늘, 부추, 달래, 흥거처럼 매운맛과 향이 강한 다섯 가지 채소로, 불교 경전 중 하나인 『능엄경楞嚴經』에서는 “오신채는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고, 생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더해진다.”고 언급하기도 한다. 오신채가 지닌 약리적 특성이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더불어 오신채는 향이 강한 재료다. 기본적으로 공동체 생활을 하는 승려들이 서로에게 불편함을 주면 안 된다는 이유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규칙이 오히려 사찰음식만의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왔다는 사실이다. 파, 마늘, 부추는 한식에서 빠지기 어려운 재료다. 특히 김치는 마늘을 넣어야 제맛이 난다는 인식이 강하다. 사찰에서는 마늘과 젓갈 없이 김치를 담근다. 그 대신 홍시 같은 과일의 단맛을 빌리고, 장류가 가진 깊이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균형을 잡는다. 무엇을 더하지 못해 심심한 음식이 아니라, 덜어낸 조건 안에서 더 섬세한 층위의 맛을 완성해 온 셈이다.
Q. 절에서 먹는 ‘공짜 밥’ 실례는 아닐까?
답부터 하자면, 실례가 아니다. 공양을 베푸는 것 역시 공덕을 쌓는 일로 여겨지기 때문에, 지나치게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중요한 것은 ‘어떤 태도로 먹느냐’다. 사찰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공양이다. 적당한 양만 받아 남기지 않고, 식사 후에는 자신의 그릇을 직접 정리해 설거지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예절로 여겨진다. 비용은 무료이거나 1~2천 원 내지인 경우가 많지만, 감사한 마음을 담아 보시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모든 사찰이 공양을 하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사찰은 신도와 방문객을 위한 대중공양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기도나 법회가 있는 날에는 공양이 함께 마련되는 일이 잦고, 그 시간에 맞춰 방문하면 자연스럽게 식사할 수 있다. 다만, 사찰마다 공양 시간과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방문하려는 절에 미리 문의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템플스테이처럼 일정이 정해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석가탄신일에는 대부분의 사찰에서 넉넉하게 공양을 준비하니, 이때를 맞춰 방문하는 것도 좋다
Q. 사찰음식은 ‘건강식’일까?
사찰음식에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사상이 담겨있다. 약과 음식의 근원이 같다는 뜻이다. 불경에 서술된 음식 관련 내용이 『동의보감』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말도 있고, 저자인 허준이 사찰을 다니며 음식을 연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채식 위주 식단으로 영양 불균형이 생기진 않을까, 걱정도 된다.
이에 대해서는 연구 결과를 참고할 만하다. 월정사 단기출가학교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사찰음식 섭취와 건강에 관한 연구(2014)』에서는 사찰음식 섭취가 비만 예방 및 체내 건강지표, 특히 심혈관계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고, 『채식을 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영양 상태 및 비만도에 관한 연구(2001)』에서도 영양소 섭취가 권장량을 웃돌았다는 분석도 소개된다. 채식 위주 식단에서 부족해지기 쉬운 단백질을 보완하기 위해 두부처럼 콩을 활용한 음식이 발달한 점 역시 사찰음식의 중요한 특징이다.
다만 사찰음식을 무조건 건강식으로 단정하는 건 조심해야 한다. 사찰음식은 치료식이나 다이어트 식단이 아니라, 수행과 생활 태도 속에서 출발한 음식이다. 결국 중요한 건 내 몸의 상태를 살피고, 그에 맞는 음식을 선택하는 일이다. 사찰음식 장인으로 불리는 법송 스님 역시 수행자의 몸이 아프다면 육류와 오신채도 허용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원칙보다 앞서는 건,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돌본다는 약식동원의 정신 아닐까.
Q. 사찰음식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서울 도심에도 사찰음식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있다. 향적세계는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산업단이 운영하는 사찰음식 전문 교육 기관으로 재가자와 스님을 위한 강좌가 단계별로 나뉘어 있다. 사찰음식에 대한 이론부터 조리 실습까지 폭넓게 경험할 수 있으며, 중급·고급 과정에서는 실제 사찰을 방문하는 현장학습도 진행한다. 향적세계 또는 봉녕사, 동화사에서 정규 과정을 수료한 사람에 한해 사찰음식 전문 조리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보다 가볍게 체험하고 싶다면 국내 최초 사찰음식 복합문화공간인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이 적합하다. 사찰음식 관련 전시를 비롯해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일일 수업은 매일 다른 음식으로 진행된다. 배 떡볶이, 묵은지 김밥, 딸기 참나물 비빔국수 등 메뉴 선택의 폭도 넓다. 이 밖에도 각 지역에는 사찰음식 특화사찰이 분포돼 있다. 진관사와 통도사를 포함해 열다섯 곳의 사찰이 특화사찰로 지정돼 있으며, 각 사찰의 여건에 맞춰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Q. 사찰음식을 즐길 수 있는 축제는 없을까?
사찰음식대축제
작년에 열린 〈제4회 사찰음식대축제〉는 사찰음식이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10년 만에 열린 대규모 행사였다. 전시, 강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찰음식의 철학과 실제를 균형 있게 소개했다. 전통 공양간과 수륙재 의례상을 실물로 재현한 공간과 사찰음식 특화사찰들이 참여한 체험·시식 프로그램도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틀 동안 2만여 명이 방문하며 사찰음식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 어떻게 더 많은 사람과 만날지에 대한 기대도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봉녕사 사찰음식대향연
〈봉녕사 사찰음식대향연〉은 2009년에 시작해 15회를 넘긴 대표적인 사찰 행사다. 행사의 중심에는 사찰음식 경연대회가 있다. 첫 회부터 이어져 온 이 프로그램은 사찰의 정신을 바탕으로 한 음식을 출품해 시식과 평가를 거쳐 수상작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극적인 맛이나 화려한 기술보다는, 사찰음식이 지닌 절제와 균형, 조리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무대다. 이외에도 공연과 퍼포먼스, 현장 실습 강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함께 열리며 사찰음식을 더욱 입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다. 지난해에는 도청 예산 문제로 열리지 못했지만, 최근 사찰음식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진 만큼 재개 여부에 기대가 모인다.
글 김기수 기자
자료 및 사진 출처 한국 사찰음식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 한국 불교문화사업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