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6

연말에 보기 좋은 전시〈스틸, 타샤 튜더〉

슬로 라이프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세계

동화책 속 세상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아마 타샤 튜더의 정원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롯데뮤지엄에서 12월 11일부터 2026년 3월 15일까지 〈스틸, 타샤 튜더: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을 선보인다. 미국을 대표하는 동화 작가이자 자급자족 생활을 실천한 라이프스타일 아이콘으로 알려진 타샤 튜더(Tasha Tudor, 1915 – 2008)의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원화, 드로잉, 수채화, 초판본 등 19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되며, 자연과 계절의 흐름에 귀 기울이며 살아간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 타샤 튜더

타샤 튜더는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나 평생 100권이 넘는 어린이책을 쓰고 그렸다. 23세에 『호박 달빛(Pumpkin Moonshine)』으로 데뷔한 뒤, 『마더 구스(Mother Goose)』와 『1 is One』으로 칼데콧 아너(Caldecott Honor)를 두 차례 받으며 그림책 작가로 인정받았다. 1971년에는 아동문학 공로상인 레지나 메달(Regina Medal)을 수상했고, 20세기 미국 어린이책의 한 축을 이끌었다.

 

타샤 튜더의 그림책은 짧고 단순한 문장, 부드러운 수채화, 세밀한 선이 어우러진다. 사계절 따라 피고 지는 꽃, 손수 만든 인형, 티타임,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일상 속 리듬을 차분하게 포착해 그렸다. 웰시 코기를 주인공으로 한 ‘코기빌(Corgiville)’ 시리즈 역시 이런 세계관의 연장선이다. 실제로도 타샤는 여러 마리 코기를 가족처럼 돌보며 살았고, 집 이름을 ‘코기 코티지(Corgi Cottage)’라고 붙였을 만큼 애정을 쏟았다. 

동화책 원본이 전시된 전경.
웰시 코기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볼 수 있다.

독자들에게 그는 동화 속에서 본 삶을 실제로 살아낸 사람에 가까운 존재다. 타샤 튜더는 버몬트의 언덕 위 정원과 밭을 직접 가꾸며 채소와 꽃, 과일나무를 키웠다. 수십 년 키운 식물이 다시 올라오는 모습을 두고 “오래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 같다”라고 표현했을 만큼, 자연을 삶의 동반자로 대했다. 정원과 동물, 식탁과 작업실은 그녀에게 그림 속 배경이 아니라 생활 무대였다.

 

그녀는 “우리가 원하는 건 결국 마음의 상태예요. 행복도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하곤 했다. 집과 정원, 동물과 계절까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꾸리고 돌보며 살아온 태도는, 왜 지금도 타샤 튜더가 ‘슬로 라이프’의 상징처럼 언급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그런 삶의 장면을 따라가며, 우리가 잊고 살았던 감각을 떠올려보자.

타샤 튜더의 공간을 재현한 모습. 실제 뜨개질을 하고, 자급자족하며 슬로 라이프를 살았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자연, 가족, 수공예, 정원 등 타샤 튜더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구성돼 있다. 그중 특히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를 소개한다.

크리스마스와 가족의 온기
크리스마스가 담긴 풍경과 어드벤트 캘린더

타샤 튜더의 그림에서 크리스마스는 빠지지 않는 장면이다. 매년 직접 카드를 그리고 장식을 만들며 트리를 꾸미고, 가족과 이웃을 초대해 보내던 겨울의 풍경이 작품 곳곳에 남아 있다. 전시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원화와 카드, 가족과 함께한 계절의 풍경을 담은 삽화들이 소개된다.

다큐멘터리 〈A Still Water Story〉

전시장 내부에서는 2018년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타샤 튜더: A Still Water Story〉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상영된다. 일본 감독이 오랜 기간 버몬트의 코기 코티지를 오가며 찍었다. 타샤 튜더가 정원을 돌보고, 차를 우리고 인형 옷을 만들며 동물들과 하루를 보내는 모습을 담담하게 비춘다. 전체 러닝타임은 104분으로, 전시 기관에 맞춰 영화도 상영 중이다. 

탸샤 튜더의 정원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정원’ 섹션은 타샤 튜더의 세계관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영국식 코티지 가든을 떠올리게 하는 버몬트의 집과 정원을 작게나마 재현해, 타샤 튜더가 사랑한 정원의 모습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쁨과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받아들이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 상상해 보자.

취재협조 및 자료제공 롯데뮤지엄
김지오 기자

프로젝트
스틸, 타샤 튜더
장소
롯데뮤지엄
주소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대로 300 롯데월드타워 7층
일자
2025.12.11 - 2026.03.15
링크
홈페이지
김지오
자기만의 길을 걷는 브랜드와 사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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