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하고 유쾌한 디자인, 구스타프 베스트만

스웨덴 스톡홀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디자이너 구스타프 베스트만(Gustaf Westman)은 최근 글로벌 디자인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 중 한 명이다.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한 그는 2020년 자신의 이름을 건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두툼하고 유쾌한 곡선, 파스텔 톤의 과감한 색채를 중심으로 기존 북유럽 디자인과는 차별화된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 그의 제품은 지속 가능한 생산을 위해 엄선한 스웨덴 목공예 장인들과 협력해 주문 제작 방식으로 제작된다. 국내에서는 블랙핑크 제니, 지수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그의 대표작인 거울을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며 자연스럽게 화제를 모았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집을 꾸미는 오브제에 머물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 등지에서 전시를 이어가며 가구와 공간을 하나의 놀이처럼 경험하게 하는 무대를 제안해 왔다. 최근에는 홈 스왓 플랫폼 킨드레드와 협업해 자신의 스톡홀름 자택을 개방, 사람들이 직접 그 공간에 머물며 그의 디자인이 스며든 일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한 순간을 축하하는 집

베스트만과 이케아의 만남은 일찍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그동안 개인 작품과 다양한 협업으로 대중과 접점을 만들어왔지만, 주문 제작 방식과 높은 금액 탓에 그의 작품을 일상에 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이번 이케아와의 협업을 통해 베스트만의 디자인 철학은 이제 인스타그램 속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의 생활 공간 속으로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게 됐다.

‘특별한 순간을 축하하는 집(The Home of Celebration)’이라는 테마로 준비된 이번 시리즈는 이케아가 매년 선보이는 겨울 컬렉션의 일환으로 전통적인 축하 문화를 현대적인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크리스마스나 연말처럼 특정한 명절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 속 작은 날들까지도 스스로의 방식으로 기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베스트만이 그린 집은 단순히 멋진 가구를 배치하는 장소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는 공간이다. 그는 협업 컬렉션 론칭 이벤트 현장에서 “오브제 하나만 놓더라도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지길 바랐다”며, 이번 컬렉션에 담긴 자신의 의도를 설명했다.
연말을 기쁘게 만들어 줄 12가지 아이템

이번 컬렉션은 식기와 조명, 오브제를 아우르는 총 12종의 제품으로 구성됐다. 전통적인 레드, 그린 컬러에 버블검핑크와 베이비블루를 더해, 클래식하면서도 유쾌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은 제품은 사전에 공개했던 미트볼 전용 접시. 미트볼은 스웨덴인들의 소울푸드이자, 매년 10억 개가 판매되는 이케아의 대표 음식이다. 올해 미트볼 출시 4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이 접시는 미트볼 하나하나가 마치 작은 왕좌에 앉아 있는 것처럼 돋보이도록 디자인됐다. 베스트만은 협업 컬렉션 론칭 이벤트 참석차 서울을 방문했을 때 이 접시에 김치를 담은 사진을 SNS에 올리고, 김밥을 담아도 멋질 것 같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미트볼은 물론, 작은 한 입 거리 음식을 담아 테이블에서 자연스러운 축하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이다.

스웨덴의 겨울 음료 글뢰그(glögg)와 쿠키를 함께 즐기도록 디자인된 컵 세트에는 베스트만의 개인적인 추억이 담겨 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할머니가 구워주던 쿠키를 컵과 함께 가져가고 싶었던 유년 시절에서 출발해, 컵의 받침을 과감히 넓게 디자인했다. 컵 옆에 쿠키를 올려두면, 누구에게나 있을 겨울의 따뜻한 기억이 자연스럽게 되살아난다.

그 외에도 두 개의 볼륨감 있는 링이 교차하며 궤도처럼 겹쳐지는 핑크 컬러 조명, 스웨덴 크리스마스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겨울철 창가의 불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LED 촛대, 그리고 베스트만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을 담은 제품으로 꼽은 화병 등이 포함됐다. 이처럼 베스트만의 기억과 유머가 스며든 오브제들은 집안을 작은 축제장으로 바꾸어 준다. 무엇보다도 이케아다운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돼, 누구나 부담 없이 소중한 사람과의 순간을 기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한정판 컬렉션은 9월 10일부터 이케아 전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김기수 기자
자료 출처 이케아, 구스타프 베스트만 홈페이지 및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