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3

〈귀멸의 칼날〉 개봉 10일 만에 300만, 극장가 신드롬

팝업·키링·콜라보로 관객 마음 사로잡다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시리즈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의 인기가 뜨겁다. 2025년 8월 개봉 10일 만에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현재 숫자만으로도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국내 흥행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스즈메의 문단속〉(2023, 558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3, 490만), 〈너의 이름은〉(2017, 393만)을 뒤쫓는 결과다. 일본 현지에서도 개봉 한 달 만에 2,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3위에 오를 만큼 열기가 심상치 않다.

 

흥행 속도 또한 눈에 띈다. 올해 국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증가세로, 개봉 11일 만에 300만 관객을 모은 〈좀비딸〉보다도 앞섰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 극장가를 뒤흔든 건 낯선 일이 아니지만, 〈귀멸의 칼날〉은 속도와 규모 모두에서 새로운 기록을 써가고 있다. 게다가 이번 편은 시리즈 극장판 3부작 중 첫 편에 불과하다.

출처: 귀멸의칼날 팝업 SNS

개봉 전부터 흥행 조짐은 심상치 않았다. 8월 16일 오픈한 팝업스토어는 사전 예약만 6,000명을 넘겼다. 〈귀멸의 칼날〉은 왜 이렇게까지 사랑받는 걸까.

첫 번째 이유는 타이밍이다.〈귀멸의 칼날〉은 2019년 첫 TVA 시리즈 방영 이후 꾸준히 팬덤을 넓혀왔다. 특히 팬데믹 시기, OTT 문화의 확산과 맞물리며 애니메이션 시청층을 대거 흡수했다. 당시 유입된 애니메이션 시청자는 일본 내 최고 인기작인 〈귀멸의 칼날〉 팬덤으로 흡수됐다.

 

또 서사가 쉽다는 점도 유입 장벽을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야기는 주인공 탄지로와 귀살대가 악당 오니를 무찌른다는 전형적인 권선징악 구조다. 이는 애니메이션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었다. 

출처: CJ E&M

마지막으로 압도적인 작화와 비주얼 역시 인기 요인이다. 제작사 유포터블(Ufotable)은 수준 높은 작화와 연출로 동시대 최고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평가받고 있다. 비주얼이 강렬한 작품인 만큼 영화관의 대형 스크린으로 관람해야 진가를 느낄 수 있다는 게 팬들의 의견이다. TVA 시리즈의 인기에도 극장을 찾는 이유다.

극장가를 살린 ‘특전 마케팅’

극장마다 진행하는 ‘특전’ 이벤트도 흥행의 중요한 축이다. 굿즈를 모으는 문화는 서브컬처의 핵심이자, 재관람을 끌어내는 강력한 장치다. 특히 애니메이션 작품일수록 그 효과가 크다. 201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극장의 ‘오리지널 티켓’은 대표적인 사례다. CGV의 ‘TTT’, 메가박스의 ‘오리지널 티켓’, 롯데시네마의 ‘시그니처 아트카드’는 모두 선착순 증정이라 인기작의 경우 오픈런을 하지 않으면 손에 넣기 어렵다. 이번 작품 역시 개봉 3일 만에 대부분 품절됐다.

 

극장은 매주 새로운 특전을 내놓으며 관객을 다시 불러들인다. 1주 차엔 주요 인물 PET 스탠드, 2주 차엔 아코디언 엽서, 3주 차엔 일러스트 포토카드가 증정됐다. 포토카드는 극장별로 조합이 달라 “어디서 보느냐”가 중요해졌다. 결과적으로 팬들은 굿즈를 모으기 위해 영화를 여러 번 관람한다. 영화를 마케팅하는데 굿즈도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출처: 좌) 애니맥스브로드캐스팅코리아 우) CGV

굿즈는 단순 증정품에서 그치지 않는다. 각 극장은 자체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선보이며 ‘소비 경험’을 확장하고 있다. CGV는 주인공 탄지로의 기술을 모티브로 한 ‘히노카미 카구라 팝콘’과 메탈 키링, 리유저블컵&미니 아크릴 키링 세트를 내놨다. 메가박스는 캐릭터들이 쓰는 검 ‘일륜도’를 메탈 키링으로 구현해 1차 판매분을 전량 매진시켰고, 팝콘 콤보와 단품으로 다시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시네마는 귀살대 캐릭터를 형상화한 메탈뱃지 콤보와 엽서 컬렉션 콤보를 출시했다.

출처: 좌) MEGABOX 우) 롯데시네마

극장은 카페까지 운영하며 팬 경험을 확장했다. CGV 용산, 메가박스 목동,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9월 11일까지 테마 카페를 열고 스낵 세트, 쿠키, 음료에 캐릭터 굿즈를 더해 세계관을 이어가고 있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침체된 극장가를 다시 스크린 앞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팝업스토어·굿즈·카페로 확장된 경험은 관객에게 ‘소유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재관람을 이끄는 새로운 흥행 공식이 됐다. 이 열풍이 향후 개봉할 2부와 3부로 이어질지, 일본 애니메이션이 국내 영화 시장에 어떤 트렌드를 남길지 주목된다.

김은빈 객원기자

김은빈
서울과 로컬의 브랜드를 인터뷰하고, 글을 씁니다. 규모와 상관 없이 가치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는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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