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3

마침내 개관하는 충무로 ‘서울영화센터’ 살펴보기

영화인들의 염원이 담긴 서울 시네마테크

영화인들의 오랜 염원이 담긴 공간, 서울영화센터가 오는 11월 개관한다. 서울영화센터는 예술·독립·고전 영화 전용 상영관이자 영화인들의 교육·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미디어 센터다. 오랫동안 영화계가 필요성을 제기해 온 시네마테크 전용관이 한국 영화의 상징인 서울 충무로에 자리한다. 건축 설계부터 공간 구성까지, 영화인뿐 아니라 시민 모두를 위한 ‘서울영화센터’가 어떻게 완성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충무로는 어떻게 영화의 도시가 되었나

서울영화센터가 들어서는 충무로가 본격적으로 영화 산업의 거점이 된 것은 1950년대, 김만길 감독이 설립한 영화 제작사 ‘서라벌 영화사’가 이곳에 자리하면서부터다. 1960년대에는 명동에 있던 제작사들도 임대료 상승을 피해 인근으로 옮겨왔고, 상영관과 촬영소, 음향·조명 등 관련 업체가 들어서며 영화 산업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다. 당시 영세한 영화 제작사, 감독, 스태프들은 충무로에 있는 다방, 주점, 여관 등에 머물며 시나리오 정보를 교환했다. 신인 배우들은 영화 감독, 제작사의 눈에 띄기 위해 밤낮으로 거리를 오갔고, 배역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소문이 돌면 감독이 자주 가던 다방이나 사무실은 문이 부서질 듯 북적였다.

 

1995년, 영화진흥공사가 남산에서 홍릉으로 이전하면서 공사에서 운영하던 현상소와 녹음실을 이용하던 많은 영화 제작자의 작업이 중단됐다. 대형 빌딩이 들어서면서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고, 임대료가 저렴한 곳을 찾아 하나둘 충무로를 떠났다. 스카라극장, 국도극장 등 충무로를 상징하던 공간들이 차례로 문을 닫고 2024년 대한극장마저 폐업하면서 이제 충무로를 영화의 도시로 기억할 만한 요소는 역사 내부에 붙은 대종상 역대 수상작과 서울시가 운영하는 ‘충무로 영상 센터 오재미동’ 정도다.

시네마테크가 필요한 이유
뉴욕 필름포럼 출처: 필름포럼 홈페이지

시네마테크(cinémathèque)는 단순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아니다. 영화의 역사와 예술성을 보존·연구하는 영화 박물관이자 관객에게는 상업성을 떠나 다양한 작품을 향유하는 통로, 창작자에게는 마음껏 뛰노는 실험 무대이다. 프랑스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와 미국 뉴욕의 ‘필름 포럼’처럼 세계 각국의 시네마테크는 고전·예술 영화를 상영하고, 희귀 필름을 수집·복원하며 영화 문화의 토대를 다져왔다.

한국에서는 2002년에 개관한 서울아트시네마가 민간 차원에서 그 역할을 이어왔지만, 임대 공간에 의존해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영화 관계자와 시네필들은 ‘공적이고 지속 가능한 한국형 시네마테크’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2010년 1월에는 이명세 감독을 중심으로 봉준호, 박찬욱, 최동훈, 이경미 등 당대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인들이 모여 시네마테크 전용관 건립을 위한 추진 위원회를 발족하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서울시에는 시청이 있어야 하고 기독교인들에게는 교회, 불교인들에게는 절이 필요하듯 영화인들에게는 시네마테크라는 곳이 필요하다”는 당시 정윤철 감독의 발언처럼 이번 서울영화센터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영화인들의 오랜 염원이 담긴 결과물이다.

조민석 건축가의 ‘Montage 4:5’

서울영화센터 건립 논의는 2015년 서울시가 ‘서울시네마테크(가칭)’ 조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화됐다. 그러나 예산, 부지, 설계 과정에서 여러 차례 조정이 이뤄지며 개관 시기가 늦춰졌다. 2017년 12월, 쿠마 켄고(일본), 나데르 테라니(미국) 등 국내·외 건축가 다섯 팀을 초청해 국제지명 설계공모를 진행했고, 최종 당선작으로 매스스터디건축사사무소의 조민석 건축가가 제출한 ‘몽타주(Montage) 4:5’안이 선정됐다.

현대미술관 스페이스K, 원불교 원남교당 등을 설계한 조민석은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고, 한국 건축가 최초로 서펜타인 파빌리온 설계자로 선정된 세계적인 건축가다. 도시의 맥락을 존중하는 조민석 건축가는 이번에도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영화를 위한 공간’이라는 본래 목적성을 분명히 했다. 공동 심사 위원장 김준성은 “도시 속 공공공간으로서 신선한 제안이었다”며 심사위원 전원이 동의한 당선작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누리게 될 영화 공간

서울영화센터 부지 면적은 약 800㎡로 멀티플렉스 영화관 대규모 상영관을 약간 웃도는 정도다. 좁은 부지를 보완하기 위해 지하 3층부터 지상 10층까지 수직으로 공간을 쌓았지만, 아파트처럼 사유화된 형태가 아닌 최대한 공공성을 담은 타워로 설계됐다. 건물은 네 개의 열린 공간과 다섯 개의 박스로 이루어져 있다. 빛이 드는 공간은 로비, 강의실, 도서관 등으로 다섯 개의 박스는 영화 감상 공간으로 활용된다.

 

상영관(166석·78석·68석)은 예술·독립·고전 영화 전용관으로 운영되며, ‘이달의 신인 감독전’ 등 기획 프로그램을 통해 쉽게 접하기 어려운 희소성 있는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그 외에도 영화 아카이브 공간, 기획 전시실 등 다양한 콘텐츠를 누릴 수 있는 시설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영화 분석 프로그램, 단편영화 제작 교육 강의 등 영화를 연계한 교육과 전시도 마련된다. 약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옥상 노천극장 역시 개관 후 어떤 풍경을 만들지 기대를 모은다.

 

신작 영화를 사고파는 ‘필름마켓’을 통해 콘텐츠 투자·거래도 활성화할 예정이다. 영화인을 대상으로 전문성 강화 교육을 진행하고, 원활한 작업을 위해 편집실, 공유 오피스도 운영한다. 연간 회원비를 내면 대관이나 시설 이용 시 할인 혜택을 주는 ‘영화인 멤버십’ 제도도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영화센터는 오는 9월부터 시범 운영 기간을 거쳐 11월 중순 공식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기수 기자

자료 출처 프로젝트 서울

장소
서울영화센터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마른내로 38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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