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12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의 1차 탄핵 소추안이 부결되던 날,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과 실천’ 인스타그램에는 게시물 하나가 올라왔다. “일상의실천은 오늘 국회에서 벌어진 탄핵소추안 부결의 과정과 결과에 참담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운동의 방식으로 행동하겠습니다.” 결의가 느껴지는 글이었다. 그리고 그 결의는 곧 디자이너 63명과 함께하는 〈시대 정신〉 프로젝트가 되었다. 디자인 스튜디오만이 할 수 있는, 무엇보다도 ‘일상의 실천’다운 방식이었다.

일상의 실천은 시국 선언문에 주목했다. 1960년 4·19부터 12·3 내란 사태까지 그사이 존재하는 무수한 시국 선언문을 모으고 지금껏 유효한 텍스트를 추렸다. 반세기가 지난 문장도 인물과 배경을 가리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카이빙한 시국 선언문을 바탕으로 포스터 제작을 함께할 수 있는지 디자이너 80명에게 의뢰했고, 최종적으로 63명의 디자이너가 함께하게 됐다. 활동 영역도, 연령대도 다양하다. 훼손된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하자는 목적 하나로 디자이너들이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는 연대의 장이 형성됐다.

〈시대 정신〉 프로젝트는 웹사이트를 통해 먼저 공개됐다.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던 사건들을 연표로 정리하고, 시대에 맞춰 이번 프로젝트 작업물과 그에 대한 설명을 배치했다. 각 시대의 시국 선언문은 전문을 게재해 당시 시민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신경 썼다.


포스터를 실물로 접하고 싶은 사람은 이번 전시에 방문하자. 서울 강남구 소재 갤러리 리얼레이션 스페이스에서 2월 26일부터 3월 16일까지 〈시대 정신〉 프로젝트 전시가 열린다.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한 점은 프로젝트 취지에 공감한 갤러리, 실크스크린 공방, 종이 회사, 도록 제작 출판사 등이 후원자로 나섰다는 점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큼직한 포스터와 작업자들의 코멘트 사이를 거닐다 보면 시대의 격변 속에서 늘 연대해 왔던 시민들의 현장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별관에서는 디지털로 아카이브된 〈시대 정신〉 프로젝트 웹사이트를 스크린을 통해 꼼꼼하게 읽어볼 수 있다. 전시 관람이 끝난 후에는 안그라픽스에서 제작한 도록을 구매할 수 있다. 전시 현장 사진을 SNS에 공유하면 공식 포스터를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전시 기간 내에 방문해 보자.
기획, 웹사이트, 그래픽디자인
일상의실천 @hello_ep
시국선언문 아카이브
봉성창, 전다현
참여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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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기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