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8-25

자신만의 고유한 블루를 찾아서

한성필 작가의 전시, 블루 드라마.
2020년 11월 판교 운중동에서 오픈한 신생 갤러리 운중화랑에서 네 번째 기획전을 진행한다. 세계를 무대로 작업하는 사진 작가 한성필의 전시 <블루 드라마 Blue Drama>이다.
Ground Cloud 052, 2015, Archival Pigment Print, 122 x 163 cm, Ed 1/5

 

작가들 사이에서 한성필의 별명은 ‘국제 미아’이다. 외대에서 독일어를 전공한 후 다시 사진학을 공부한 그는 졸업 후부터 ‘작업하는 사람’임을 마음에 새기고 세계 곳곳을 걸었다. 남북극을 비롯한 수많은 오지,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 혹은 사람의 향기가 진한 곳을 가리지 않았다. 최근 그는 로키 산맥 한 자락을 베이스캠프 삼아 렌즈 속에 자연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성필의 작품 중에서도 ‘블루’ 이미지에 주목했다. 파란색이 주는 느낌은 다양하다. 하늘과 바다, 차가움과 희망, 투명성까지. 그렇다면, 미술 작품에서는 어떨까. 파란색이 지나치면 건조하고 우울한 느낌을 줄 수 있고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기계적으로 느껴져 감정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작가들 사이에서 파란색은 경계하는 색인 동시에 도전의 대상이 된다.

 

운중화랑 <블루 드라마> 전시 전경

 

한성필은 자신만의 고유한 ‘블루’를 찾아온 작가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파사드 연작은 한성필만의 고유한 블루를 위해 오래 기다리고 극도로 절제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작가는 공사 현장을 가리는 가림막 위에 그려진 그림과 실제 풍경이 맞닿는 절묘한 각도를 찾는다. 관람자는 현실과 가상 이미지를 좀체 구별하기 쉽지 않다.

 

Verso, 2019(Printed in 2020), Chromogenict Print, 122 x 170cm, Ed 4/7
Sing a Song, 2008(Printed in 2017), Chromogenict Print, 153 x 122cm, Ed 1/7

 

한성필의 다른 작품 속에도 고유의 파랑이 면면히 흐른다. 초기작 <My Sea> 연작 속 바닷물과 아련한 안개비 사이의 어우러짐 속에도, 센 강변 원자력발전소 굴뚝 연기를 담은 <Ground Cloud> 배경 속에도, 오로라를 담은 북극 하늘 <Fossil Fuel> 작품에서도 한성필이 마침내 찾은 마법 같은 블루는 보는 이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Ground Cloud 032, 2005, Archival Pigment Print, 71 x 95 cm, Ed 1/7
Ground Cloud 036, 2005, Archival Pigment Print, 122 x 163 cm, Ed 2/5

 

센 강변의 이미지는 언뜻 아름답다. 하늘은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색을 지니고 있고 녹색의 대지는 광활하다. 크리스털 같은 센 강, 이 셋이 만드는 경관은 신비롭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프랑스는 59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고 원전 수는 어느 유럽 국가보다 많다. 프랑스 전력 생산의 80%를 원자력 발전이 책임지며 수출도 활발하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구름 같은 수증기를 뿜어내는 동안 발전소를 둘러싼 목가적인 대지와 청정한 하늘은 고요하고 침묵한다. 대자연을 완벽하게 직면할 때 작가는 대형 필름 카메라를 사용해 대상을 세세하고 명징하게 포착한다.

 

Layers, 2016(Printed in2021), Chromogenic Print, 80 x 120 cm, Ed 1/5
Weigh of Time VI, 2013, Chromogenic Print, 81 x 122 cm, Ed 1/5
Weigh of Time IX, 2013, Chromogenic Print, 81 x 122 cm, Ed 5/5

 

“북극권과 남극권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시간이 흐르며 형성된 층위의 표면과 이면 때문입니다. 전자가 빙하의 침식과 최적으로 만들어진 대자연의 장엄함이라면, 후자는 그 뒤에 숨은 역사와 현실의 간극이라 말할 수 있어요. 16세기 네덜란드 탐험가 바렌츠가 북극 스발바르 제도를 발견한 이후, 바다 전체는 핏빛으로 물들고 수많은 고래는 살육되었습니다. 20세기 북극에서 발견된 석탄으로 광산 개발 붐이 일었고 빙하가 녹으며 드러난 석유로 미국 서부시대의 ‘골드러시’와도 흡사한 ‘블랙 골드 러시’의 장소로 존재합니다. 숭고미의 표상으로 간주되어온 극지는 순수한 자연의 역사를 지닌 동시에 지극히 인간적인, 문명적인 역사를 간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장엄한 빙하의 왕국 그 이면에는 자원 경쟁에 따른 문명과 자연의 충돌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 작가 한성필

 

<블루 드라마> 전에는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Layers”, “Iceland Summer”, “Cockscomb” 작품을 비롯해 20여 점이 넘는 사진 작품과 영상 작품, 그리고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이 함께 전시된다. 전시는 2021년 8월 19일부터 9월 23일까지.

 

Micro Cosmos_Blue, 2015(Printed in 2021), Chromogenic Print, 90 x 65 cm, Ed 1/5
Micro Cosmos_Red, 2015(Printed in 2021), Chromogenic Print, 90 x 65 cm, Ed 1/5

 

 

김만나

자료 협조 운중화랑

장소
운중화랑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137번길 14-3)
일자
2021.08.19 -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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