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공예가 박소연 작가는 2015년 공예트렌드페어 그룹전을 시작으로 그간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며 단순하면서도 위트 있는 금속 작품으로 관심을 모아 왔다.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 중에서도 깊은 해수면 아래 생명체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금속 커트러리 80여점을 선보인다. 수면 아래 생명체들의 역동성을 율동적 이미지로 형상화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작가의 개성과 주관적 감성에 의해 다양하게 조형화 시킨 커트러리의 형태를 연구함으로써 그 안에서 심미안을 찾아 독창적인 자기만의 조형세계를 구축하여 표현한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에서 영감을 얻는 박소연 작가는 산호 생태계를 보여주던 다큐멘터리에서 보인 도시와 같은 산호 군락에서 이번 작품 세계에 대한 공간적 힌트를 얻었다. 커트러리를 만드는 작가에게 테이블이 놓인 공간은 마치 하나의 큰 생태계. 그 안을 채우는 수면 아래 생물의 율동적 이미지는 금속 커트러리로 대치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형태에서 오는 시각적 아름다움, 그 안에 표현된 점과 선의 촉감을 통해 생명이 가진 감동을 이끌어 내고자 한다. 각자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유기적인 형상의 작품들로 채워진 전시를 보며 관객이 전시장 자체를 하나의 생태계처럼 유기적으로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
Interview 박소연
‘바다 생명체’를 디자인 주제로 삼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아이디어를 얻고 가장 처음으로 만들어 본 작품은 무엇이었나요?
처음 관심을 갖게 된 포괄적인 주제는 “생명성”이었습니다. 미생물이나 세포, 심해의 생물 등의 크 고 작은 무한한 생명체들이 정적을 깨고 움직일 때, 어떤 소리를 내며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작은 상상이 지금 모티브의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종종 생명의 유기적 형태를 보면 그 생명력이 약동하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유려한 움직임 혹은 정적일 만큼 아주 작고 느린 움직임, 깊은 물 속의 고요함, 맑은 종소리. 시각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감각으로 상상하다 보면, 정지된 이미지로 본 생명이지만 그 순간에는 상상 속에서 더할 나위 없는 생명력을 갖고 제 안에 마련된 새로운 세계를 채우곤 합니다. 저는 다양한 생명의 약동과 아름다움을 제가 상상한 생태계로 재해석하고자 하며, 이번 전시의 주제 인 수면 아래 생명체는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생명성”의 첫 번째 소주제입니다.
본인의 작품 중 특별히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요?
첫 번째로 떠오르는 작품은 제가 처음으로 제 안의 생명성과 그 생태계를 표현했던 작품입니다. 상상하기만 했던 생명들의 형태를 시각적으로 끄집어 냈던 첫 작품으로, 커트러리와 전용 금속 거치대가 세트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제가 생각한 커트러리(테이블웨어)는 테이블 위의 상황과 음식, 격식 등에 맞게 다양한 식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사용되는 아이템입니다. 따라서 커트러리 거치대를 하나의 생태계로, 그리고 거기에 거치되는 커트러리를 각각의 유기적 생명체로 상징하여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이 초기의 컨셉을 확장하여 테이블(혹은 전시장)을 하나의 생태계로 생각하고, 그 안을 다양한 형태의 커트러리들로 채운 전시가 바로 이번 전시입니다.
두 번째 작품은 금속으로 만든 “바다꽃” 조화입니다. 커트러리에만 국한되지 않고, 제가 만들고 싶은 다 양한 생명들을 제약 없이, 보다 풍성하게 만들면서 제작하게 된 작품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바다 꽃송이들을 원하는 조합으로 화병에 꽂아 연출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황동이 진한 황금빛으로 물들면서 좀 더 고풍스러워 집니다.
마지막으로는 이번 전시의 메인 커트러리들 중 하나인 물방울 스푼입니다. 물방울 스푼은 약 100여 가지의 다양한 수면 아래 생명체들을 표현한 커트러리 작품들 중 15개가 채 되지 않는 적은 수량으 로 만들어진 디자인으로, 이번 커트러리들 중에서 제가 가장 좋아했던 스푼 작품입니다. 사진의 형상 이외에도 다양한 생명체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물방울 스푼은 그 형상 때문인지 수면 아래 라는 주제에 더욱 어울리는 촉촉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글 유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