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새로운 쇼핑 명소 될까? 유니클로 신주쿠 혼텐점

세계 각지의 여행자가 모여드는 일본 도쿄 신주쿠에 새로운 쇼핑 공간이 문을 열었다. 유니클로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유니클로 신주쿠 혼텐점(이하 혼텐점)’이 10월 25일 오픈한 것. 혼텐(本店, 본점)이라는 점포명에서 유니클로가 이 매장으로 이루고자 하는 포부가 드러난다. 전 세계 유니클로 점포 개수는 2,500여 개에 이르는데, 그중 이번에 오픈한 신주쿠 매장에 ‘본점’이라는 이름을 붙였기 때문.

엔도 마사히로(Masahiro Endo) 유니클로 마케팅 임원은 10월 23일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유니클로 매장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되겠다는 뜻에서 본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점포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유니클로가 야심 차게 준비한 이 플래그십 스토어는 무엇이 특별할까? 공간과 기획의 특징부터 쇼핑 팁까지 정리했다.

1. 신주쿠 거리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

고객 경험을 다양하게 만드는 섹션들

혼텐점은 지상 1층부터 3층, 약 3,967㎡(1,200평) 규모다. 거대한 공간을 다양한 경험 섹션으로 채웠다. 꽃 판매 매대(유니클로 플라워), 카페 존(유니클로 커피), 직접 티셔츠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공간(UTme!), 수선 및 자수 서비스 제공 존(리유니클로 스튜디오), 수트 맞춤 수선 존(Custom Order Salon) 등이 대표적이다. 수트 맞춤 수선 존을 마련한 데서 신주쿠에 거주하는 직장인과 글로벌 출장객까지 고객으로 염두에 두었음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의류가 아닌 커피나 꽃을 판매하는 공간을 마련한 점이 눈에 띈다. 유니클로 커피 존에서는 커피와 맛차 라떼, 사과주스 등 음료와 디저트를 주변 카페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한다. 디저트로는 신주쿠 인기 디저트 숍의 케이크와 당고를 갖춰, 이 지점을 방문할 또 다른 이유가 되도록 했다.

꽃 매대는 1층 입구에 비치해 거리를 오가는 이들 누구나 가볍게 꽃을 구매할 수 있다. 일상복뿐 아니라 일상을 채우는 요소를 다각도로 제공하겠다는 브랜드의 지향을 가늠케 하는 부분이다.

2. 오이와케당고가 프린팅된 UT

지역 커뮤니티와 연결하는 브랜딩과 마케팅

석촌호수와 야구장, 롯데월드타워 등 잠실 풍경을 담은 영상을 전시하는 롯데월드몰점, 서예가 김상지의 작품을 전시한 경주점…. 이처럼 유니클로는 지역사회와의 협업을 중요하게 여겨 매장 기획 시 입지의 특성을 반영한다.

혼텐점에서도 ‘신주쿠’라는 입지를 활용한 유무형 콘텐츠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그중에서도 유니클로 티셔츠인 ‘UT’ 존이 백미. 유니온 레코드(레코드점), 오이와케당고 본점(당고집), 키노쿠니야(서점), 나카무라야(레스토랑), 타카노 후르츠파라(과일 전문점) 등과 협업한 개성 있는 티셔츠가 진열돼 있는데, 티셔츠와 더불어 각 매장의 대표 제품 모형을 함께 배치한 디스플레이가 보는 재미를 준다.

엔도 마사히로 유니클로 마케팅 임원은 협업 매장 선정에 대해 “신주쿠에 본점이 있거나 메인 매장이 있는 곳으로 선정했다.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매장과 함께하는 것은 유니클로에게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한 혼텐점 오픈에 맞춰 발행한 〈신주쿠 백화가(쇼핑 거리) 가이드북〉에는 알찬 정보와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식, 문화예술, 쇼핑 등의 카테고리로 분류한 스폿 정보부터 기타리스트, DJ 등 신주쿠와 연이 깊은 인물들의 이야기까지 한 권으로 소개한 것. 이 책자는 오픈 기간 방문한 고객에게 증정하며 온라인에서 PDF로도 배포한다.

3. 화가가 유니클로 창문에 그린 꽃

로컬 아티스트와의 협업

혼텐점은 도쿄점, 긴자점에 이어 도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매장이다. 대규모 매장 곳곳에 로컬 아티스트들의 손길이 묻어 있다. 우선 전체 공간 디자인을 맡은 사람은 원더월(Wonderwall) 건축사무소의 카타야마 마사미치(Masamichi Katayama). 미국 뉴욕 유니클로, LA 베이프 스토어, 프랑스 파리 콜레트, 도쿄 하라주쿠 나이키 스토어 등 유명한 상공간을 여럿 담당한 바 있다. 여러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으로 유니클로와 여러 번 협업해 온 카타야마 마시미치는 혼텐점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압도되는 쇼핑 경험을 하도록 공간을 디자인했다.

화가 사사키 카나코(Sasaki Kanako)는 1층의 니트 컬렉션 존과 유니클로 플라워 존, 2층의 니트/메리노·수플레 존과 퍼프테크 존, 3층 진(JEANS) 존의 비주얼을 담당했다. 붓의 질감이 느껴지는 과감한 터치가 공간에 역동성을 불어넣는다. 특히 창문에 페인트로 그린 꽃 그림은 유니클로 플라워 존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한편, 매장 밖 행인에게도 바라볼 거리가 되어준다.

UT 존에는 신주쿠의 가게들과 협업한 컬렉션을 입은 마네킹들이 서 있다. 재미있는 건 마네킹의 머리 부분. 커리가 유명한 가게 ‘나카무라야’와 협업한 티셔츠를 입은 마네킹의 머리는 커리 주전자와 숟가락으로, 과일 전문점 ‘타카노’와 협업한 티셔츠를 입은 마네킹의 머리는 갖가지 과일로 장식돼 있기 때문.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치가 돋보이는 헤드피스는 코자키 쿠니오(Kunio Kohzaki)가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헤어&헤드 피스 아티스트인 그는 광고와 패션신을 오가며 활동하면서 개인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혼텐점 UT 헤드피스는 스트리트 컬쳐를 바탕으로 디자인했다고. 혼텐점에 방문한다면, 디테일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는 그의 작품을 체크해 보자.

4. 유니클로 안에 또 다른 브랜드 숍이 있다?

혼텐점 쇼핑 팁

유럽과 미국 유니클로에서만 만날 수 있는 컬렉션을 혼텐점에서 만날 수 있다. 유럽과 미국의 패션 트렌드를 반영한 컬렉션을 아시아권 매장 중에서는 혼텐점에서만 선보이는 것. 세계의 유니클로 매장 중 본점이 되겠다는 콘셉트에 따른 기획으로, 신주쿠 여행 중이라면 쇼핑에 참고해도 좋겠다.

PLST, 꼼뜨와 데 꼬또니에(Comptoir des Cotonniers), 프린세스 탐탐(Princesse tam.tam) 등 유니클로의 모기업 패스트리테일링 그룹 산하 브랜드의 매장이 숍인숍(Shop-in-Shop)으로 입점했다. 유니클로와 별개로 숍인숍 매장 매니저가 근무하며 쇼핑에 도움을 준다고. 유니클로 제품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옷들을 둘러보며 취향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특히 PLST는 일본에서만 판매하는 브랜드인데, 띠어리(Theory)의 자매 브랜드이니 띠어리를 좋아한다면 살펴볼 만하다.

글 김유영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유니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