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F의 새로운 챕터의 시작은 0.1mm의 가느다란 선으로 대상을 그리는 아티스트 티보 에렘과 함께한다. 뛰어난 관찰자이자 수집가인 그는 건축과 자연에 대한 특별한 애정으로 촘촘하고 세밀하게 대상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는 ‘콘크리트 드림’이라는 제목 아래 신작 유토피아 시리즈를 선보인다.
브루탈리즘을 기반으로 한 상상의 건축물 시리즈, ‘유토피아’는 전시장 2층에 마련됐다. 지난 5월 아트부산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이 시리즈는 기존의 작품과 달리 모노톤의 미니멀한 작품이다. 전시의 제목처럼 철골과 콘크리트를 그대로 노출시킨 브루탈리즘 양식에 상상력을 더해 자신만의 건물을 완성했다.
얼핏 단순해 보이나 하나의 선과 면마다 작가만의 치밀한 표현력을 볼 수 있다. 외형을 따라 제작된 프레임은 마치 건축의 일부인 양 작품을 단단하게 지지한다. 그의 유토피아는 생명력을 가진 식물 그림과 함께 전시되며, 패션 브랜드 에이카 화이트와 함께한 협업 상품을 전시장 한편에서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전시장 1층에서는 북촌에 자리한 찻집, 월하보이를 그의 시선으로 담아낸 그림과 함께 티 세레모니 세션을 진행한다. ‘달 아래, 차를 마신다’는 뜻의 월하보이는 주은재 팽주가 고심하여 선별한 차와 다구, 차문화를 나누는 공간이다. 보이차를 주로 소개하는 이 곳에서는 차를 비롯해 수집한 골동품, 찻잔 등을 통해 켜켜이 쌓인 시간을 눈과 코, 입으로 느낄 수 있다고.
수십년 발효된 보이차를 길들인 다구에 알맞은 온도로 우려내어 온전히 음미하는 것은 티보 에렘의 그림과도 닮아있다. 충분한 시간을 요하는 것, 그리고 기꺼이 시간을 내어 대상을 꼭꼭 씹어본다는 것, 이 둘이 함께 하게된 이유이다. 티보 에렘의 〈콘크리트 드림〉전시는 오는 22일까지 운영된다고 하니,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기간 내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글 이신영 콘텐츠 매니저
자료 제공 워킹위드프렌드 @workingwith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