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알아두면 좋은 트렌드 소식을 엄선하여 받아보기

2021-08-11

코로나19 이후의 인류의 운명

강이연의 프로젝션 맵핑.
‘앤트로포즈Anthropause’, 직역하면 ‘인류 일시정지’라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코로나19 이후 만들어진 신조어로, 국가 간 여행이 가로막히고 도시가 셧다운 된 팬데믹의 상황을 함축한다. 그러나 이것은 질병 감염의 위험으로 둔화된 인간의 활동만을 말하지는 않는다. 도시에 공백이 생기자 출몰하기 시작한 야생동물, 수십 년 만에 오염 수치가 떨어져 제 색을 되찾은 하늘, 관광객이 급감하고 나서 비로소 자정능력을 회복한 해수 등, 인간과 공생관계인 자연의 크고 작은 변화를 함께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무분별한 착취·개발과 과잉 생산·소비가 몰고 온 인류세Anthropocene의 문제가 신종 바이러스 감염병 대유행의 사례로 출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은 공감을 더해가고 있다. 생태계는 인류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든 현존하는 위험에 대한 경종을 울릴 것이고, 우리는 언제나 그 신호를 듣고 응답하며 자성할 위치에 있다.
Yiyun Kang

 

그리고 여기, 국내외 예술계에서 활발하게 활약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독자적인 시각 언어와 뉴 미디어 기술 매체의 특성을 발휘하여 동시대에 필요한 이야기를 더해가는 작가가 보인다. 강이연 작가는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타이베이 현대미술관,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바이시티 도시건축 비엔날레 등의 전시 참여 이력을 갖고, 국내에서는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CONNECT BTS, 파라다이스 시티 드로잉 소셜 버블 프로젝트 등에서 작업을 선보여왔다.

 

<강이연 : 앤트로포즈>에서는 강이연 작가의 진중한 시대의식이 가미된 신작 <유한Finite>, <무한Infinite>과 이들 작업의 설계도 격인 드로잉 작품이 전시된다. 관람객의 신체를 압도하는 거대 스케일의 영상과 웅장한 사운드로 전율마저 이는 공감각적 작업이 인상적이며, ‘앤트로포즈’라고 붙여진 전시 제목에서 드러나듯 지금 인류에 닥친 위기 상황을 환기하는 예술적 메시지가 강한 여운을 주고 있다.

 

Yiyun Kang, Finite, 2021, Immersive audio-visual installation/5 projections, 12-chnnel audio duration: 6' 20", Courtesy of the artist&PKM Gallery

 

유한 Finite

 

갤러리 내 구획된, 어두운 공간의 사면과 바닥에 서서히 영사되는 6분여 길이의 디지털 영상과 열두 개의 채널에서 송출되는 음향이 가미된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작업이다. 숲과 도시, 확산과 파멸, 생성과 증발의 이미지가 공간을 휘몰아치며 몰입감 있게 전개되는 동안, 지구와 인류의 역사적 연대기가 대사 없이 심상에 전달된다. 작가는 1·2차 세계대전 당시 녹음된 소리, 실제 전시장에서 연주한 첼로 등의 악기음을 사용하며 다중의 시공간 사운드를 교집했으며, 감각적인 음률과 스펙터클한 폭발음을 조화시켜 영상의 서정적이면서도 광대한 이미지에 조응하게 했다. 영상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점차 어둠 속으로 페이드아웃되는 소멸, 즉 유한의 이미지는 마치 흩날리는 얇은 종이 조각처럼 공중으로 사라지고, 이 연약하고 미적인 움직임은 망각해서는 안 될 인류의 운명을 역으로 강력하게 상기시키는 미장센으로 보인다. 같은 방식으로 휘발되어 사라지는 거대 산맥 역시 디지털 이미지의 허무한 상실감과 함께 허공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Yiyun Kang, InFinite, 2021, Moving projection instllation, 1.5m diameter rotating object, motor, projector, computer duration: 1' 45", , Courtesy of the artist&PKM Gallery

 

무한 Infinite

 

금속 테두리를 한 원형 스크린에 빛이 투과, 흡수, 반사되어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천장에 매달린 이 설치 조형물은 끊임없이 회전하면서 이를 에워싼 벽면에 빛을 반사해 영속적인 무빙 이미지를 전개해나간다. 1880년부터 현재까지, 150년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을 조사한 작가가 이를 작품이 산란해내는 빛의 움직임 속도에 반영한 작업이다. 서로 순환하고 교환되는 자연의 순리를 묘사하듯 이들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지속적으로 돌고 회전하며 그 주위를 환영으로, 동시에 우리 인식을 사로잡을 개념들로 주조한다.

 

<강이연 : 앤트로포즈>는 각기 ‘무한’과 ‘유한’으로 표명된 거대 관념이 하나의 장소 안에서 경계를 치고 공명하는 전시다. 강이연은 테크놀로지로 깊이를 변형시킨 공간 안에 관람객을 낯설게 위치시키고 감각을 매료시키는 한편 그 이면을 보도록 한다. 이어 팬데믹으로 일약 정지된 상태의 우리가 이전과는 어떻게 다른 사유와 성찰로 종전의 관념들을 새로 정립하고 위기를 극복할지 질문한다. 어떤 대답이 우리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까. 앤트로포즈, 지금이야말로 운명의 기로 사이에 멈춰진 시간이다.

 

 

오정은

자료 협조 PKM갤러리

장소
PKM갤러리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7길 40)
일자
2021.07.21 - 2021.08.21

콘텐츠가 유용하셨나요?

0.0

Discover More
코로나19 이후의 인류의 운명

SHARE

공유 창 닫기
주소 복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