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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9

바다를 환하게 밝히는 형광조각

해양 쓰레기에서 포착한 가능성.
버려진 물건에 새로운 쓰임을 더하는 금속 공예가 이혜선 작가의 개인전 <형광조각(形光조각)>이 오는 2021년 9월 5일까지 KH 필룩스 조명박물관에서 열린다.
전시 전경 ©조명박물관

 

이혜선 작가는 해양 쓰레기를 재료로 조명과 모빌 등 다양한 오브제를 제작하고 있다. 2016년, 바다에 버려진 물건으로 작품을 만드는 단체전에 참여한 것이 계기였다. 용도를 잃고 바다를 떠도는 각종 플라스틱과 그물, 낚시찌와 같은 잡동사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포착해 ‘손 등대’로 재탄생시켰다. 밤바다를 항해하는 선박들에 없어서는 안 될 등대처럼, 바다에 버려진 물건도 다시 필요한 존재로 거듭나길 바랐다고.

 

©김지은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거쳐 완성한 ‘손 등대 시리즈’를 선보인 자리가 <형광조각(形光조각)>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능 위주의 조명에서 벗어난 작품이 주를 이룬다. 다양한 형태(形)의 조명(光) 오브제와 함께 최초로 공개된 신작도 만나볼 수 있다. 일상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버려진 물건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이혜선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재료의 선순환을 이야기한다.

 

011117협재 ©이혜선
HOPE ©이혜선

 

비치 코밍을 통해 수집한 물건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데, 재료를 선별하는 특별한 기준이 있나요?

초창기에는 랜턴의 갓이나 손잡이를 제작할 때 재료로 쓰는 부표 위주로 모았어요.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전혀 생각도 못 했던 물건을 이용해 재미있는 구조를 완성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당장은 사용하지 않더라도 보이는 데로 전부 수집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적당한 쓰임을 찾게 되니까요. 이전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 ‘011117 협재’의 바닥 부분에 빨간 부탄가스 뚜껑을 사용하고, ‘HOPE’ 작품의 갓 부분에 노란색 어린이 장난감 파츠를 적용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적절하게 매치하기가 쉽지 않아서 디자인 구상에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제 자리를 찾은 듯 잘 어우러지더라고요.

 

©조명박물관

 

이번 전시는 총 두 개의 전시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각 공간마다 작품을 어떻게 큐레이션했나요?

바다 쓰레기로 랜턴 시리즈를 작업하기 시작한 2016년 이래로 지금까지의 작품을 집약한 1전시실, 그리고 랜턴 작업에서 오브제의 비중을 높인 작품을 전시한 2전시실로 구성되어 있어요.

 

손등대-1 ©이혜선

 

우선 1전시실은 작품뿐만 아니라 작업할 때 사용하는 공구와 재료, 작업 과정을 담은 영상, 그리고 비치코밍 당시에 찍은 사진 등을 아카이빙한 공간이에요. 저의 첫 랜턴 작품인 ‘손등대-1’ 부터 가장 최근에 만든 ‘FLOW’ 작품까지 전시되어 있답니다. 작업의 발전 과정과 흐름을 한눈에 살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조명박물관

 

이어 2전시실에서는 비교적 큰 사이즈의 작품과 함께 모래가 연출된 것이 특징이에요. 랜턴 작업은 주로 작은 디테일에 신경 쓴 반면, 스케일이 큰 작품은 전체적인 비율과 형태에 중점을 뒀어요. 첫 시도이다 보니 불안 요소가 많아 화려한 디자인을 덜어내고 마감과 완성도에 집중했습니다. 생각했던 그림이 그대로 구현되었고, 서로 다른 형태가 시리즈처럼 어울려서 무척 만족스러웠어요.

 

©조명박물관

 

또한, 새롭게 작업한 작품 중 모빌 형태의 조명을 만나볼 수 있는데요. 가장 나중에 완성된 작업인데 마음에 쏙 들더라고요. 기존에 작업했던 모빌의 연작으로, 빛의 움직임과 그림자를 동시에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어요. 다음 전시는 모빌 조명으로만 채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전시장 바닥에 실제 모래가 깔린 점이 인상적인데요. 사용된 양이 약 2톤 정도의 무게라고요. 준비하기 쉽지 않았겠습니다.

이번 공간 연출은 *미식mee seek의 안서후 대표님께서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셨어요. 저는 “1전시실은 아카이빙 공간, 2전시실은 모래가 깔렸으면 좋겠어요.” 정도의 그림만 제시했는데, 이렇게 근사하게 완성해 주실 줄은 몰랐어요. 특히 금속이 모래 속 염분과 만나면 부식되기 때문에 염분이 없는 모래를 부탁드렸거든요. 그래서 바닷모래가 아닌, 강에서 모래를 공수해 오게 됐어요. 전시장에는 20kg 무게의 모래를 100포대 정도 사용했는데요. 전시장을 채울 정도면 모래가 어마어마하게 필요해서 연출을 조금 변경하며 조율했죠. 운송부터 전시장 내 반입까지 어느 하나 쉽지 않았지만, ‘KH필룩스조명박물관’의 관장님과 많은 직원분들이 물심양면 지원해 주신 덕에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미식 크루를 비롯해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요.

 

* 미식은 갤러리 겸 티 카페로, 아름다운 음식을 의미하는 미식(美食)에서 식(食)이라는 단어를 ‘알다’라는 뜻의 식(識)으로 치환했다. 아름다움을 끊임없이 의식하며 대상을 새롭게 알아가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지은 이름이다. 아트퍼니처와 오브제들을 전시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동시대의 작가들과 협력하고 있다.

 

©조명박물관

 

놓치지 말아야 할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요?

부끄럽지만, 아카이빙 공간에서 먼저 저의 인터뷰와 작업 영상 등을 두루 살펴본 이후 2전시실로 이동하는 동선을 추천해 드려요. 제 작품을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미식 대표님과 저, 작품 설치 날 함께한 작가님들이 합심해 완성한 모래 연출도 세심한 정성을 기울였으니 꼭 감상시기를 바라요. 마지막으로 전시장 입구에는 작품을 설치하며 촬영한 타임랩스가 있는데 보고 가시길 권합니다.

 

©조명박물관

 

추후 작업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랜턴 작업을 꾸준히 연작으로 진행하며 많은 사람이 바다 쓰레기로 만든 조명을 접할 기회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상품성 높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연구하는 중이고요. 가볍게 시도해 볼 수 있는 클래스나 워크숍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인 큰 작업을 기반으로 좀 더 작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에요. 작은 작품의 디테일한 부분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도 있지만, 큰 사이즈의 작품은 좀 더 다양한 요소를 다룰 수 있거든요. 작품 자체의 존재감도 크고요.

올해는 제가 그동안 시도해 보고자 했던 여러 방향의 작업을 펼칠 수 있는 자리가 많았어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9월에 개막하는 ‘2021 청주공예비엔날레’에도 랜턴 작품을 출품해 전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형광조각- 形光SCULPTURE – 다양한 형태를 가진 조명, 조각>
시간 10:00 ~ 17:00 (휴관 없음)
*방문 시 네이버 예약 필수
 
사진 김지은
그래픽 디자인 DUST
공간 연출  미식

 

 

김세음

자료 협조 이혜선 

장소
KH 필룩스 조명박물관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광적로 235-48)
일자
2021.07.02 - 2021.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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