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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9

집을 오가며 기록한 파도의 얼굴

샘앤지노의 Wave 연작.
부산 영도 복합문화공간 ‘스크랩’에서 샘앤지노Sam&Jino의 연작 ‘Wave’ 전시가 진행된다. 텀블벅에서 열띈 응원을 받았던 ‘Wave’ 연작은 작은 섬에서 나고 자란 강지노 작가가 배를 타고 집을 오가며 포착한 다양한 파도의 모습을 기록한 작업이다. 공기처럼 당연했던 집 앞 바다의 풍경을 새롭게 들여다 보는 시간 속에서 마주치는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일렁이는 파도가 간직한 평온하거나, 힘차거나, 두렵거나, 슬프거나, 먹먹한 모든 감정을 스스로에 빗대어 끊임없이 탐구한다.

샘앤지노는 오늘도 파도를 바라보며, 그 위를 유영했던 과거의 어린 자신에, 현재의 나와 미래의 삶에 대해 막연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파도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하고, 샘앤지노는 그 위를, 그 위에서 발견하는 삶을 항해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스크랩 전시 전경

 

Interview 샘앤지노

 

바다와 파도에 관심을 두게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욕지도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났어요.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고, 부모님은 아직 섬에 살고 계세요. 본가로 가는 배 안에서 바다와 파도를 보는 걸 좋아하는데, 사진으로 몇 컷 남겨둔 게 “Wave”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같은 파도를 보는데도 서로 다른 감정을 느끼는 지점이 신기하고 묘해서, 파도를 더 많이 찍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파도를 포착하는 순간 주로 어떤 생각들을 하나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약 1시간 정도 주로 배 위에서 파도를 찍습니다. 마음에 드는 파도는 언제 나올지 모르니까 정신을 잘 차리고 있어야 해요. 안 그러면 금세 다 흘러가 버립니다. 특별한 생각을 하지는 않아요. 다만 파도 역시 사람처럼 그날 그날 다양한 표정을 갖고 있어서 매번 다른 모습, 다른 얼굴을 찍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wave 5

 

Sam&Jino에게 파도(Wave)어떤 의미인가요?

제게 파도는 평화롭고, 쓸쓸하고, 두렵고, 먹먹한 감정을 모두 느끼게 하는 존재인 것 같아요. 엄마가 큰 누나를 배 안에서 낳았어요. 병원으로 가던 길 바다 한가운데서 누나가 태어났죠. 제가 아주 어릴 때 한밤중에 엄마가 갑자기 쓰러진 적도 있어요. 동네 분들께 급하게 연락해서 배를 빌려 타고 육지로 갔는데 그때 배 위에서 바라본 어두운 바다의 모습은 잊히지 않아요. 또한 욕지도에는 고등학교가 없어서 17살부터 혼자 육지로 올라가 살았지요. 가족들과 다 같이 산 시간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더 길어요. 섬을 떠나고 보니 이런 경험이 결코 흔한 일이 아니란 걸 알게 됐어요. 바다를 곁에 두고 살면, 생명이 탄생하고 생이 소진되는 일, 만나고 헤어지는 일도 계획할 수 없고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아요. 그래서인지 집을 오고 갈 때마다 늘 보는 풍경인데도 파도를 보면 복잡한 기분이 들어요.

 

wave 6
wave 7

 

파도를 찍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 있나요?

아버지가 태풍이 올 때의 파도가 정말 멋있다는 얘기를 종종 하셨어요. 실제로 아버지는 해일을 보신 적이 있었거든요. 아무리 멋있어도 그건 못 찍겠다는 생각을 조용히 하고 있었죠. 그러다 작년 겨울에 집에 내려가 다음 날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가는 일정이 있었는데 폭풍주의보가 내려서 육지로 나가는 배가 모두 끊긴 거예요. 다행이 늦은 오후쯤 마지막 배가 뜬다고 해서 그 배를 타고 여느 때처럼 배 위에서 파도를 찍었어요.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배가 흔들리고, 거센 바람이 부는 최악의 날이었는데 그 배 위에서 정말 무섭고 동시에, 아름다운 파도를 봤어요. 마치 가장 어렵고 힘든 순간에만 볼 수 있는 드문 장면이라 생각되어, 사진을 찍던 게 기억납니다.

 

wave 1
wave 3
wave 9

 

Wave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나 감정이 무엇인가요?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집 앞에 공원이나 한강이 있듯이 저에게는 바다가 있었어요. 익숙하고 당연했던 풍경을 사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제가 살아온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지금 드는 감정도 제대로 들여다볼 기회가 된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후련한 마음도 들고, 의미 있는 작업이에요. Wave 작품을 보는 분들 중 누군가는 아름답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슬프다고도 하시더라고요. 파도를 보는 각자의 생각과 현재의 감정이 파도에 투영되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어요.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된 작업이지만 누구에게나 각자의 파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파도를 바라보면서 다가오는 감정들을 차분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wave 21

 

샘앤지노Sam&Jino
강지노, 송샘으로 구성된 프로젝트 크리에이터 팀. 오랜 시간 문화 컨텐츠 크리에이터로 일하다 결혼 후 2017년부터 사진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자신과 삶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Hidden Portrait”, “Behind”, “Wave” 등 시리즈 형식의 사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시기획 Sam&Jino, mnmd.
주최주관 스크랩, 캐비넷클럽
후원 썸머소울스튜디오

 

 

소원

자료 협조 캐비넷클럽, 샘앤지노

장소
스크랩 (부산 영도구 해양로247번길 35 2F)
일자
2021.07.30 - 2021.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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