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귀퉁이를 네모나게 오려 낸 듯한 친근하고 반듯한 그림, 일러스트레이터 오하이오가 그려내는 세상이다. 눈부시게 청명한 바다와 반짝이는 물결, 하얀 땅과 포근한 그림자, 햇빛과 습기를 머금은 초록빛 숲까지 그가 화폭에 담아낸 풍경은 충실히, 그리고 아름답게 그날의 날씨와 감정을 품고 있다. 금방이라도 지금 있는 곳에서 창 밖을 내다 보고 오늘의 날씨를 향해 손 흔들며 인사를 건네고 싶어진다. 그런 우리를 내려다 보는 햇님의 시선으로 그린 듯, 그림 속에는 드넓은 풍경 한 가운데 놓인 아주 작은 우리들의 모습이 있다. 오하이오가 한창 무더운 8월의 여름, 각자의 날씨 아래 살아가고 있는 소소한 우리들의 일상에 안부를 건넨다.
Interview 오하이오
쏠트-호를 타고 저 멀리 어딘가를 가리키며 항해하는 그림을 그려주셨어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건가요?
답답한 코로나의 일상과 함께 찾아온 무더위를 피해, 넓고 광활한 바다 한가운데를 넘어 모두가 원하는 시원하고 자유로운 ’그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보면 플랫한 음영과 반듯한 구도가 정갈한 느낌으로 다가와요.
여백이 많고 단순하지만 질감과 음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을 좋아해요. 간결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스토리가 보이는 거죠! 처음부터 의도하며 작업하는 건 아닌데 여러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스타일이 형성된 것 같아요.
계절감이 물씬 나는 일상의 풍경 안에 사람들이 아주 작게 그려져 있기도 하지요.
바쁘게 살다 보면 우리는 가까이 있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데,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자연 속 일부로 존재하고 있는 우리를 보고 싶어요. 그래서 큰 풍경 안에 작은 인물이 등장하고 시선이 멀리 또 위로 가 있는 그림이 많아요.
날씨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그림에 담아낸다고 들었어요. 요 며칠은 계속 땡볕이 지속되고 있는데 오하이오에게 여름이란?
사실 저는 더위에 굉장히 약합니다. 많이 지치고 힘든데, 이상하게 반대로 작업은 더 많이 나오는 계절이에요. 무엇보다 활동적인 계절이기도 하니까, 문득 ‘이런 그림을 그리고 싶다’라는 영감이 더 많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푸른색을 좋아하기도 하고 시원한 그림으로 더위를 떨쳐내려는 것 같아요.
그림을 보다 보면 휴양을 온 듯한 기분이 들어요. 평소 어떤 여행이나 힐링을 즐기나요?
저의 휴식의 숨구멍은 늘 여행이었지만, 요즘엔 코로나 때문에 많이 다니지 못하고 있기에 저도 모르게 그림으로 대신 풀어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평소에는 즉흥적인 여행을 즐깁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 그날 하고 싶은 것 한 가지를 하고 그 장소를 천천히 마음으로 담으려고 합니다. 여행으로 시야를 넓히면, 확실히 그리고 싶은 것들이 훨씬 많아져요.
매거진 삽화, 브랜드 패키지 등 여러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했어요.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요?
<도쿄타워> 리커버부터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의 책 표지 작업을 맡고 있는데요, 이번 신작 <집 떠난 뒤 맑음> 작품도 함께 했어요. 이번에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께서 “표지의 디자인이 개방감이 있어서 기분이 좋네요. 당연한 말이지만, 표지 디자인에 따라 책의 인상은 달라진다는 걸 다시금 느끼고 있습니다.” 라고 하셨다는 말씀을 소담출판사에서 전해 주셨어요. 짧은 문장이지만 저에게 소중한 한 줄이 되어, 그동안의 작업들을 돌아보게 해주는 따뜻한 순간이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집 떠난 뒤 맑음> 표지 일러스트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일상에서 나를 단련하는 루틴 및 리추얼이 있나요?
전 최대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 편이에요. 제 자신을 잘 알기에 숫자의 굴레에서 압박을 최대한 주지 않는 편이죠. 리추얼이 있다면 커피와 음악으로 꼭 하루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저에겐 아침에 눈을 뜨는 것처럼 시작해야 하는 하루의 첫 페이지와도 같아요. 그리고 그림을 그리건 그리지 않건 책상에 앉습니다.
취향의 아티스트나 브랜드가 궁금해요. 오하이오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선우정아, yaeji, 브랜드는 팔로마울을 좋아해요. 그 세 아티스트와 브랜드는 자신이 속한 음악이나 브랜드라는 카테고리에 갇혀 있지 않고, 자신들의 세계와 철학으로 절 초대하는 느낌이 들어요. 뮤지션이든 브랜드이든 경계를 두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고 전달하는 방식 자체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고, 또 시각적으로도 잘 전달해 주는 아티스트인 것 같아요. 매번 그들의 표현력에 감탄하고, 자극도 받고요. 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 보니 특히 비주얼적인 것에 많이 반응합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쏠트-호 by oneslist를 추천하고 싶나요?
자신의 취향을 찾고 시야를 넓히고 싶은 분들께 좋은 플랫폼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그려보고 싶은 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로서 목표가 궁금해요!
제가 꾸는 꿈의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단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지금처럼 꾸준히 그림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기분을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갖고 싶었던 글라스팟에 담긴 식물을 선물 받았어요. 평소 식물킬러 이기도 하고, 여름이라 특히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히포에스테스’라는 식물인데 흙을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하여, 수시로 물을 뿌려주고 있어요. 다행히 잘 자라고 있고, 더운 온도를 이겨내는 식물을 보며 애정을 듬뿍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