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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진
2021-09-29

5년 만의 개인전으로 돌아온 조각가 권오상

물성 탐하는 조각가의 일상 물건 5

사진 조각이란 개념을 제시하며 전 세계를 누비는 조각가 권오상이 5년만의 대규모 개인전으로 돌아왔다. 지난 9월 25일까지 신당동 공간타이프에서 열렸던 <조각의 시퀀스>에서는 ‘비스듬히 기댄 형태’를 비롯해 미드센추리 가구를 재해석한 ‘큐브 체어’와 추상 형태의 두상 ‘헤드’와 양감의 구성을 실험하는 ‘매스패턴스’ 연작이 대중과 만났다.

 

수백 장의 사진을 붙여 사물과 인물을 박제하는 사진 조각 ‘데오도란트 타입’을 시작으로 작가는 평면의 콜라주 ‘릴리프’, 이를 입체화해 일으킨 ‘뉴 스트럭처’ 등을 통해 평면과 입체, 사진과 조각을 오갔다. 2016년 열린 마지막 개인전 이후 작가에겐 쌍둥이가 태어났고 세계는 느닷없는 바이러스에 잠겼다. 20세기 영국 조각가 헨리 무어의 와상에서 모티프를 얻어 가족에 관한 사유를 담은 ‘비스듬히 기댄 형태’ 연작이 시작된 지점이다.

 

가족, 추상성, 코로나 시대 담긴 신작

 

<비스듬히 기댄 형태>에는 인체를 닮은 듯하지만 예상할 수 없는 형태와 의외의 이미지가 섞여 있다. 와상의 얼굴은 슈퍼 모델 지지 하디드. 지금 가장 많은 사진이 찍히는 피사체 중 하나다. 데이비드 호크니, 나탈리나 보디아노바, 유아인 등 작가는 기록물이 많은 인물들을 선택해 왔다. 수천 장의 이미지를 조합하는 작업 방식 때문이다. 완벽하게 연출된 얼굴부터 집 앞을 거닐다 찍힌 뒷모습까지 인물을 촬영한 사진이 많을수록 창작의 가능성이 늘어나는 것.

그리고 여기에는 2019년부터 시작된 두 가지 주제가 추가된다. “조각가 헨리 무어의 와상 시리즈는 세계대전 중 방공호에 숨은 사람들의 실루엣에서 착안했어요. 그 중에는 무엇보다 가족상이 많고요. 오랜 시간 이어지는 코로나 시대 역시 전쟁과 닮아 있다고 생각했고, 2019년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개인적으로도 가족에 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지금 한창 생각하는 것들이 담긴 작업입니다.”

'비스듬히 기댄 형태'. Ⓒ Mijin Yoo
'헤드'. Ⓒ Mijin Yoo
'매스패턴스' Ⓒ Hasisi Park

이 중 ‘매스패턴스’ 연작은 무엇보다도 물건에 집중한 작업. 작가가 지난 2013년 싱가포르 테멘공 레지던스에서 마주한 동아시아의 보물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 작가가 작업실에서 매일 사용하는 일용품을 접붙인 결과물이 주를 이룬다. 이를테면 유구한 역사를 지닌 도자와 치약 케이스가 하나의 탑을 쌓아 올리는 식. 형태도 컬러도 극적으로 다른 물성들이 뒤엉킨 미감은 물론, 물건 안에 담긴 기억의 좌표는 상상할 수 없이 동떨어져 있다. 하지만 구구절절한 해석이 무색하게 작가의 생각은 명확하다.

 

 

“물건들의 주제만 놓고 보면 전혀 어울리는 것 같지 않지만

결국 한 사람(권오상 작가)을 둘러싼 것들이지요.”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 이전에도 작가는 슈퍼카와 모터사이클을 등장시킨 ‘더 스컬프처’, 르망24에 출전하는 차를 손에 쥘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낸 ‘스몰 스컬프처’ 등의 시리즈로 물건과 소유의 담론을 이야기해 왔다. 그가 이토록 물건에 천착하는 이유는 뭘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손에 쥘 수 있는 여러가지 재료를 가지고

만질 수 있는 덩어리를 만들어가는 것이 조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각가란 어쩔 수 없이 물욕이 있는 사람인 거예요.”

조각가 권오상과 나눈

물건에 대한 대화

종류에 상관없이, 물건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살피는 것은.

형태의 잘생김 혹은 성능.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오래 검색하고 예산 안에서 가장 비싸고 좋은 걸 구하고자 노력한다. 남이 잘 안쓰는 걸 사는 경향도 있고.

 

작가의 수집품은 곧장 작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요즈음 빠져 있는 수집품은.

‘다이캐스트*’라 불리는 미니어처 자동차 . 2003년쯤 작품을 준비하면서 수집을 시작해 멈추고 재개하길 반복하고 있다. 차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미니어처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특히 외계인들이 만든다는 소문이 있는 1:18 스케일의 CMC**와 Exoto*** 제품에 매력을 느낀다.

 

*다이(die)라 부르는 금형에 금속을 놓이는 주조(casting) 공법으로 만든 모형들을 총칭한다. 주로 자동차, 선박, 항공기 등 이동수단이 소재가 된다.
**독일의 다이캐스트 모형 제조사. 이들의 모형은 정확한 조형은 물론 차 문을 열고 닫거나 핸들을 돌릴 수 있는 정교함으로 유명하다.
***미국 캘리포니아를 기반으로 한 자동차 모형 제조사. 자동차 액세서리 제조로 시작해 미니어처 모델의 품질이 널리 인정받으며 손꼽히는 브랜드가 됐다.

권오상의 생활 반경 안에 있는

일상 물건 5

Courtesy of AUDI

 

2007년 이후 14년째 타고있다. 적산거리 20만 km가 넘었다. 발매 당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아직도 아름다워 보인다. 탁월한 성능은 물론이다.

Courtesy of Breville

일단 커피맛이 좋다. (웃음) 형태가 단순하고 아름답다는 점도 좋다.

Courtesy of MV AGUSTA

십 년이 넘게 가지고 있었는데 타지 않고 거의 모셔두고 있다. 공산품으로 나오는 바이크 중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 바이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형태를 가지고 있는데, 특히 엔진부 부품들의 디자인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 광장한 성능임을 짐작하게 한다. 이 회사의 슬로건인 “모터사이클 아트”에 걸맞게 조각품을 한 점 산다는 마음으로 구입했던 기억이다.

콘탁스는 지금은 사라진 회사가 됐지만 십여 년 전까지는 라이카와 경쟁하던 세계 최고의 필름카메라 브랜드였다. 칼자이스 렌즈를 달고있는 이 카메라는 휴대용 자동카메라로, 찍으면 무조건  멋진 사진을 만들어주는 카메라다. 아직도 많은 사진가들이 이 카메라를 이용한다.

courtesy of JAEGER-LECOULTRE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시계회사의 제품이기도 하고 결혼식 때 받은 시계라 더 소중하다. 몇년 전에 단종되어 구하기는 어렵지만, 문페이스와 파워 리저브 표시가 멋지게 구성돼 있다. 일단 아름답다.

에디터
CURATED BY 유미진
타임라인을 훑으며 멋진 것들을 좇는다. 17년 된 자동차를 타고 오늘의 팝업스토어로 향하고, 19세기 의자에 앉아 BTS의 싱글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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