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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0

여덟 작가의 놀이하는 사물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하반기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원형전시실로 들어서면 ‘놀이하는 사물’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연상되는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장난감과 거리가 먼, 알루미늄 포일 느낌의 은박 벽이 거대한 전시실을 채우고 있다. 그중에는 시계나 호두 깨는 장치 등 꽤 실용적인 작품도 있다. 어떤 작품은 제품처럼 느껴지고, 어떤 작품은 미완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참여한 팀은 총 여덟 팀이지만, 많은 인원의 단체전 못지않게 버라이어티하다.
전시 포스터
이광호

 

우선 최근 많은 관심을 받는 이광호 작가의 직조물 오브제부터 ARR과 함께 하는 공간 프로젝트 그룹 NOL의 공간 디자인까지 곳곳에서 그의 작업을 만날 수 있다. 이광호 작가의 KLO는 아모레퍼시픽 본사부터 맹그로브 신설까지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데, 유년 시절 직조를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걸 본 경험이 지금의 시리즈를 있게 만들었다고 한다.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저마다 다른 형태의 매듭으로 구성된 작품들이다.

 

서정화

 

서정화의 작품 역시 스타필드 하남부터 워커힐까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그의 작품 역시 때로는 가구라 불리고 때로는 작품이라 불린다. 그는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소재의 색과 질감은 물론 공간과의 합 등을 고려한 작품을 선보인다. 그 안에는 주제와 메시지가 담겨 있고 구조적 아름다움도 있다. “평소에 수집한 사물들을 정물화 그리듯 배치해 보고 감상하는 시간이 많습니다”라고 직접 말한 것처럼, 그리고 얼핏 디자인에 무감한 이들이 보더라도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흥미로움이 가득한데, 사람들이 그를 ‘작가주의 디자이너’라고 부르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신혜림

 

신혜림의 작품은 스케일에서도, 구성에서도 많은 경험이 녹아 있다. 전시장에 적혀 있는 해시 태그인 #반복된시간#마음의지도 처럼 작품은 시간의 기록과도 같다. 작가 개인의 경험과 기억이 반영되어 있는 동시에 보는 이의 그것 또한 꺼내며 각자의 해석과 감상을 낳는다. 같은 이름으로 선, 그리고 면으로 구성된 두 작품이 존재하는데, 각 작품이 어떤 재료들이 모여 엮여 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좋을 것이다.

현광훈

 

금속공예가이자 시계를 만드는 현광훈의 작품은 보면 볼수록 놀랍다. 그는 시계와 카메라 등 어마어마한 기술과 디테일, 세밀함을 요구하는 작품을 제작해왔다. 이광호, 서정화처럼 큰 규모는 아니더라도 작품과 제품이라는 개념이 모호해지는 경계를 흥미롭게 탐구할 수 있다. 구조적 미학부터 아날로그의 감성, 그리고 멋진 비주얼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이상민

 

구조적인 흥미로움은 크래프트브로컴퍼니의 이상민 작가의 작품에서도 찾을 수 있다. “재미 삼아 만들기 시작한 게 전시장에 전시될 줄 몰랐다”며 웃었던 그의 작품은 어딘가 묘하게 보는 사람에게도 재미를 주면서 동시에 이것저것 더 들여다보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또한 지금까지 의자, 책상, 테이블 등 제품과 작품의 경계에 있는 것들을 만들어 왔다. 지금까지 선보여 온 가구의 재료인 월넛 목재로 호두 까는 장치를 만들었다는 것이 재미있다.

 

이준아
이헌정

 

섬유를 소재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는 이준아 작가와 도예부터 설치, 드로잉까지 영역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작품을 선보여 온 이헌정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계적인 인지도를 지닌 이헌정 작가는 작품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데 성공한 예술가이며, 니트 작가로 잘 알려진 이준아 작가는 참여 작가들 중 가장 경계의 한가운데 있는 작가가 아닌가 싶다.

 

 

박준우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경기도 과천시 광명로313)
일자
2021.06.10 - 202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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