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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19

욕실 문화를 예술로 바꾼 공간

로얄앤컴퍼니 화성센터.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 욕실 문화를 만들어 온 로얄앤컴퍼니. 경기도 화성에는 전국에 흩어진 공장을 한데 모아 2015년에 완공한 공장이 있다. 3만 평 규모의 로얄 화성센터는 제조 공장을 비롯해 연수원, 교육센터, 욕실용품 아울렛은 물론 전시 갤러리도 있다. 제조 공장을 둘러보다 감동한 부분이 있다. 수전과 비데가 실제로 제작되는 공장 내부였지만 층고가 높고 햇볕이 잘 드는 본관 가장 높은 층, 가장 좋은 장소에 직원 식당과 휴식공간을 둔 것이다. 단정하고 위생적으로 관리되는 공간에서 직원을 아끼는 마음이 느껴졌다.

본래 실내 테니스장이었던 본관 4층은 최근 브랜드를 오감으로 체험하는 카페, 로얄엑스 클럽 ROYAL X CLUB 으로 변신했다. 뉴욕 피터 마리노, 파리 피에르 이브 로숑, 런던 SOM 사무실에서 일한 디자이너 황유정이 공간을 총괄 디렉팅했다. 곧 오픈을 앞둔 2,400평의 로얄엑스 클럽은 젊고 신선한 아이디어, 글로벌한 감각으로 무장한 로얄앤컴퍼니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다. 제품 전시뿐 아니라 타일 랩과 체험형 욕실 디자인 컨설팅 서비스까지 욕실 업계 최초의 옴니버스 채널 공간으로 꾸며진다.

 

Interview 김세영

갤러리로얄 대표

 

로얄엑스는 강남에 위치한 갤러리로얄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갤러리로얄은 도심 속에서 휴식과 재충전을 줄 수 있는 공간이에요. 쇼룸은 실제 집의 모습을 반영했고 갤러리 전시 역시 일상과 밀접한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로얄엑스는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하고, 그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곳입니다. 공장과 R&D 공간이 있는 화성센터만의 장점을 살린 것인데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카페 ‘클럽’에서는 오감을 체험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화성시와 함께 운영하는 메이커 스페이스 ‘ACT Ground’에서는 최고의 장비를 활용해 시제품을 만들어볼 수 있습니다. 화성시문화재단과 협업하는 전시는 관객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있어요.

 

최지영 디자이너는 손을 대지 않아도 작동 가능한 센서인 '터치리스' 기술에서 영감을 받은 'X 형상'의 모션 센서 라이팅 작업을 선보인다.

 

로얄엑스의 ‘엑스(X)’는 경험과 협력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요.

로얄엑스는 동반성장의 가치를 추구하는 공간 플랫폼입니다. 다양한 파트너들이 함께 한다는 뜻이에요. 50년 역사의 로얄앤컴퍼니 연구소에서 품질을 인정한 여러 욕실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어 바스 스토어에서 200여 사의 제품을 소개하고 있고요. 소상공인에게 첨단 제조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 하는 화성시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방문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아 경험(eXperience), 협업을 뜻하는 기호 ‘X’를 이름으로 지었어요. 미지수를 뜻할 때도 ‘X’가 쓰이는데, 이곳의 많은 활동이 뜻밖의 재미있는 결과를 가져오면 좋겠습니다.

 

갤러리 가든 (위), 파운틴 테라스(왼), 플라워 필드(오). 간삼 건축 조경팀이 전체 리뉴얼 기획을 진행했다.

 

파운틴 테라스, 플라워 필드, 갤러리 가든 등의 야외 공간도 근사해요.

간삼 건축의 조경팀(김훈연 수석)에서 야외 공간의 전체 리뉴얼을 진행했는데, 각 공간을 자연이 연결하고 있습니다. 파운틴 테라스는 물이 흐르는 공간이에요. 물과 관련한 기업인 만큼 각별한 장소예요. 플라워 필드는 2-3주 간격으로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갤러리 가든은 저녁 시간을 추천하고 싶어요. 은은한 조명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거든요.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클럽’에서 차를 테이크아웃해서 갤러리 가든으로 내려오면 별천지에 온 듯한 평화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현재는 <X라는 이름의 아레나: 화성의 내러티브>라는 이름으로 도시 공간 전시가 진행 중이에요. 화성시문화재단과의 협업으로 진행되는 이 전시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면요?

디자이너와 작가, 사진가와 설치미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조화를 이루어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을 선보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음악 콘서트, 연극, 퍼포먼스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라 독특한 성격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요. 천경우의 설치 미술전, 뮤지션이자 작가인 백현진의 전시가 올해 예정되어 있습니다.

 

 

로얄엑스 클럽

 

참여, 영감, 창조, 휴식, 즐김이라는 주제 아래 브랜드를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물’과 ‘행복’을 키워드로 욕실 문화에 영감받은 라운지와 갤러리, 그리고 3개의 스튜디오로 이뤄진 공간 디자인을 살펴본다.

 

 

Interview 황유정

스튜디오 유정 디자이너

 

원래 실내 테니스장이었던 곳을 로얄엑스 클럽으로 변신시켰습니다. 처음 장소를 보고 느낌이 어땠나요?

‘Love at first sight’ 이랄까요? 높은 천고와 탁 트인 공간에서 엄청난 가능성을 보았어요. 그래서 이곳이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로얄만의 브랜드 가치를 전시하고 욕실 문화의 선구자 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공간이면 훨씬 값진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크고 개방된 구조를 최대한 살리면서 친밀한 느낌을 주기 위해 대칭적으로 공간을 구획하고 다른 콘셉트의 박스를 배치하여 다이내믹한 연출하려 했습니다. 큰 면적이지만 아기자기함을 느낄 수 있고, 곳곳에서 숨은 이야기와 아름다운 순간을 찾는 재미가 있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욕실 문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판타지 공간'을 구현했다. 사진 : 홍기웅​

 

공간을 설명할 단 하나의 단어를 꼽는다면요?

‘환상적인 욕실 나라로의 초대’, 바로 판타지가 메인 키워드였어요. 일상의 욕실 모티프를 이용해 ‘상상할 수 있는 욕실의 끝’을 보여주자는 욕심이 있었어요. 욕실과 판타지라는 단어가 연관이 잘 안될 수도 있어요. 국내에서 욕실이라는 콘텐츠가 많이 다루어진 소재가 아니기에 좀 더 자유분방하게 표현해보고 싶어 판타지를 선택했지만 한 단어로는 부족합니다. 전략을 짜면서 4가지를 만족시키는 클럽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참여하고 Engage 영감을 받고 Inspire 창조하며 Create 즐길 수 있는 Enjoy 공간을 만들자’였어요. 로얄엑스 클럽은 배우고, 느끼고, 즐기고, 쉴 수 있는 곳이죠.

 

유르스 피셔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은 그래픽 작업들 비누, 바스 밤, 샤워 스펀지 등이 프린팅 되었다. 사진 : 홍기웅

욕실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디자인에 반영했나요?

‘욕실은 물과 만나는 행복한 순간’이라는 로얄앤컴퍼니 박종욱 회장님의 말씀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물’과 ‘행복’이라는 단어에 초점을 두고 작업했죠. 물은 매력적이면서 가변적인 소재라 애플리케이션이 무궁무진했어요. 공간 곳곳에 물을 떠올릴 수 있는 설치나 마감재를 디자인에 녹여 냈습니다. 목욕탕 바닥에 찰랑이는 물결 프로젝션이라든지, 유리로 만든 물방울 조각품, 혹은 상큼한 물을 연상케 하는 민트색 타일 등이죠. 행복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는 공간이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스위스 아티스트, 유르스 피셔 Urs Fischer의 작업에서 영감받은 그래픽 작업을 접목시켰어요. 거울 같은 반사면에 오버사이즈로 프린트된 오브제들 비누, 바스 밤, 샤워 스펀지를 이용해 욕실이라는 키워드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거죠.

 

아치 형태의 공간 뒤로 팀 보이드의 미디어 작업이 보인다.

 

중앙에 위치한 3개의 스튜디오는 학교 수돗가, 동네 목욕탕 등입니다. 어린 시절로 타임머신을 타고 간 듯한 느낌이었어요.

3개의 스튜디오는 욕실의 4D 놀이터라고 말할 수 있어요. 환상적인 욕실 체험을 제공하고 싶어 브레인스토밍을 하던 중 3가지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수돗가로 욕실과 관련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민트 타일의 목욕탕으로 위생성을 강조하고, 유럽풍의 부두아 boudoir로 낭만적인 파우더룸을 연상시키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기획한 공간이에요. 아이들이 바닥에 누워 웃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껴요.

 

학창 시절의 수돗가를 콘셉트로 바 공간을 만든 '올드 스쿨'
꿈 속의 로맨틱한 욕실을 구현한 '로맨틱 바스' 스튜디오

 

본인 작업만의 철학이나 특징을 이야기한다면요?

알량한 장식이나 꾸밈에 치우쳐버리는 디자인이 아니라 브랜드 고유의 본질을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풀어냄으로써 좀 더 깊은 가치를 드러내는 것을 좋아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시하는 것은 첫 번째, 공간이 클라이언트의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얼마나 유니크하게 담아내는지 두 번째, 공간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이 될 수 있는지, 세 번째 고급이란 단어보단 고귀함이 느껴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를 토대로 즉흥에서 나오는 ‘감성적인 시각’과 ‘전략적인 디자인’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작업합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를 클라이언트로 상대하며 느낀 것은 이 두 가지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둘 중 어느 한편에도 쏠리지 않게 ‘완벽하게 감성적이면서도 철저하게 전략적인’. 철학이라기보다 일을 하다 보니 굳어진 성향이 된 것 같아요.

 

 

김만나

자료 협조 로얄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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