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13

안경 너머로 바라본 예술가의 시선

50만 구독자 그림 유튜버 이연의 개인전.
작가, 강연가, 디자이너, 유튜버 등 다양한 활동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이연'이 오는 7월 18일까지 성수동 윤서울 Yun seoul에서 작품전 <예술가의 시선>을 연다.
이번 전시는 이연의 미공개 작품부터 그가 직접 사용하는 드로잉 도구와 소품을 만나볼 수 있는 자리다. ©Lino kim

 

윤서울은 한국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정수를 담은 아이웨어 브랜드로, 2015년 독일 베를린에서 가족의 성 ‘윤 YUN을’ 내걸고 시작했다. 간결한 디자인과 자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독일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지난 2020년 서울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특히 윤서울은 다양한 브랜드 및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해 왔다.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오유 OU와의 협업, 가방 브랜드 덱케 DÉCKE와의 팝업이 그렇다. 아이웨어 브랜드를 넘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윤서울과 다재다능한 크리에이터 이연의 만남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Lino kim

 

이번 전시 <예술가의 시선>에서는 안경이 대상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안경은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그동안 많은 예술가의 시야를 넓혀준 매체임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인 5점의 인물 초상을 통해 다양한 직업의 예술가가 안경 너머로 바라본 세계를 상상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Interview 이연

 

상업 공간에서의 첫 전시입니다. 윤서울과 함께한 배경이 궁금해요.
윤서울 매니저님께서 메일로 연락을 주셨어요. 안경 협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뒷광고 논란이 많은 시기여서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죠. 근데 매장에 방문해 안경을 직접 보니, 디자인부터 브랜드 철학까지 멋지더라고요. 잊고 있던 메일에 뒤늦게 답장을 드렸고 다행히 회신을 주셔서 인연이 됐어요. 윤서울은 여러 차례 브랜드들과 팝업을 열어 왔는데, 저와 팝업존에서 함께할 만한 아이디어를 찾다가 작은 전시를 기획했고요. 윤서울의 제품과 제 그림의 톤이 잘 맞아서 매장의 분위기와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더라고요.

 

©Lino kim
©Lino kim

 

작가님의 드로잉 작품뿐만 아니라, 과슈화나 수채화까지 만날 수 있어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이연은 이런 그림도 그려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평소 규격화된 형태의 그림보다 빠르게 그리는 드로잉을 선호하는 편인데요. 오래 그리다 보면 집중력도 떨어지는데다, 제 성격이 빠른 호흡의 그림과 잘 맞아요. 그럼에도 좀 더 다양한 종류의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서, 수채화나 과슈화처럼 깔끔한 채색 작품도 준비했습니다.

 

©Lino kim

 

오키나와 풍경화는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을 보고 그린 수채화에요. 여행지에 가면 유난히 일찍 일어나게 되는데, 따뜻한 햇볕 아래 한산한 거리와 아이스크림 가게의 모습이 녹화된 듯 생생하게 기억에 남더라고요. 당시의 경험이 너무 좋아서 같은 사진을 보고 세 번씩이나 그림을 그렸어요.

 

©Lino kim

 

또, 과슈화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한 장면인데요. 세상모르고 잠든 연인과 함께 있는 인물이 생각에 잠긴 모습을 포착한 그림이에요. 우리가 종종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도 외로움을 느낀다는 점을 영화에서 절묘하게 담아낸 것 같아요. 저 또한 외로움에 대해서 사유하곤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고독을 잘 나타내는 장면이라고 느껴서 그렸습니다.

 

Dmitrii Shostakovich, charcoal on paper, 460mm X 630mm, 2021 ©LEEYEON
John Lennon, charcoal on paper, 2021 ©LEEYEON
Diter Rams, charcoal on paper, 460mm X 630mm, 2021 ©LEEYEON
Hermann Hesse, charcoal on paper, 460mm X 630mm, 2021 ©LEEYEON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예술가의 초상은 어떤 작품인가요? 그림 속 인물이 작가님께 남다른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대상이 제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보다는, 외형의 선이 아름답다고 느끼면 그리는 편이에요. 이미 잘 알고 있는 소재를 그리면 가치 판단을 하게 되는데 새로운 것에서 발견하는 자신만의 감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간혹 ‘내 버전으로 출력해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이미지를 만나면 종이에 옮겼을 때 어떨지 상상하게 돼요.

이번에 그린 인물들은 빌 에반스, 디터람스, 헤르만 헤세, 존 레논,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인데요. 모두 같은 재료인 목탄을 사용했는데도 신기하게 인물마다 다른 선으로 표현하게 되더라고요. 디터람스를 그릴 때는 날렵한 선을 사용하고 싶었지만, 러프한 선으로 묘사하게 됐어요. 이번 작품을 그리며 예술은 ‘의도할 수 있는 것’과 ‘의도할 수 없는 것’으로 완성된다고 생각했습니다.

 

Bill Evans, charcoal on paper, 545mm X 788mm, 2021 ©LEEYEON

 

무엇보다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를 그린 그림에 가장 애정이 가요. 다른 그림은 인물의 초상 같은 느낌인데, 빌 에반스 그림은 예술가와 그가 하는 행위만을 오롯이 담았어요. 예술가가 자신의 행동에 심취해 있다면 사용하는 도구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피아노는 흐릿하게 표현했죠. 여백 없이 검은색으로 가득 채운 배경은 음악을 상징해요. 그림 속에서 오직 예술가와 음악만 존재할 뿐이죠.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그림과는 다르게 기분 좋은 고독을 나타낸 거예요. 액자 또한 재즈바에서 툭 떼어온 것 같은 소재를 원했고, 마침 딱 어울리는 걸 찾아서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만족스러웠던 작품입니다.

 

©Lino kim
©Lino kim

 

전시를 준비하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보여주는 방식도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어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살면서 처음으로 액자를 맞춰봤는데, 그림과 액자가 조화로울 때의 느낌이 참 좋더라고요. 목탄 그림에 사용할 나무 액자를 찾다가 표구집 사장님의 추천을 받게 됐는데요. 처음엔 제 스타일이 아니라 반신반의했는데 예상외로 너무 잘 어울리더라고요. 여러 그림을 하나의 연작처럼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고요.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죠.

앞으로 액자의 매력을 조금 더 탐구해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표구집 사장님이 젊을 때는 작품값이 싸니까, 자신에게 맞는 액자를 찾기 위해서 많이 실험해 봐야 한다고 말씀해 주신 게 기억에 남아요. 마치 옷을 많이 입어보며 취향을 찾아가는 것처럼, 자신의 그림에 어울리는 액자를 찾는 시간도 필요한 거죠.


준비 중인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구독자분들과 함께하는 새 전시를 기획하고 있어요. 이번에 10대부터 60대 분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방문해 제 인물화를 선물로 주셨어요. 드러나지 않는 곳에 반짝이는 재능을 가진 분들이 계신다는 것을 깨닫고, 다음 전시는 팬분들과 함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갤러리에서 작품을 판매하고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작가와 관객 서로에게 의미가 큰 전시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김세음

자료 협조 이연

장소
윤서울 (서울시 성동구 아차산로66)
일자
2021.07.02 - 202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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