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헤리티지 맨션>은 이태원의 오랜 유산을 기반으로 침체된 상권을 활성화하고자 시작된 프로젝트다. 팬데믹을 비롯한 일련의 난관 속에서 이태원은 이전의 역동성을 잃고 위축되어 갔다. 하지만 다양한 배경과 계층의 사람들이 모인 이곳의 문화는 구성원의 면면만큼이나 복합적인 양태로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외국인 인파 속에서 스스로가 이방인처럼 느껴지는 거리, 생소한 미각이 펼쳐지는 이국 식당가, 컬트적인 음악이 울려 퍼지는 언더그라운드 클럽의 열기…. 낮과 밤으로 모습을 달리하는 거리의 장면들은 허름한 맨션에 녹아들어 장르와 분야를 아우르는 팝업으로 형태를 갖췄다. 다이내믹한 디제잉부터 전시, 플리마켓, 릴레이 푸드 팝업으로 이어지는 이태원의 유산을 지금 경험해 보자.
1F: 다양성을 포용하는 이태원
Music & Fashion & Drink
네온사인으로 불 밝힌 맨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디제잉이 한창이다. 귓전을 울리는 비트를 배경삼아 공간을 훑어 보니 음악과 패션, 그리고 주류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1층 로비를 구성했다. 입구 좌측에는 360 사운즈 소속 아티스트인 DJ 앤도우와 섬원이 운영하는 웰컴레코즈(Welcome Records)의 바이닐 숍, 중앙에는 이태원을 대표하는 셀렉트숍 웝트(Warped)의 의류, 그리고 우측에는 짐빔의 하이볼을 만나볼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 존이 자리해 있다. 바이닐을 골라 듣는 경험은 물론 가볍게 술 한 잔 즐기며 감각적인 의류를 살피는 재미까지 두루 챙겼다. 매주 금, 토, 일 오후 4시부터 저녁 10시까지는 DJ들의 디제잉이 진행되니 방문에 참고할 것.
2F: 직접 감각하는 이태원 헤리티지
Relay Pop-up & Local Exhibition
2층에서는 어렸을 적부터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현재 암스테르담에서 믹스미디어 예술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 전윤일의 작품을 다룬다. 그는 다양한 문화권을 수용하고 엮어 새로운 컬처를 만들어 내는 이태원의 정서와 닮은 아티스트라 할 수 있다. 전시 <세븐 데이즈 인 이태원(7 Days in Itaewon)>은 그가 실제로 이태원에 일주일간 ‘살면서’ 기록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상인들과 나눈 대화, 거리에서 포착한 장면 등 이태원에서의 순간들을 영상으로 담은 ‘판타즈마고리아(Phantasmagoria)’, 이태원에서 직접 소비하며 모은 영수증을 재료로 만든 ‘파이(낸셜)널 도큐먼트(Fina(ncia)l Document)’, 모든 사진 촬영의 네거티브 필름을 보고 만질 수 있도록 한 ‘탠저블 메모리즈(Tangible Memories)’를 통해 이태원 헤리티지의 조각들을 마주해 보자.
공간 한편에서는 매주 금, 토, 일 푸드 팝업이 릴레이로 이어진다. 지난 주 부대찌개를 핫도그로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인 아론팍(Aaron Park)에 이어 이번 주부터 순서대로 완탕면 중심의 중식당 매기(Magggie), 친환경 식문화를 제안하는 1인 기업 민지존(Mingizone), 이색 디저트 바, 원형들(Wonhyungdel)의 메뉴를 맛볼 수 있다. 푸드 팝업 존 벽면에 그려진 그래피티 아티스트 나나(Nana)의 작품을 보며 다양성 품은 ‘이태원 다운’ 맛을 경험해 보길 권한다.
3F: 사람과 문화를 잇는 장면들
Itaewon Day and Night: Photographs of Itaewon
다채로운 음악과 DJ,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뮤직바 ‘볼레로(Bolero)’와 웹진으로 시작해 현재는 종이 잡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라디오 스테이션, 오프라인 공간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비즐라(Visla)’가 만났다. 사진전 <이태원 데이 앤 나잇(Itaewon Day & Night)>에서는 강지훈, 심우빈, 유지민, 전솔지 등 4인의 작가가 바라본 이태원의 낮과 밤을 전한다. 이태원 크리에이터들의 인터뷰, 이태원의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이태원 시티 저널’에도 일부 사진이 수록되어 있으니 함께 살펴봐도 좋겠다.
전시가 펼쳐지는 공간 뒤편에는 관광특구인 이태원의 특징을 담은 MD가 마련되어 있다. 보이롱페이스(Boylongface) 작가와 협업해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 티셔츠와 맨션의 위도 및 경도를 입힌 타월 등 기념품으로 간직할 만한 아이템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더 폭넓게, 더 새롭게 만나는 로컬 문화
이태원 레거시 프로젝트
지역의 소중한 유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되짚기 위해 헤리티지 맨션을 중심으로 이태원 일대에서는 ‘이태원 레거시(Itaewon Legacy)’ 프로젝트가 열린다. 8곳의 브랜드 스폿에서 이태원 만큼이나 다채로운 형형색색의 이벤트가 펼쳐지며, 맨션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이벤트인 ‘웝트 X 웰컴레코즈 with 짐빔’, ‘볼레로 X 비즐라’ 2곳 외에 나머지 6곳에 대한 정보를 간략히 소개한다.
► ‘California Sunset’ By Barboo X Wearhouse
바부(Barboo)의 루프탑에서 진행되는 콘셉트 바. 태양과 와인 그리고 푸른 바다를 사랑하는 작가 헤르시(Hernc)가 작품 전시 및 비주얼 디렉터로 참여한다. 캘리포니아 해변을 연상케 하는 다양한 그림을 선보일 예정이며, 30명의 DJ들이 디제잉과 라이브 공연을 진행한다.
9/1 ~ 9/17, 17:00 ~ 24:00, 이태원로 158
► ‘교지팝-업 & 보물썸’ By 교집합 X 1201
스톤락, 윤송아, 신현국, 박승범, 킨더가든, 운주, 정상윤, 장윤선 8인의 작가가 와인바 교집합에 모인다. ‘교지팝-업’은 공간을 뒤바꾼 그들의 작품과 그들만의 세계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특히, 9월 23일 단 하루 동안 개최되는 파티인 ‘보물썸’은 음악에 취하고 와인을 나누며 경매를 통해 작가의 보물 같은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 자세히 보기
9/5 ~ 9/24, 18:00 ~ 24:00, 보광로55길 19
9/23 보물썸
► ‘Retouched’ By 불필요상점 X Meg
생활에는 불필요하지만 삶에는 필요한 것들을 모아놓은 불필요상점과 일러스트레이터 메그(Meg)가 만났다. 불필요상점에서 판매되었거나 판매 중인 빈티지 아이템을 모티프로 제작한 엽서, 스티커 등의 굿즈부터 직접 드로잉을 입힌 리터치드(retouched) 아이템도 함께 판매한다. 자세히 보기
9/2 ~ 9/17, 14:00 ~ 18:00, 녹사평대로46길 16-5
► ‘Hey Itaewon’ By 이태원상인회 X 세븐브로이
이태원 상권과 고유의 문화 부흥을 위해 이태원상인회가 수제맥주 제조사, 세븐브로이와 함께 지역 맥주 ‘헤이 이태원 골든 에일(Hey Itaewon Golden Ale)’을 개발했다. 오는 9월 말부터 이태원 상권 내 확산 예정으로, 이태원 레거시가 녹아든 풍부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 ‘Project Exhibition’ By PDF Seoul & Artists
아트북 셀렉트숍이자 디자인 스튜디오로 운영되는 PDF 서울에서 그래피티 아티스트 나나의 전시가 열린다. 그래피티 외 새로운 장르로 구현된 작가의 세계를 선보여 더욱 놓칠 수 없는 자리로, 전시 마지막 날인 9월 24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엔딩 파티가 열릴 예정이니 캘린더에 체크해 둘 것! 자세히 보기
9/1 ~ 9/24, 13:00 ~ 20:00, 녹사평대로32길 12
► ‘Vegan Road’ By 노노샵 X 지구인컴퍼니
비건 카페, 친환경 제품 판매, 리필 스테이션 운영 등 제로 웨이스트 라이프스타일을 돕는 친환경 복합문화공간 노노샵이 푸드테크 스타트업 지구인컴퍼니와 건강한 식문화를 제안한다. 이태원 내 여러 식당에서 지구인컴퍼니의 식물성 대체육과 식물성 달걀로 만든 메뉴를 맛볼 수 있음은 물론 노노샵에서는 다양한 식물성 제품을 선보인다. 자세히 보기
9/1 ~ 9/24, 13:00 ~ 20:00, 녹사평대로32길 12
글 김가인 기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어반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