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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18

세계 최초 웨어러블 전자책 리더기의 모습은?

솔 리더(Sol Reader)
지난 6월 초에 진행된 애플의 세계 개발자 회의 WWDC에서 사람들의 관심이 쏠린 것은 애플이 최초로 선보인 혼합현실 MR* 기기, '애플 비전 프로(Apple Vision Pro)'였다. 이 기기를 선보이기 위해 애플은 2017년부터 관련 기술 개발을 진행해왔다고 한다. 애플이 6년 동안 개발한 기기인데다가 애플워치 이후로 9년 만에 새로운 형태의 폼팩터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혼합현실(Mixed Reality): 토론토 대학교의 폴 밀그램(Paul Milgram) 교수가 1994년에 논문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현실 환경을 기반으로 가상 정보를 부가하는 증강현실 AR, (Augmented Reality)과 가상 환경에 현실 정보를 부가하는 증상 가상(Augmented Virtuality)을 포함한다. 현실과 가상이 연결되어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스마트 환경으로 이를 통해 사용자는 보다 풍성한 현실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사진 출처: apple.com
사진 출처: meta.com/kr/

비전 프로가 애플의 다른 제품처럼 전 세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고 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기기들이 이미 나와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간 메타의 메타 퀘스트, HTC 바이브, 삼성전자 기어 VR, 플레이스테이션 VR 등이 쏟아져 나왔고, 그래서 관련 시장도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는 상태다. 이제 여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VR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MBC entertainment 유튜브 채널 youtu.be/8moHOW6rDTM

그 예로, MBC의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서 김대호 아나운서가 VR 기기를 쓰고 집에서 우유니 사막을 감상했던 모습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큰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런 기기들은 머리에 무거운 무언가를 써야 한다는 단점 때문에 대중적으로는 인기를 얻지는 못한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기술을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애플의 도전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사진 출처: apple.com

비전 프로는 기존의 VR 기기와 동일하게 게임, 영화 등과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즐기는데 효율적이다. 그러나 애플이 ‘MR 기기’라고 소개한 만큼, 이 기기는 기존 VR 기기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이들은 보다 일상 생활 속에서 기기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세심한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내려 노력했고, 그 흔적이 엿보였다. 특히 섬세하게 그래픽 및 3D 효과로 구현되어 있는 화면 구성은 현실 공간과 어우러지며 사용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화면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했다.

사진 출처: apple.com

이 기기를 착용하면 다채로운 미디어 콘텐츠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사람들과 함께 자유롭게 일상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이 기기만을 위해 만들어진 비전 OS에는 눈, 손, 음성을 통해 제어가 가능한 3D 인터페이스가 적용되어 있으며 아이맥, 아이패드보다 더 광활한 화면에서 콘텐츠를 경험하고 사람들과 함께 이를 공유할 수 있다.

사진 출처: apple.com

또한 비전 프로를 착용한 사람에게 다른 사람이 다가가면 사용자의 눈이 드러나 주변의 환경과 끊김 없는 소통도 가능하다. 그와 더불어 추억하고 싶은 순간을 실제 현실처럼 촬영할 수 있으며 다시 그 순간을 감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들이 제시하는 시나리오를 보면, VR 기기의 장점과 함께 다음 시대의 디스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이 기기를 선보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 출처: apple.com

주변 환경을 인식하면서 가상의 현실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보이기 위해 이들은 하드웨어에도 차별화를 두었다. 눈 한 쪽당 4K TV 이상의 성능을 구현하는 2개의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2300만 픽셀이 밀집되어 있어 보다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으며, 새로운 R1 칩을 통해 지연 없이 실시간 보기가 가능하다. 시력 보정이 필요한 사용자에게는 자이스(ZEISS)의 기술이 활용되어 안경, 콘택트렌즈 없이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여기에 귀 근처에 있는 오디오팟은 2개의 드라이버가 내장되어 개인 및 환경 맞춤 음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모든 환경에서 다채로운 음향이 들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apple.com

그와 더불어 그동안 이런 기기들이 착용하기 어려웠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플은 여러 가지 대안을 선보였다. 유리는 특수 제작된 알루미늄 합금 프레임 안으로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으며, 프레임은 곡선으로 설계되어 사용자의 얼굴을 감싸도록 되어있다. 머리 뒷부분을 감싸는 밴드는 부드러운 섬유 조직으로 만들어져 편안하게 기기를 착용할 수 있게 돕는다. 비전 프로 구매는 내년 초에 판매 예정이며, 가격은 3,499달러(약 460만 원)으로 책정되었다.

사진 출처: theverge.com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하지만 모두가 공통으로 인정하는 부분은 ‘비싼 가격’이다. 이번 가을에 메타 퀘스트 3 출시를 발표했던 메타의 저커버그는 비전 프로에 대해 기존 기기와 별 다를 것이 없다는 평과 함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지적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메타 퀘스트 2의 최저가가 44만 9천 원임을 생각하면, 그의 반응은 너무나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저커버그는 애플과 메타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접근 방식이 서로 너무나 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진 출처: en.wikipedia.org

이와 반대로 VR 기기의 시초인 오큘러스를 만들며 ‘VR의 아버지’로 불리는 팔머 럭키(Palmer Luckey)는 애플 비전 프로에 대해 무척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오히려 공개된 장치의 디스플레이나 인체 공학적 설계 등을 봤을 때 저가 보다는 고가에 어울린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비싼 가격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인 반응을 고려한 듯, 애플은 2세대 버전에 대한 개발에 착수 중이라고 한다. 2세대에서는 고가형과 저가형이 함께 출시될 계획이라고 하니 기대해 봄직하다. 이 밖에도 비전 프로에는 배터리를 포함한 여러 가지 단점들이 있지만, 일단 애플의 도전으로 VR 기기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명확한 사실인 듯하다.

사진 출처: solreader.com

이런 가운데 세계 최초 웨어러블 전자책 리더기 ‘솔 리더 (Sol Reader)‘가 정식으로 출시되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올해 CES에서 처음 소개된 이 기기는 안경처럼 생겼으며 그만큼 무게가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1.3인치 크기의 e잉크 디스플레이와 측면 조명이 있으며 디옵터 조정 기능 덕분에 별도의 시력 교정 없이 리더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디스플레이 당 해상도는 256 x 256 픽셀로 애플의 비전 프로처럼 고화질의 화면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을 읽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사양이다.

사진 출처: instagram.com/solreader_/

이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은 배터리 수명이다. 한 번 완충 시 25시간 동안 사용이 가능해 휴대하면서 배터리 걱정 없이 마음껏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저장용량은 64MB로 작은 편이지만 연동 앱을 통해 클라우드로 책을 저장할 수 있기에 큰 문제는 되지 않을 듯하다. 만약 책을 읽다가 특정 내용을 검색하고 싶을 때에는 블루투스로 연동되는 무선 리모컨을 이용하면 된다. 다른 VR 기기나 애플 비전과는 다른 사용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이 리더기는 현재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사진 출처: solreader.com

애플의 비전 프로와 솔 리더는 각자 가고자 하는 미래가 다르지만, 눈을 완벽하게 감싸는 웨어러블 기기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어떤 경험을 선사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아닐까 싶다. 이런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오롯이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는 점이다. 이는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IT 기기의 경험이 아닐까 싶다. 또한 그 어떤 디스플레이보다 더 크고 명확한 시청을 하도록 돕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기기 또한 영향을 받아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아직 무게와 착용에 대한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개발이 계속 진행되는 한 이런 문제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기술과 더불어 이와 관련된 사용자 경험이 계속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앞으로 웨어러블 기기는 현재 모든 사람들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갖춰야 할 기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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