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장희정
키친캐비넷 대표
한치 김치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김치인가요?
한치 김치는 양반 가문에서 특별한 날 만들어 먹던 어딤채魚沈菜의 한 종류였습니다. 조선시대 문헌에 나오는 전통 음식으로 종갓집을 통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죠. 주로 해안가 지방에서 명절이나 잔칫날 만들어 먹는 고급 김치입니다. 어머니가 포항에서 나고 자라셨는데 외할머니 때부터 특별한 날 담가 드셨던 김치가 바로 이 한치 김치였습니다. 해산물이 풍부한 바닷가라 김치에도 종종 해산물을 넣어 드셨다고 합니다. 대를 이어 어머니는 명절마다 주위 고마웠던 분들에게 한치 김치를 명절 선물로 전해 드리고는 하셨습니다. 그때 선물을 받으셨던 분들이 한치 김치 맛을 검증해 주신 분들입니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많은 분이 칭찬해 주셨고,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이런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맛에 대한 좋은 평가가 있었기에 한치 김치를 만들게 됐습니다.
한치 김치 프레시 캔은 국내 최초로 숨 쉬는 필터를 부착해 음식물의 가스는 배출하고, 공기는 차단하는 역할을 해 제품이 신선하게 보관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개발 과정을 설명해 주신다면?
기획 단계부터 용기에 대한 고민이 가장 많았습니다. 신선한 원재료로 만든 제품을 지금 상태 그대로 고객분들에게 전달할 방법이 없을까, 먹을 때까지 그 신선함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때 마침 본 것이 ‘메탈 쿨링 냉장고’ 였어요. 거기에서 생각해 낸 것이 ‘스틸 캔’이었습니다. 스틸 캔은 냉장성이 좋고, 한번 차갑게 하면 오랫동안 그 냉기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체 테스트 결과, 표면 온도가 플라스틱 용기에 비해 2도 이상 낮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또한 빛으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는 성능이 병보다 우수하고, 밀봉성도 좋아 웬만한 외부 충격에도 내용물이 새 거나 파손될 염려가 적습니다.
원래 음식을 ‘장기 보관할’ 용도로 탄생한 것이 캔인데 역설적이지만 음식의 ‘신선함’을 위해 캔을 사용한 것이 프레시 캔입니다. 아이디어를 내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프레시 캔을 실제로 손에 쥐는 건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보통 장기 보관용 통조림 캔은 멸균 작업을 거쳐 장기 보관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저희 제품은 신선 제품이라 멸균 과정은 거칠 수 없어 시간이 지나면 가스가 발생하게 됩니다. 특히 김치는 발효가 되기 때문에 가스 발생량이 많습니다. 그래서 캔 뚜껑에 특허받은 숨 쉬는 필터를 붙이게 되었죠. 수십 번의 안전성 테스트와 제대로 된 필터 업체를 찾고 생산해 내는 과정을 거쳤죠.
또한 스틸 캔은 용기 소재 중 가장 재활용률이 높고 친환경적인 소재라 더욱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국내 판매 1위 참치캔에 사용하는 동일한 캔을 사용하고 같은 제조사에서 특별 의뢰하여 제작하였습니다. 30년 넘게 영업하시면서 이런 캔을 만들겠다고 찾아온 사람은 저희들 밖에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대기업에서 만드는 캔이기에 공장장님을 설득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았습니다. 2월에 캔을 만들겠다 찾아가 8월에 납품받을 수 있었지요.
패키지 디자인은 어떻게 개발했나요?
키친캐비넷은 가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일, 또 그것을 가치있게 보이게 하는 일 모두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유럽의 식료품점에 가보면 너무나 감각적이고 눈에 띄는 캔 디자인들이 많은데 우리나라는 마트 진열대에서 눈에 띄게 하려고 그런 것인지 디자인 감각보다는 시안성에 좀 더 비중을 두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한치 김치는 현대적이면서 이국적인 감각의 디자인을 시도해보았습니다. 해산물이 들어가 있기에 전체적으로는 신선함을 강조하는 느낌이에요. 디자인은 ‘소울사이트’에서 키친캐비넷의 로고 제작부터 김치 패키지까지 진행해 주셨습니다.
색다르게 디자인하려고 했던 것도 있지만, 가장 큰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전면 인쇄한 뚜껑입니다. 이렇게 뚜껑까지 전면 2도 컬러 인쇄를 한 경우는 국내 최초거든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기존에 없던 과정을 만들어야 했으니 이것 또한 순탄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하시겠지요?
키친캐비넷은 어떤 브랜드인가요?
높은 품질의 반찬과 김치를 선보이는 간편 한식 브랜드입니다. 십여 년 전, 아버지께서 식품 제조회사를 설립하실 때 프랜차이즈 사업부 대표를 맡게 된 것이 배경이 되었죠. 결혼 후 가족을 위한 식사를 만들면서 음식을 통한 행복을 더욱 알게 되었고 사업을 진행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렇게 남편과 의기투합해 만든 것이 키친캐비넷이에요.
처음 브랜드를 기획할 당시엔 한치 김치를 포함해 여러 한식 제품을 동시에 출시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이고, 제조를 같이 겸하다 보니 처음부터 무리하게 출시하는 것보다는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치 김치를 첫 제품으로 결정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은 ‘흔히 볼 수 없으며, 누구에게나 호불호가 없는 맛이어야 하고, 또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제품’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론칭 후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대체적으로 처음 본 생소한 종류의 김치에 한번 신기해하시고, 패키지 디자인에 한 번 더 신기해하시는 듯합니다. 대부분 호기심에 구매하시는 경우인데, 감사하게도 맛이 기대 이상이라고 하는 평이 많습니다. 재구매하는 분들이 꽤 많으셔서 요즘 저희가 더욱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중이죠. 가끔 장기 보존용 캔김치로 오해하셔서 유통기한이 생각보다 짧다는 분들도 있으시고요. 지금은 모두 감사히 귀담아들으려고 하고, 레시피 또한 미세하게 조정해가는 중입니다.
키친캐비넷의 목표는?
키친캐비넷은 음식을 통한 사람 간의 소통과 관계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회사입니다. 맛의 즐거움도 있지만 그 이상을 전하고 싶어요. 저희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음식이란 좋아하는 사람에게 먹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음식, 관계를 두텁게 하는 음식입니다. 한치 김치의 경우 맛을 본 뒤 부모님이 생각나 보내시는 경우도 많고, 냉랭했던 친구 부부가 김치를 맛보다 서로 화해했다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저희는 음식이 사람 간의 소통과 관계를 이어주길 바라요.
글 이소진
자료 출처 키친캐비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