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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06

인간의 삶 가까이에서 함께 발전해 온 테이블의 역사

고대부터 근대까지, 심도 있게 들여다보는 테이블의 탄생과 변천사
이제는 너무나 당연해서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가지만, 테이블은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고 혹은 책을 읽거나 일을 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테이블이라는 사물이 놓인 자리가 곧 삶의 공간이 되어버리는 것. 각 시대와 인간의 쓸모에 맞게 변모해온 테이블의 역사를 톺아보고, 지금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은 어떤 역사와 문화 속에서 파생되어 오늘날의 모습이 되었을지 상상하며 들여다보자.

우리 삶 속에 늘 함께 하는 테이블은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 판자, 보드 또는 평평한 조각을 의미하는 라틴어 Tabula에서 파생된 ‘테이블’. 테이블이라는 단어 자체는 석재, 금속, 목재, 유리 등 다양한 소재의 평평한 판을 위에 올리고 가대, 다리 혹은 기둥으로 지지되는 형태를 지칭한다. 다양한 형태와 용도로 변모하며 16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대중화 되어 오늘날 우리 일상에 무의식에 가까울 정도로 당연한 도구이자 가구가 되었다.

|고대시대, 테이블의 탄생
(왼) 고대 이집트 초기에 사용되었던 석재 테이블
ⓒThe Furniture of Ancient Egypt
(오) 테이블을 사용하는 이집트인을 새겨 넣은 벽화
ⓒEgyptian Ministry of Antiquities
약 5천 년 전 고대 이집트 보드게임 '세넷'을 위해 제작된 테이블 ⓒThe Journal of Egyptian Archaeology

테이블의 역사는 이집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기원전 2,500년경 고대 이집트인에 의해 나무와 석고를 사용해 테이블이 처음 만들어졌다. 태초의 테이블은 식사를 위한 용도가 아닌 중요한 물건을 바닥에 두기 위한 용도로 쓰였으며 점차적으로 테이블에 다리가 생기며 다리 1개 혹은 3개인 형태로 변모했다. 또 고대 이집트 사람들은 ‘세넷(Senet), 돌로 만든 고전 보드 게임’과 ‘메헨(Mehen), 뱀 표피 무늬를 새긴 석고 테이블 위에서 진행하는 게임’이라는 게임을 하기 위한 테이블을 별도로 제작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 테이블과 식기, 장식품 ⓒShutter Stock
고대 로마 시대에 가장 흔한 형태였던 게리동 테이블 ⓒArt Station
(왼) 주로 한쪽에 2개의 다리, 다른 한쪽에 1개의 다리를 가대로 세웠던 고대 그리스 테이블
(오) 고대 그리스 문화에서는 테이블 다리에 동물 장식과 같은 세밀한 장식을 자주 새겨 넣었다.

그렇게 이집트의 문화적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고대 그리스에서도 테이블이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주로 식사를 위한 테이블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그리스에서는 테이블을 사용한 후 침대 밑으로 넣어 정리하는 것이 관례였기 때문에 그 형태는 더 작았다. 원형 혹은 직사각형 상판을 자주 사용했고 중앙에 다리가 1개이거나, 3~4개 기둥이 받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고대 그리스 문화의 테이블에서 자세히 살펴봐야 할 점은 바로 장인들의 세공이 가미된 장식이다. 그리스인들은 주변국 중에서도 도자기, 금속, 장신구 세공에 매우 능숙해 거대한 궁전을 지으며 이집트 문명을 뛰어넘어 고대 세계 문화의 중심지로 발전했다. 그에 따라 테이블 장식에도 세심하게 공을 들였는데, 대리석이나 청동을 재료로 하여 동물 장식을 가장 많이 만들었다. 이외에도 그리스 궁전을 연상시키는 우아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테이블을 제작하는 것은 당시 흔한 일이었다.

|중세시대, 테이블의 다양한 형태
포르투갈 왕과 함께 식사하는 존 오브 곤트(John of Gaunt). 하인들이 음식을 가져오고 음악가들이 즐겁게 하는 동안 주교를 포함한 식사하는 사람들은 연회 테이블에 앉아있다. ⓒAlamy Stock
15세기 프랑스 귀족들의 잔치 모습 Chateau de Chantilly, Musée Condé. c.1412-1416. ​
중세 귀족의 만찬 장면 ​
중세 시대 수도원의 식탁을 재현한 그림 당시에는 거리에 악취가 심해 거리, 복도 곳곳에 생화를 잔뜩 뿌려놓는 것이 일상이었다. (Jacqueline maillard, Pascal hinous)

중세 시대로 넘어오며 유럽에서는 가장 초기에 가대 즉, 접고 피는 형태의 원목 테이블이 널리 사용되었는데 주로 식탁의 형태가 그러했다. 떡갈나무나 느릅나무로 만든 거대한 판자를 중앙 가대 위에 올려놓고 나무못으로 고정했으며 나무못을 제거하면 테이블을 분해할 수 있었다. 이는 오늘날 가대 테이블의 전신이 되기도 한다. 중세 때는 특히 종교의 세력이 강력해지면서 수도원 내에서 많은 문화가 생겨났는데 그중 하나가 식탁의 형태 변화다. 수도원 사람들이 다 함께 식사가 가능하도록 좁고 기다란 형태의 식탁이 등장한 것. 긴 테이블을 여러 개로 제작해 스패너로 조립하면 각각의 테이블이 하나의 테이블로 연결되었다가 스패너를 제거하면 분리될 수 있는 조립식 형태로 사용하기도 했다. 혹은 드로우탑으로 테이블 길이를 두 배로 늘릴 수 있는 형태의 테이블까지. 그럼 중세 시대에는 테이블의 크기만 커진 것일까? 신분과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사회적 도구로서의 의미가 부여되기 시작했다.

(왼) 권력을 가진 왕족과 귀족이 전쟁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대형 테이블에서 만찬을 벌이는 모습
(오) 루이 15세와 교황의 만남 뒤로 보이는 대형 콘솔 테이블
귀족 여성의 화장 테이블과 장식용 콘솔 테이블

수도원과 마찬가지로 왕실에서도 여러 명의 신하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대형 식탁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바로크 시대 루이 14세가 즉위하면서부터 규모가 큰 공개 연회가 잦아졌는데,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던 이때 화려한 장식의 테이블 양식이 등장했다. 방의 중앙이 아닌 벽에 기대어 세우는 다리 2개 혹은 4개의 콘솔 테이블과 당시 여성들을 위한 화장 테이블, 남자들을 위한 사무용 테이블 등 다양한 용도와 모습을 띈 테이블이 왕가와 귀족들의 일상 속에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드로우탑 테이블 @The Metropolitan Museum
드로우탑 테이블 스케치 ⓒShutter Stock

기술적 정교함은 16세기 중반부터 테이블이 그 시대와 사회적 맥락의 디자인 경향을 이전보다 훨씬 더 밀접하게 반영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했다. 예를 들어 엘리자베스 시대의 드로우탑 테이블은 이오니아 기둥머리로 끝나는 4개의 꽃병 모양의 다리로 지지되어 그 시대의 떠들썩한 장식 분위기를 완벽하게 반영하기도 했다. 또한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함을 동경했던 귀족들은 호화로운 테이블을 유행시켰다.

| 근대시대, 일상과 더욱더 밀접해진 테이블
루 테이블 ⓒAntiques and Interiors

근대로 접어들면서 17~19세기에는 다양한 테이블이 세상에 나왔다. 카드 게임 ‘Loo’를 위해 처음 만들어진 루(Loo) 테이블은 일반적으로 타원형 몰드 상단을 두며 호두나무를 아름답게 세공해 하단 가대를 완성했다. 상단 판넬은 사용하지 않을 때 수직으로 접어 쉽게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게임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당대 생활 양식 속에서 양초 테이블, 티 테이블 또는 작은 식탁으로 사용하는 일이 잦았다. 오늘날 우리 일상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형 테이블과 디자인이 거의 흡사하다.

1882년 재봉틀 페어 엽서 ⓒThe Library of Congress Prints and Photographs Division, Washington, D.C.
16세기부터 19세기 사이 성행했던 게이트레그 테이블. ⓒThe Metropolitan Museum

또 게이트레그(Gateleg) 테이블은 16세기부터 영국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테이블로 타원형과 직사각형 상단을 가지고 있어 실용성이 뛰어났다. 대부분 서랍이 함께 붙어있는 형태로 테이블을 쉽게 이동하거나 물건을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차, 식사, 글쓰기 등의 자리에 사용되었다. 이외에도 재봉틀과 재봉 도구 및 재료를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재봉틀 테이블이 상용화되기도 했다.

고대부터 근대까지 테이블 역사를 들여다 보며 오랜 시간 시대상과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고 담아내며 다양하게 변모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다음 편에서는 동시대 라이프스타일 식문화 매거진 〈boouk〉 9호 ‘Live with a Table’을 통해 오늘날 현대인의 삶 속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테이블은 어떤 모습으로 함께 하는지 들여다보고 편집장, 콘텐츠 디렉터, 디자이너와 그들이 테이블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해 이야기 나눈다.

하지영 기자

 

하지영
에디터가 정의한 아름다운 순간과 장면을 포착하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세상에 선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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