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메인 영상쇼다. ‘DDP 우주와의 만남, 랑데부’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번 영상쇼는 뉴미디어 아티스트 엔자임(Nsyme), 그래피티 아티스트 범민을 비롯해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인 자이언트스텝까지 참여한 초대형 미디어 아트다. 국내 예술, 디자인, 기술 분야에서 각각 이름을 알린 이들은 우주라는 테마, 우주적 삶이라는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보인다. 이는 기존 서울라이트 DDP에서 좀 더 발전한 형태다. 기존에는 국내외 작가 한 명으로 작품을 구성했다면 이번에는 예술과 테크의 결합은 물론 동양화적 터치에 캐릭터, 기업까지 다양하게 참여하여 문화적 교감은 물론 하나의 콘셉트와 탄탄한 스토리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과거에는 우주가 두려움을 주는 미지의 영역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민간 주도의 우주여행 등이 현실로 다가오며 서서히 피부로 가까이 다가오는 중이다. 아티스트들은 이러한 근미래의 일상, 우주에서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삶의 양태와 일상을 무한함의 경계를 넘는 상상력을 펼쳐냈다.
메인 프로그램인 영상쇼 랑데부는 초월, 순환, 동심이라는 각각의 키워드를 지니고 있다. 초월이라는 키워드는 자이언트스텝이 맡았는데, 고정밀도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로 외벽 프로젝션 확보하고 제작했다고 하며, 창의력을 담아내고자 독특한 외벽 형상을 활용, 거대한 착시를 일으킬 수 있을 만한 홀과 같은 구멍을 설정했다. 홀 지점에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어서 흥미로운 감상을 할 수 있다.
‘순환’이라는 키워드는 엔자임 작가가 맡았다. ‘Universal Traveler’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최근 화두인 AI가 만드는 이미지를 활용했다. 작가는 영상의 전 과정을 AI로 제작했다. 그는 우주를 유영하는 느낌의 이미지를 담아내고자 노력했으며,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보다 어떻게 다가오는지에 초점을 맞춰 관람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마지막 ‘동심’의 경우에는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범민 작가가 제작했는데, 그는 개개인을 하나의 우주라 생각하고 사람들의 만남을 통해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한다. 스트리트 아트 작가로서 그는 큰 벽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 어린 시절 그렸던 스케치북을 열어보는데 이번 작품에는 어린 시절의 요소를 많이 가져왔다고 한다. 작가는 12월 31일 연말 카운트다운을 위한 영상도 제작했는데, 토끼의 해를 맞이하여 범민 작가 특유의 그래피티 스타일이 담긴 작품을 선보인다고 하니 연말을 서울라이트 DDP와 함께 맞이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메인 영상쇼에는 기아디자인센터도 참여했는데, ‘기아 오퍼짓 유나이티드’는 상영 기간 내내 만나볼 수 있다. DDP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는 물론 기아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철학이 담겨 있는 이 작품은 우주적 삶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기아의 디자인 철학을 실천할 다섯 가지 원칙이 한 챕터씩 펼쳐진다.
크리스마스 기간인 12월 22일부터 25일까지 만나볼 수 있는 시즈널 쇼에는 임태규 작가와 스티키 몬스터 랩이 참여했다. 임태규 작가의 작품은 우주적 삶이라는 주제를 살리면서도 현실세계와 다른, 가장 아름다운 상상의 공간을 담아냈다. 신의 연작 회화 시리즈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번 작품은 현대인들이 자신이 꿈꿨던 것들을 향해 날아가면서 꿈을 좇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한다. 꿈을 좇는 모습이 우주적 삶이라 생각한 작가는 한지와 동양화적 방식에 애니메이팅을 더해 디지털 아트에서 볼 수 없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아냈다.
스티키 몬스터 랩은 우주적 삶을 우주에 있는 별들처럼 각각의 캐릭터로 디자인했다. 시점에 따라 메인 캐릭터가 달라지는데, 이는 감상의 포인트 중 하나다. 작가는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없고 여러 번에 걸쳐 볼 수 있게 포인트를 남겨 놓았기에 장소를 옮겨가면서 봤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라이트 DDP 기간 동안에는 DDP 마켓과 디자인스토어뿐만 아니라 밀리오레, apM, 맥스타일까지 함께 참여하는 DDP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린다. 동대문상권과 함께 진행하는 이번 이벤트는 다양한 디자인 소품부터 완구, 장식품까지 크리스마스 선물로 좋은 아이템들을 다양하게 판매할 예정이다.
어울림광장에는 LED 장미 2023송이가 시민들을 맞이하며, 대로변에는 ‘2023 하이! 파이브!’라는 이름의 조형물이 있다. 호랑이와 토끼가 선수교체를 하듯 포즈를 취하고 있어서 재미있다. 이외에도 DDP 내부에는 ‘우주 백패킹’이라는 차세대 미디어아티스트들의 작품이 담긴 전시와 함께 ‘진달래&박우혁: 코스모스’ 전시가 열린다. 전시 기간에는 관람 인증 이벤트도 열리며, 여기에는 현대시티아울렛과 두타몰, DDP 내 연남방앗간 등이 참여한다.
동대문 전체와 함께 축제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가장 큰 이벤트는 영상쇼다. 220미터는 세계 최장길이 비정형 프로젝션 매핑이라고 하며, 화려한 영상 작품을 감상하는 것 자체가 우선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아티스트 큐레이션부터 마켓까지 작품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펼치는 이번 서울라이트 DDP는 저녁 7시부터 10시 이전까지 상영된다.
글 박준우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서울라이트 DD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