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그는 갤러리 옥상에 설치한 작품 ‘Stone Composition 019’(2021)을 통해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야외 옥상 난간에 설치한 작품은 의자와 돌로 구성되어 있다. 의자는 45도로 기울어져 있고, 그 위로는 다시금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진 돌이 위태롭게 놓여 있다. 혹시나 바깥으로 떨어지는 건 아닐까 노파심을 가질 관객에게 미리 말하자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진짜 돌이 아니니까. 스티로폼과 인테리어 소재로 많이 활용하는 포맥스(fomex)로 만든 인공 돌조각이다.
작가는 실제 돌처럼 보이도록 극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돌의 표면과 질감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한 덕분에 관객은 시각적 혼란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1층 전시장에서도 마찬가지. 공간을 가득 메울 정도로 큰 돌의 물리적 크기를 재현한 두 작품 ‘Stone Composition 022’(2022)와 ‘Stone Composition 006’(2019)은 각각 유리판과 철근 위에 올려져 있는데,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의 보편적 인식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말한다.
(왼쪽) Taesoo Lee, Throwing stone 004, 2022, Mixed media (EPS, Poly-urea, Paint on Stone coat), 200 x 160 x 33 cm
(오른쪽) Taesoo Lee, Throwing stone 019, 2022, Mixed media (EPS, Poly-urea, Paint on Stone coat), 95 x 114.5 x 15 cm
이처럼 돌의 딱딱한 질감과 무거운 무게에 대한 일반적 인식과 이해에 대한 작가의 배신은 2층과 3층 전시장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2층 전시장의 벽면은 돌이 마치 벽 안으로 스며들거나 혹은 녹아내리는 듯한 모습을 한 시리즈 작업 ‘Throwing Stone’(2022)으로 채워져 있다. 주목할 것은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 속도감을 표현하고, 나아가 시간의 개념을 말하는 점이다.
돌은 종종 영원성을 상징하는 매개체로 소개되곤 한다. 하지만 작가는 돌이 탄생하기까지 켜켜이 쌓여 온 변화의 시간을 주목한다. 돌은 결국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존재인 셈이다. 이번 전시를 찾는 관객에게는 사유의 시간이 필요하다. 시각적인 혼란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 보기를 권한다. 작가의 생각과 그 의중을 파헤쳐 가며 말이다.
글 heyPOP 편집부
자료 제공 초이앤초이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