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듣기에 동네에서 소규모로 열리곤 하는 ‘플리마켓’과 무엇이 다를까 싶지만, <서울빈티지페어 2022>는 행사 주체인 아파트먼트풀 그리고 이를 운영하는 원오디너리맨션이 지난 10년간 빈티지 가구의 오리지널리티를 판별하고 유통해 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오직 빈티지만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아파트먼트풀의 콘텐츠 팀을 만나 빈티지 페어의 기획 배경과 운영 그리고 지난 반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MINI INTERVIEW with 아파트먼트풀
콘텐츠 팀 곽현지 에디터
— 국내에서 빈티지 페어는 처음 시도되는 행사가 아닐까 싶어요. <서울빈티지페어 2022>를 개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앤티크 제품을 다루는 플리마켓은 있지만, 빈티지 제품만을 사고팔 수 있는 페어는 처음이지 않을까요? 아파트먼트풀은 가치 있는 사물의 순환을 모토로 렌탈 서비스, 기획 전시, 스테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중 하나가 사용자끼리 자유롭게 빈티지 가구를 거래할 수 있는 마켓 서비스예요. 현재 구축 중인 온라인 마켓 플랫폼을 오픈하기 전, 아파트먼트풀의 성수동 공간에서 사람들 간의 연결의 기회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빈티지 가구가 순환하는 곳, 아파트먼트풀
▲ 아파트먼트풀 인터뷰 기사
빈티지페어의 경우 오랜 기간 생각만 해두고 있었던 이벤트인데, 행사와 축제가 많은 가을의 계절감과 서비스 준비 과정 등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려서 실현하게 되었어요. 페어는 아름답고 오래된 사물을 통해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고 빈티지 제품에 대한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오랜 시간 전, 어쩌면 머나먼 이국의 프리 오너에서 오늘날의 우리에게 닿기까지 여러 겹의 이야기가 쌓여 있는 빈티지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죠. 시간이 흐를수록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물건이 되니까. 아파트먼트풀이 다루는 빈티지 가구뿐만 아니라, 빈티지 의류와 소품, 디자인 서적 등 다양한 빈티지 제품이 이번 페어에서 거래되었으며, 아파트먼트풀 또한 신뢰할 수 있는 판매자에게 빈티지 가구를 위탁받아 ‘APF 마켓’이라는 이름으로 셀러 중 한 명으로 참여했습니다.
— 처음 시도되는 행사인 만큼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해외의 많은 빈티지 페어를 참고하며 이벤트를 기획했어요. 유럽에는 우리나라보다 빈티지 페어가 보편화되어 있는데요. 이런 페어들은 전문 바이어나, 빈티지 제품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아요. 반면, 서울빈티지페어는 빈티지 제품을 보편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향으로 기획했습니다.
오프라인 쇼룸을 가지고 있지 않은 브랜드나, 평소에 눈여겨본 브랜드의 제품을 기다린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움을, 오래됨과 새로움이 공존하는 성수동에서 색다른 콘텐츠를 찾는 이들에게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행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비록 구매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빈티지 제품이 낯선 사람도 빈티지가 가진 감각을 익숙하게 하고,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가을 축제의 느낌으로 말이죠.
— 기존에 존재하는 플리마켓이라는 개념과 빈티지 페어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파트먼트풀이 빈티지 가구 거래 플랫폼을 표방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향점 중 하나는 신뢰와 전문성입니다.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 다양한 사조와 많은 디자이너의 빈티지 가구를 다루고 위탁받았던 원오디너리맨션에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위탁받은 빈티지 가구의 오리지널리티를 판별하고, 가구의 컨디션을 꼼꼼히 점검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에요. 이러한 맥락에서, ‘페어’는 양적, 질적인 차원에서 전문적인 빈티지 제품의 거래의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과,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빈티지 제품 온/오프라인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은 의도에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 각 카테고리 별 셀러의 선정 기준도 궁금합니다.
예상보다 많은 브랜드가 지원하여 쉽지 않은 과정이었어요. 아파트먼트풀 스태프들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빈티지 숍도 있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알게 된 곳도 있었죠. 새것과는 다른 빈티지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브랜드, 확고한 취향을 가지고 감도 높은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 일관된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브랜드를 셀러로 선정했습니다. 이번 페어에는 가구를 다루는 셀러들이 많았는데, 다음번엔 다양한 아이템을 다루는 셀러 분들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 행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 혹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일지도 궁금합니다.
내부적으로는 기존에 준비했던 프로그램 중 비교적 규모가 큰 행사였고, 빈티지 제품만을 다루는 선행 사례도 많지 않아 행사 규모와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었어요. 하지만 기획 과정에서 셀러로 참여하고자 하는 빈티지 숍이 무척 많았고, 사전 입장권 예약 시에도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셨어요. 이미 홍보물이 모두 배포된 상태였지만 쾌적하고 안전한 관람을 위해 급히 운영시간을 연장해야 했어요. 행사 당일엔 정말 모든 공간이 사물과 사람들로 꽉 차(full) 있어서, 일상적인 공간을 가치 있는 사물들로 채운다는 아파트먼트풀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느낌이었죠.
— 빈티지 페어를 즐기기 위한 팁이 있을까요?
팁이라고 하기엔 거창하지만, 공간의 특성에 맞추어 페어를 잘 즐겼으면 하는 것? 플라츠 2와 아파트먼트풀은 지상과 지하, 그리고 중정과 옥상 정원까지 세심하게 설계된 공간이에요. 비슷한 제품군은 최대한 동일한 공간에서 관람할 수 있게 했고, 지하 공간에 조명을 많이 판매하는 등 공간에 맞는 부스 배치를 지향했어요. 캠핑의자가 놓인 중정에서 즐기는 먹거리와 마실 거리, 그리고 성수동 정경이 내려다보이는 옥상에는 주류 셀러를 배치해 축제의 흥겨움을 더했습니다. 플리마켓이나 페어 하면 떠오르는 박람회장이나 탁 트인 야외공간과는 조금 다른 독특함이 있는 것 같아요. 독특한 개방감이 있는 플라츠 2에서 서로 마주 보게 설계된 시퀀스를 따라 축제의 무드를 즐기는 것이 팁이라면 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웃음)
— 개인적으로 구매한 제품도 궁금합니다. 아울러 행사 준비 과정에서 눈여겨 본 셀러가 있다면 누구일지도요.
아파트먼트풀 스태프들은 행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으나, 그럼에도 알차게 사리사욕을 채운(?) 몇몇 스태프들이 있어요. 유니크한 소품을 판매하는 백야드스토어에서 물고기 모양 그릇을, 스칸디나비아 빈티지 그릇을 다루는 스칸유어디시에서 로얄 코펜하겐 빈티지 그릇을 구매했다고…
— 앞으로 빈티지 페어가 어떻게 운영될 지도 궁금합니다.
더욱 체계적으로 준비하여 ‘서울빈티지페어 2023’에서 다채로운 빈티지 셀러와 관객을 연결하고 싶어요. 빈티지 제품에 발을 막 디딘 입문자부터 빈티지 제품에 대한 이해가 깊고 구매 경험이 많은 분까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콘텐츠로 찾아뵐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지금보다 더 큰 장소도 가능할 수 있고, 무엇보다 ‘빈티지’하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켓이 되고 싶습니다.
글 이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