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공예 전문 콘셉트 스토어 앙프랑트 ©EMPREINTES
(우) 파리 마레 지구에 위치한 편집샵이자 갤러리 외관 ©EMPREINTES
앙프랑트는 작은 주얼리에서부터, 각종 액세서리, 테이블웨어, 가구, 패브릭, 벽화, 조각품, 조명 등 우리의 일상을 더욱 즐겁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천 여개의 아이템들로 가득하다. 마치 갤러리처럼 전체적으로 하얗게 칠해진 공간은 각각의 수공예품을 위한 완벽한 배경이 되어주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채광이 좋은 4층 규모의 건물은 1930년대 후반 커스텀 주얼리 브랜드를 운영하던 볼로흐(Woloch) 가족의 작업실이자 집으로 사용되었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유명해진 이들은 샤넬의 주얼리 파트너가 되었고 전성기를 누리다가 2008년 말 문을 닫았다. 이후 해당 건물은 이탈리아 패션 그룹의 쇼룸이 되었고, 마침내 2016년 프랑스의 공예 전문가 연맹인 프랑스 공예 협회(Ateliers d’Art de France)가 구입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프랑스 공예 협회는 건물을 리노베이션 하며 누구나 편히 둘러볼 수 있도록 밝고 개방적인 장소로 분위기를 전환하였고 이곳은 프랑스 공예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오프라인 쇼룸 외에도 디지털 마켓 플레이스를 함께 운영하며 공간의 제약 없이 대중에게 빠르고 감각적인 쇼핑 경험을 선사한다.
(좌) 이곳에서 디자인 위크 기간 중 〈HORIZON〉 전시를 진행했다. ©EMPREINTES
(우) 〈HORIZON〉 전시 내 여성 작가들의 작품 ©EMPREINTES
수년간 파리의 중심에서 수공예의 가치를 전해 온 앙프랑트는 파리의 도시 축제인 디자인 위크 기간 중 <호리종(HORIZON)> 전시를 진행했다. 지난 10월 22일까지 열린 전시는 특히 전방위적으로 활동 중인 여성 작가들의 작품 세계에 초첨을 맞추고, 일상의 오브제이자 탁월한 공예 작품을 엄선했다.
(좌) 2층 내 마련된 전시 공간 ©EMPREINTES
(우) 이사벨 드 메종뇌브의 텍스타일을 직접 만져보는 관객의 모습 ©EMPREINTES
대표 작가로, 이사벨 드 메종뇌브(Ysabel de Maisonneuve)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비주얼 아티스트, 텍스타일 디자이너, 컬러리스트로, 이번 전시에서 텍스타일 매체를 통한 공간과 움직임을 탐구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춤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는데, 그녀에게 있어 춤을 춘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는 것이며 나아가 사물의 핵심에 접근한다는 의미로 단순한 몸짓을 통해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여겼다. 또한 작가는 과거 일본 국제 교류재단 초청으로 직물에 다양한 패턴을 생성하는 염색법인 시보리를 배운 바 있는데, 이러한 전통적 기술과 노하우가 이번 작품에 잘 깃들여 있다. 바람은 자연스레 그녀의 패브릭을 춤추게 하는데, 관객은 단순한 직물 공예에서 나아가 자유로운 움직임을 통한 생동감 있고 생명력 있는 존재로서의 대상을 느끼게 된다.
이와 함께 도예가 세베린 자코브(Séverine Jacob)는 2016년 릴에서 세이야 세라믹(Seija Ceramics)을 론칭했다. 그녀는 과거 화학자로서 교육을 받았으며 이러한 경험은 섬세한 색상을 구현해 내는 창작 활동에 커다란 보탬이 된다고.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구름(Clouds) 컬렉션은 파랗고 하얀 하늘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접시에 담아내 호평받았다. 작가는 하늘이 살아있는 존재이자 감정이 있다고 상상했고, 맑고 푸른 하늘이 지닌 즐거운 모습부터 폭풍우가 치는 날의 분노 가득한 모습까지 하늘의 다양성을 작품에 표현했다. 그뿐만 아니라 작업 과정에서 테이블웨어가 저렴한 가격의 일회성 제품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지속가능성과 실용적인 기능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이 외에도, 주얼리 디자이너 마리옹 콜라스(Marion Colasse)는 은이나 금 도금된 반지에 크리스털 또는 무라노 유리로 만든 동그란 구슬을 결합한 액세서리 프루넬(Prunelles)을 소개했다. 불어로 눈동자 또는 눈을 의미하는 만큼 마치 사람의 눈을 형성화한 듯한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어, 조명 디자이너 안 피에르 말발(Anne Pierre Malval)은 자신의 시그니처인 구름이 부유하듯 가볍고 투명한 이미지를 지닌 조명을 소개했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빛을 밝히는 아름다운 조명을 선택한 그녀는 이번 전시에서 종이 또는 직물을 주 소재로 한 구름(Clouds) 펜던트 조명을 통해 눈부심 없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공간에 온기를 전했다.
또한 펠트 공예가로 리무쟁에서 펠트 창작소인 모 크레아숑 푀트레(Mö créations feutrées)를 운영하는 제니 브랙맨(Jenny Braeckman)은 부드러운 양모 소재를 활용한 친밀하고 시적인 오브제를 만든다. 작가의 낙관주의는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는데, 모나지 않은 동그란 형태의 오브제는 평온하고 감성적이다. 마지막으로 텍스타일 디자이너이자 동시에 보석 디자이너로 여러 전시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조에 몽태귀(Zoë Montagu)도 목화에 삼각 형태의 포세린을 짠 태피스트리를 선보이며 함께 했다.
글 유승주 객원 필자
취재 협조 및 자료 제공 앙프랑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