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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9

생생하게 예술을 만나는 카페&바, 온더홀 ①

온더홀 by 로파 서울 인터뷰
온더홀은 지금 느끼는 맛과 기분에 집중하기를 권하는 카페 겸 바(bar)다. 온더홀 팀이 ‘총체적으로’라는 뜻을 품은 온더홀(on the whole)이라는 말을 이름으로 삼은 까닭은 명확하다. 어떤 맛을 두고두고 떠올리는 데는, 혀로 느끼는 맛뿐 아니라 향기, 질감, 모양부터 그날 함께한 사람과 날씨, 기분까지 두루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기 때문.
온더홀 내부 | 사진: 모디스트 필름 박지우 @eenomsiki

먹는 경험이 그날을 특별하게 하는 체험이 되도록. 온더홀의 브랜드 소개 문구다. 이들은 너무 많은 자극이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시대, 정작 무엇을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면 내 앞에 놓인 작은 디저트를 온전히 느끼는 일부터 시작해 보자고 제안한다. 디저트와 더불어 맛과 기분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테이스팅 기록 카드를 제공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브라운 파블로바. 작가가 빚은 작품 위에 놓여 있다. | 사진 제공: 온더홀

온더홀에서 한 층만 올라가면, 아트 오브제를 선보이고 판매하는 로파 서울이 있다. 디자이너로 일하다 2020년 로파 서울을 론칭한 김영지 대표는 작가의 작품이 보다 일상에 가까워지길 바랐고, 손영준 매니저와 함께 온더홀을 오픈한다. 실제로 온더홀 메뉴 대부분은 작가가 빚은 식기에 담겨 고객 앞에 놓인다. 단숨에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워서 더 흥미로운 공간, 온더홀 by 로파 서울에 다녀왔다.

Interview with

김영지 대표, 손영준 매니저

테이스팅 기록 카드 커버 디자인 | 이미지 제공: 온더홀

로파 서울과 온더홀을 이끄는 영지 님은 디자이너로 오래 일해 왔다고요.

김영지 늘 스스로 디자이너라 소개해 왔지만, 요즘은 자영업자라고 소개합니다. (웃음) 그런데 하는 일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로파 서울을 시작하면서도 디자인을 하는 대상이 달라졌을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이전까지 판매하는 제품 그 자체’를 디자인했다면, 이제는 ‘판매하는 컬렉션과 숍이 사람들에게 인식되는 이미지’를 디자인한다고 할까요? 디자인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고객이 좋아하는 것과 제가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기획하고 컬렉션을 구상하며, 행사를 진행하는 동시에 관련 디자인을 다 합니다. 회계나 배송 업무처럼 그 외 일이 많이 추가되긴 했지만요.

사진: 모디스트 필름 박지우 @eenomsiki

로파 서울로 예술 작품을 소개해 오다가, 온더홀이라는 식음 공간을 마련한 이유가 있나요?

김영지 온더홀은 동료이자 배우자인 손영준 매니저와 제가 함께 준비해온 브랜드예요. 로파 서울에서 소개하는 작가의 오브제를 고객이 더 가까이 만날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영준 님은 보고 맛보는 것 이상의 경험을 줄 수 있는 F&B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했고요. 온더홀이 접점이 되었어요. 저희가 소개하는 작가님의 무드가 정말 다양해요. 그리고 많은 분이 특정한 무드나 작품보다 그 작품이 소개되는 과정 이야기를 좋아해 주신다고 생각하고요. 그 스토리를 충분히 즐기시길 바라는 마음이 발전해서 온더홀이 탄생했어요. 작가가 만든 식기와 디저트, 테이스팅 기록 카드(이하 테이스팅 카드) 등을 통해서 시각과 미각, 촉각을 모두 만족시키고자 했죠. 한편으로는 작품이 실제로 사용되면서 그 빛을 더욱 발한다고도 생각해요. 온더홀을 찾은 고객들이 작품에 대해 질문하거나 열심히 테이스팅 카드를 작성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온더홀에서 열렸던 워크숍 현장 | 사진 제공: 온더홀

카페 등 미식 공간이 무수히 늘어난 상황에서, 온더홀이 줄 수 있는 경험은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손영준 ‘먹는 경험이 그날을 특별하게 하는 체험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스스로 계속 질문해요. 지금도 더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온더홀은 그 고민을 실체화시켜 표현하는 장이에요. 이곳에선 처음 맛보는 디저트의 맛을 곰곰이 음미하면서 테이스팅 카드를 작성하거나, 그날의 기분을 기록할 수 있어요. 또 로파 서울에서 열리는 전시나 워크숍에 참여할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작가가 만든 작품을 실제로 사용해 볼 수 있죠. 앞으로도 총체적으로 좋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모습으로든 바뀔 수 있는 공간이 되려고 합니다.

가구나 벽면, 바닥은 단순화했다. | 사진: 모디스트 필름 박지우 @eenomsiki

식기나 오브제의 개성이 확실한 한편, 벽이나 바닥, 천장 등은 심플합니다. 인테리어 콘셉트는 어떻게 잡았나요?

김영지 공간에 들어가는 가구는 직접 제작하고, 오브제는 모두 로파 서울에서 소개 중인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했습니다. 서빙되는 음식과 식기 외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도록, 가구는 단순하고 깔끔한 흑백 컬러로 만들었어요. 바닥과 천장에 오래된 상가 건물 모습을 살려둔 것도 같은 이유예요. 빈티지함을 노렸다기보다, 고객의 시선이 공간 자체에 오래 머물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이런 무채색 배경이 사진이 잘 나온다며 공간에서 사진을 멋지게 찍는 분도 정말 많답니다. (웃음)

테이스팅 카드 디자인 일부 | 이미지 제공: 온더홀

파블로바를 메인 디저트로 삼아 다양하게 변주하고 있어요. 파블로바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요?

손영준 파블로바라는 디저트가 갖는 의미가 재미있었어요. 뉴질랜드의 한 호텔 셰프가 ‘안나 파블로바’라는 발레리나를 위해서 알록달록한 젤리 디저트를 만들어 대접한 것이 파블로바의 시초였다고 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커다란 머랭과 달콤한 생크림, 과일퓌레를 함께 먹는 방식으로 굳어져 호주와 뉴질랜드의 국민 디저트로 변신했다고 하고요.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도, 전혀 다른 형태로 탈바꿈한 점도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온더홀의 고객만을 위해 새로운 형태의 파블로바를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온더홀의 첫 기획에 함께해 주시는 고객에게 극진하게 대접한다는 의미로요.

화이트 파블로바, 접시와 커틀러리 모두 작가의 작품이다. | 사진 제공: 온더홀
브라운 파블로바 | 사진: 모디스트 필름 박지우 @eenomsiki

각 메뉴를 담을 작가의 작품을 매칭할 때는 어떤 점을 고려했나요?

김영지 작가의 작품을 보며 메뉴 비주얼을 고민하기도 하고, 완성한 메뉴의 최종 질감을 보며 작가의 작품을 선택하기도 했어요. 일례로 화이트 파블로바는, 코코넛 파우더를 넣어 질감이 거친 머랭 샤드를 쓰기로 정한 이후 바로 이진선, 김근수 작가의 작업이 떠올랐어요. 또 저희가 찻잔으로 사용하는 제품은 이명진 작가님의 화병이에요. ‘찻잔의 모양만으로 마실 것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 작품을 찻잔으로 선택하게 됐어요. 실제로 네모반듯하게 각이 진 이명진 작가의 잔을 마주한 분들은 모두 ‘이게 뭐예요?’ 하며 신기해합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연필꽂이 | 출처: 로파 서울 인스타그램 @lofa_seoul

그렇다면 지금 온더홀에서는 어떤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요?

김영지 우선 이스트스모크(Eastsmoke)의 바다 오브제와 이진선 작가, 김근수 작가와 협업하여 만든 연필꽂이가 테이블마다 놓여 있어요. 메뉴를 주문하시면 유재권 장인과 함께 협업하여 만든 메탈 플레이트, 이진선 작가와 김근수 작가의 그릇, 이명진 작가의 화병이 함께 서브되고요. 또 공간 한쪽에는 메뉴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두었던 김지혜 작가와 박현준 작가의 오브제를 진열해 두었습니다.

생생하게 예술을 만나는 카페&바, 온더홀 ②
▼ 2편에서 계속됩니다.

김유영 기자

장소
온더홀
주소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7길 10-11, 4층
김유영
에디터.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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