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14

에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에스프리 익스피리움’

90년대 패션 브랜드의 귀환!
거세진 레트로 바람을 타고, 에스프리(ESPRIT)가 돌아왔다. 에스프리는 80, 90년대 캐주얼 스타일의 대명사로 불린 글로벌 패션 브랜드다. 최근 서울 한남동에 3층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 ‘에스프리 익스피리움(ESPRIT Experium)’을 열고 귀환을 알렸다.
서울 한남동에 오픈한 에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에스프리 익스피리움’ 입구 ⓒESPRIT

에스프리는 1968년 미국 운동선수 출신의 사업가 더글라스 톰킨스(Douglas Tompkins)와 그의 아내 수지 부엘(Susie Buell)이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패션 브랜드다. 오늘날에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웃도어 장비 및 의류 회사 ‘노스페이스(North Face)’도 이들 부부가 공동 창립했다. 부부는 노스페이스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후 그 수익으로 에스프리를 설립했다.

2022년 에스프리 캠페인 이미지

톰킨스는 스스로 ‘이미지 디렉터’를 자처하면서 매장 디자인부터 카탈로그 레이아웃까지 회사 이미지의 모든 활동에 관여했으며, 이후 패션 산업이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을 우려해 에스프리의 경영권을 매각하고 남은 재산의 대부분을 토지 보존과 환경 보호에 쏟았다. 이러한 창업자의 진보적인 태도는 에스프리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에스프리는 로고타이프를 전면에 내세운 컬러풀한 의류, 삶과 젊음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한 비주얼로 성공 가도를 달렸다. 특히 80년대 중반부터 에이즈 인식 개선이나 책임감 있는 소비 장려 캠페인을 내놓을 만큼 진취적이고 포용력 있는 브랜드였다. “인종 차별과 내 친구들을 죽이는 것을 멈춰라”, “지구를 청소하세요, 내 방은 말고요” 같은 캠페인 문구는 지금 들어도 어색하지 않다. 1989년 재생지에 콩기름으로 인쇄한 카탈로그를 출시하기도 했다. 에스프리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중산층이 즐겨 입는 하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로 오랫동안 군림했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내리막이 있는 법. 2010년대는 유니클로, 자라, H&M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패권을 쥐는 시대였다. 초기에 심플하고 캐주얼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끌었던 에스프리는 변화 없는 디자인으로 브랜드가 노후화되었고, 경쟁사에 비해 상품 업데이트 주기도 느렸다. 젊은 세대의 취향을 따라가지 못한 브랜드가 쇠락하는 건 불가피한 일이었다. 에스프리는 북미 시장에서 전면 철수했고 아시아 시장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2022년 에스프리 캠페인 이미지

뒤안길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에스프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건 2022년. 에스프리는 한국 시장 공식 진출을 기념해 서울 용산 한남동에 ‘에스프리 익스프리움’이라는 이름의 에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에스프리가 시장에 돌아온 후 세계 최초로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다. ‘에스프리 익스프리움’은 총 3층 규모로, 1층 중앙에는 국내 일러스트레이터 샘바이펜(SamByPen)의 그래피티월을 설치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했으며 안쪽에는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작은 공간 ‘이코복스(IKOVOX)’가 마련되어 있다.

에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ESPRIT

각 층에서는 각종 의류와 소품을 착용하고 구입할 수 있다. 이번 한국 론칭에 맞춰 출시된 ‘아카이브 리-이슈(Archive Re-issue)’, ‘러브(Love Composite)’, ’컬러(Color T-shirts)’의 세 가지 컬렉션이 곳곳에 전시되어 있다. 이 컬렉션들은 브랜드가 가진 오랜 전통과 이미지를 재해석한 제품군으로, 베이직 티셔츠와 오버사이즈 스타일의 스웨트셔츠를 주력으로 삼는다. 국내 여성 브랜드 ‘프리마돈나’의 디자이너인 김지은 대표와 협업해 만든 원마일웨어 컬렉션 ‘메이드 인 코리아’도 만나볼 수 있다.

여성 브랜드 '프리마돈나'의 디자이너 김지은 대표와 협업한 '레스트 앤 레크리에이션' 컬렉션. 현대적인 패션 감성을 더한 뉴트로 제품들이다.

Interview with 맥스 왕(Max Wang)

에스프리 본사 마케팅 & 커뮤니케이션 글로벌 헤드

전 세계에 에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에스프리 익스피리움(ESPRIT Experium)’은 몇 개가 있나요? 서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게 된 배경도 궁금합니다.

에스프리는 세계 시장에 다시 진입하기 위한 야심 있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우리가 사업을 재개한 초기 시장 중 하나이고, 서울은 에스프리 익스피리움을 개장한 첫번째 도시예요. 에스프리 익스피리움은 소매점을 넘어선 공간이에요. 고객들이 에스프리에 대해 더 많이 탐색하고 발견할 수 있도록 우리가 지향하는 라이프스타일과 판매를 결합했습니다.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 '에스프리 익스피리움' 내부
ⓒheyPOP

한국에 도착해서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의 제품 진열 방식을 보고 완전히 새롭게 바꿀 것을 지시했다고 들었어요. 당신 머릿속에 선명한 그림이 있다는 의미였겠지요. 어떤 진열 방식과 콘셉트를 의도했나요?

고객들이 브랜드를 보다 잘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또한 환대받고 편안함을 느끼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이번 공간의 포인트는 에스프리가 창의성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서울 에스프리 익스피리움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 중 하나가 디자인 도서관이에요. 디자인 도서관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자유 시간을 즐기고, 영감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 겸 도서관입니다. 맛있는 커피와 간식을 즐기면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플래그십 전반적으로는 에너지 넘치는 팝한 색상, 질감을 적용했으며 1968년 설립된 우리 브랜드의 빈티지 디자인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달걀 모양의 탈의실(왼쪽)
ⓒheyPOP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멤피스* 에 관한 책들이 진열되어 있어요. 멤피스는 오늘날 에스프리와 어떤 연관이 있나요?

이탈리아 출신의 건축가이자 천재 디자이너였던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가 주도한 멤피스 디자인 운동은 에스프리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에스프리가 매장을 디자인하는 데 큰 영감을 주었고, 여전히 우리 DNA에 남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플래그십 스토어 곳곳에서 그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 멤피스는 1980년대 밀라노에서 결성돼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이탈리아 산업 디자이너 그룹이다. 상업적이고 인위적이며 획일적인 디자인에 반발하는 예술 운동을 주도했다.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작은 공간(왼쪽). 에스프리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친 1980-90년대 이탈리아 디자인 운동 '멤피스'와 관련된 서적들이 중간 중간 진열되어 있다.
ⓒheyPOP

요즘 즐겨 입는 에스프리 제품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는 에스프리의 오버사이즈 후디를 굉장히 좋아해요. 저희의 새 컬렉션 ‘레스트 앤 레크리에이션’ 후디(Rest & Recreation hoodie)는 에스프리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아 오래된 에스프리 로고를 재해석해 클래식한 애슬레저 룩에 넎은 옷이에요. 보기에도 좋고, 쉽고 기분 좋게 입을 수 있는 완벽한 예라고 생각합니다.

에스프리(ESPRIT)
1968년 더그 톰킨스(Douglas Tompkins)와 그의 아내 수지 부엘(Susie Buell)이 캘리포니아에서 설립한 패션 브랜드. 긍정적이고, 낙관적이며, 태평스러운 감성과 실험적이면서도 선구적인 창의성, 디자인에 대한 애착을 자극하는 젊은 마음가짐을 브랜드의 태도로 추구한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993년부터 홍콩 증권 거래소에 상장해 현재 세계 30여개 국에 진출했다.

유제이 기자

장소
에스프리 익스피리움
주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56
유제이
디자인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취재한다. 농담처럼 쓴 필명으로 글을 쓴지 수년 째. 자연을 동경하지만 매번 도시에서 휴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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