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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7

이번 봄, 우리가 울산에 가야 하는 이유!

울산시립미술관 5개의 개관전
“울산에는 아웃렛이 없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도시 중 하나이지만 문화시설이 없었던 울산에 드디어 미술관이 개관했다.
울산시립미술관 건물 사진

 

울산시립미술관은 북정동 울산동헌 옆에 자리하고 있다. 울산동헌은 조선시대 관아 건축물이기에, 미술관에서 내려다보이는 전망마저 수려하다. 미술관 건축물은 건축가 안용대가 설계를 담당했는데, 그는 부산시립미술관 이우환공간 디자인으로 알려져 있다. 미술관은 5층 건물인데, 3개 층이 전시장이다. 개관전으로는 14개국 7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5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미술관 본관에서 3개의 전시가 열리고, 바다 전망이 아름다운 대왕암공원의 울산교육연수원에서 2개의 전시를 만날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

 

첨단 산업 기술의 본거지인 울산의 정체성을 반영해 울산시립미술관은 기술과 예술, 자연과 산업의 조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특징이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서진석 관장의 취임은 미래형 미술관을 지향하는 울산시립미술관의 명확한 목표를 보여주고 있다. 첨단 기술의 집합체인 미디어 아트가 울산시립미술관에서 가장 돋보이는 장르가 된 것에는 이러한 배경이 자리하고 있는 것.

 

알도 탐벨리니(Aldo Tambellini)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주민들이다(We are the Primitives of a New Era) 미디어실감전시 2020 (알도 탐벨리니 재단과 (주)토포스 공동제작)

 

본관의 첫 번째 전시 <블랙 앤드 라이트: 알도 탐벨리니>는 우리나라 최초의 XR LAB 개관이라는 점에서 의미 깊다. 가상현실 VR, 증강현실 AR, 혼합현실 MR 작품을 보여주는 미디어아트 체험 전용관이다. 이탈리아계 미국 작가 알도 탐벨리니는 백남준의 친구로, 이 작품이 그의 유작이다. 탐벨리니는 미디어 아트의 창시자로 불리며 백남준과 플럭서스 멤버로 활동했다.

아시다시피 플럭서스는 음양의 조화와 같은 동양 사상에 관심이 깊었다. 이 작품은 탐벨리니의 핵심 개념인 블랙과 라이트의 시각적 만남과 퍼포먼스를 통해 미시적 세계와 거시적 세계를 두루 상상할 수 있게 한다. 탐벨리니는 모든 것의 시작을 블랙으로, 에너지의 근원을 라이트로 여겼다. 전시장에서 온몸으로 작품을 경험하는 것을 추천하며, 아이들이 특히 좋아한다. 전시장 앞에서도 탐벨리니의 작품 ‘우리는 새로운 시대의 원주민이다’를 감상할 수 있으며, 아카이브와 VR 체험이 가능하다.

메인 전시인 <포스트 네이처: 친애하는 자연에게>에서는 미디어아트 최강자로 손꼽히는 히토 슈타이얼을 비롯한 16명 스타 작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정보, 세실 B 에반스, 카미유 앙로, 얀레이, 아키라 타카야마, 왕홍카이, 알렉산드라 피리치, 슈리칭 등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한다. “21세기는 기술과 자연의 조화가 중요한 화두입니다. 에콜로지와 테크놀로지가 융합되어 혼종적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시 제목 ‘포스트 네이처’는 인간과 생태계가 앞으로 어떻게 확장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서진석 관장은 팬데믹 시대의 생태적 감수성과 연대 의식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얀레이(YAN Lei), 레버리 리셋(Reverie Reset), 2016-2017, 스크린 80개, 컴퓨터 5개, 라우터, 서버, 철 구조물, 케이블, 3.8×4.8m

 

가장 처음 입구에서 만나는 작품은 중국 작가 얀 레이(Yan Lei) ‘레버리 리셋’이다. 얀 레이는 최근 카셀도큐멘터에 중국 대표 작가로 참여했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관람객이 접속해 자신이 촬영한 이미지를 보내면 이것이 80개의 디지털 디스플레이에 보이고, 사진 설명 또한 송출된다. 이미지가 언어로 반응하는 이러한 과정은 확장과 왜곡이라는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나라 전시와는 달리, 우리나라 관람객은 주로 셀피를 전송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

 

슈리 칭, UKI, 바이러스 창궐, 2018, 3채널 비디오 설치
슈리 칭, 다음으로 가는 정원, 2021-22, 폐차에 버섯이 자라는 혼합 생태

 

대만 여성 작가 슈리 칭(Shu Lea Cheang)은 두 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다음으로 가는 정원’은 테스트용으로 쓰이다 폐기된 현대자동차에 버섯이 자라는 작품이다. 원한다면 관람객은 버섯을 채취해 집에 가지고 갈 수 있다. 가속화된 디지털 사회에서 공생과 순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UKI, 바이러스 창궐’은 3채널 비디오 작품이다. 게놈주식회사에서 해고당한 레이코가 재부팅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켜 유기적 UKI바이러스가 된다는 설정은 성소수자인 작가의 현실과 더불어 민족의 다양성과 성별의 이동성을 보여준다.

영국 작가 세실 비 에반스(Cecile B. Evans)의 9채널 비디오 설치 ‘퓨처 어댑테이션’은 과정 진행적 작품이다. 고전 발레 ‘지젤’에서 영감을 받았다니 더욱 흥미롭다. 주인공 지젤과 친구들이 야생 미생물을 이용해 슈퍼 박테리움 증류소를 운영한다. 실제로 스크린에 걸린 식물과 연결된 미생물 연료 전지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생산한다니 놀랍다. 처녀들의 원혼은 발레에서는 공포의 대상이었으나, 이 작품에서는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로 묘사된다.

 

김아영,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 2019, 2채널 비디오, 사운드, 23분 4초

 

한국 작가들의 재기 발랄한 작품도 눈에 띈다. 백정기‘촛불 발전기: 부화기’ ‘퓨저’ ‘Is of: Fall’ 등 3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작 ‘퓨저’는 용이 정성스럽게 받치고 있는 핵융합 발전기이다. 감성과 직관의 자연과 이성과 논리의 과학이 평행 결합한 작품. 김아영의 2채널 비디오 작품 ‘다공성 계곡2: 트릭스터 플롯’은 한국에 온 예멘 난민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고 한다. 작품 주인공 페트라 제네트릭스는 이주하는 광물이자 데이터 클러스터로서 이민자의 긍정적 가능성을 보여준다. 울산 태생의 장종완 작가는 8미터 크기의 신작 ‘슈가 캔디 마운틴’을 통해 집단의식을 강요하는 모뉴먼트와 개인적 모뉴먼트의 경계를 생각하게 한다. 울산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연상시키는 평온하고 거대한 그림은 과연 유토피아일까?

 

백남준, 수풀 속 케이지(새장), 숲의 계시록, 1992-1994, (살아있는) 식물, 나무, 모니터 23개, 재생장치 3개, 스테레오 세트, 3채널 시청각 이미지

 

백남준은 울산시립미술관의 대표 작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시립미술관은 개관을 맞아 그의 작품 3점을 컬렉션 했고, 개관 전시에서 2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케이지의 숲, 숲의 계시’(1992-1994년)는 백남준의 우상이었던 존 케이지에 대한 경외감을 담은 작품. 숲속의 TV들은 존 케이지의 공연 이미지와 시를 송출하고 있으며, TV 전자파에 의해 식물이 광합성을 하는 형상이다.

 

 

백남준의 1993년작 ‘거북’은 대왕암공원의 울산교육연수원의 <찬란한 날들>에서 만날 수 있다. 울산시립미술관의 첫 번째 컬렉션으로 166대의 모니터가 무한대의 변화를 보여준다. 울산의 명소인 신석기 시대 고래잡이 그림이 그려있는 암각화가 거북이 모양의 반구대에 위치하고 있기에, 최적의 컬렉션이 아닐 수 없다. 어두운 2층 강당에서 10미터 크기의 거대한 ‘거북’을 감상하는 재미를 절대 놓치지 마시라.

전시 <찬란한 날들>은 울산시립미술관의 29개 소장품 전시이며, 울산과 울산시립미술관의 정체성을 반영한 디지털 아트 작품 중심이다. 리노베이션을 하지 않은 울산교육연수원의 창밖으로 펼쳐지는 시원한 바다는 디지털 아트의 아름다움을 한결 배가시킨다. 아트바젤 홍콩에서 선보였던 이불 ‘취약한 의향-메탈라이즈드 벌론 V3’, 2022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 김윤철 ‘크로마’, 중동 최고의 작가 와엘 샤키 ‘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 III’, 세자드 다우드 ‘리바이어던 레거시: 파트 원’ 등의 작품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니 매력적이다. 다만, 미디어 아트는 감상하는 시간이 다소 걸리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울산시립미술관의 카페를 추천한다. 카페에서는 전시 <유니버스 오브젝트>가 열리고 있는데, 1회성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연 2-3회 새로운 전시를 열어 작품을 싹 교체할 예정이다. 개관전에는 권오상, 이동훈, 에리카 콕스, 이학민, 아워레이보, 빠키, 레어로우, 람한 등 15명의 젊은 작가가 가구 디자인과 인테리어, 작품 제작에 참여했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보고, 마시는 커피 한 잔만큼 감미로운 것은 없을 것! 더군다나 카페 곳곳이 포토제닉하니, 인스타그램 성지가 바로 이곳이다.

 

대면_대면 2021 전시 전경
'노래하는 고래, 잠수하는 별' 전시 전경

 

울산교육연수원 4층에서는 울산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대면대면>, 울산시립미술관 3전시실에서는 어린이 전시 <노래하는 고래, 잠수하는 별>이 열리고 있다. 카페까지 총 6개의 전시가 열리는 셈이니, 우리가 울산에 가야 할 이유는 충분한 것 같다. 울산시립미술관 감상을 마친 후에는 고려 시대부터 내려온 대나무 숲이 울창한 태화강국가정원, 반구대암각화, 대왕암공원 산책을 추천한다. 태화강국가정원은 9개의 정원이 연결되어 있는데, 한 개의 정원을 둘러보는 데에도 한 시간은 걸릴 만큼 규모가 크다. 태화강국가공원에서 게이트볼을 치는 시민들의 모습은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이소영 기자

자료 제공 울산시립미술관

장소
울산시립미술관
주소
울산 중구 미술관길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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