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리스트(Maximalist), 클러터코어(Cluttercore)*란 키워드만 봐도 알 수 있듯 미니멀리즘 위주였던 트렌드 판도가 뒤바뀌기 시작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의 시대가 도래한 것. 수집미학(sujipmihak) 김나영 대표는 취향이 담긴 것들을 수집하고 배열하는 일에 일찍이 행복을 느꼈다. 쓸모없어 보이는 물건일지라도 소중히 수집한 뒤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본인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리고 이 같은 것들은 한 데 모여 이내 ‘수집미학’으로 거듭났다. 휴대폰 케이스, 그립톡 등 소소한 제품군에도 불구하고 수집미학이 꾸준하게 사랑받는 이유는 바로 남다른 감성과 취향 덕분. ‘수집미학’은 ‘수집미학’이란 그 이름 자체로 반짝이고 있는 중이다.
* 클러터코어 공간을 잡동사니로 어수선하게 꾸미는 스타일. 맥시멀리즘 인테리어의 한 부류
Interview with 수집미학
김나영 대표
수집미학의 첫 시작이 궁금해요. 어떻게 만들게 된 브랜드인가요?
직접 사용할 케이스를 취미 삼아 만들어봤던 게 시작이었어요. 판매나 홍보가 비교적 쉬운 인스타그램에 제작 제품을 종종 공유하곤 했는데 반응이 꽤 좋더라고요. 이에 힘입어 2019년, 네이버 스토어팜으로 브랜드를 시작했습니다.
브랜드명처럼 수집미학의 모든 제품은 ‘수집’이란 행위를 기반으로 합니다. 수집에 매료된 계기는요?
어릴 적부터 ‘이미지 모으기’를 좋아했어요. 휴대폰 용량이 매번 꽉 찰 정도였죠. (웃음) 본 전공은 서양화예요. 원체 ‘수집’을 즐겨해 졸업 작품 주제도 ‘수집’이었어요. 그저 좋아하는 것들을 모으고 쓰는 게 행복했습니다. 브랜드 전개에 있어서도 이러한 특징을 장점으로 살려보고 싶었어요.
브랜드를 알린 건 색다른 디자인의 휴대폰 케이스였어요. 휴대폰 액세서리를 초기 아이템으로 정한 까닭이 있을까요?
서양화를 전공했을 때도 그림보다는 콜라주 작업을 더 선호했어요.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패션의 일부이자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가장 쉽고 간단한 방법이 휴대폰 액세서리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스스로를 위한 굿즈 제작 플랫폼이 트렌드이기도 했고요. 크기는 작아도 강력한 힘이 있는 제품이에요.
알코올 스와프를 뜯는 손, 얼기설기 꽂힌 옷핀 등 제품 이미지가 상당히 독특해요. 직접 촬영하시는 건가요?
정말 자주 받는 질문이에요. 수집미학의 모든 이미지는 직접 촬영, 보정, 편집하고 있어요. 물론 여러 제약이 많지만 누구나 구매만 하면 사용 가능한 일률적인 상업 이미지는 지양하고 싶었어요.
작업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바로 진행하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Clean Hands iPhone Case’는 미국 여행 때 본 알코올 스와프에서 영감받았어요. 타이포그래피와 색감이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작은 것 하나 허투루 버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한국까지 가져오게 됐어요. 이후, 장갑을 구매해 찢어도 보고 미켈란젤로 ‘천지창조’의 손 모양처럼 연출해 보기도 하며 재미있게 만들었습니다.
최근 귀 모양의 그립톡, ‘이어톡(Eartok)’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어떻게 탄생하게 된 아이디어인가요?
기존에도 콜라주 작업에 신체 모형을 자주 활용했어요. 재료로 쓸 아이템을 찾다 귀 모형을 발견했습니다. 한의원에서 쓰는 제품이었죠. (웃음) 이를 재미 삼아 휴대폰 뒤에 붙여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했는데 신상이냐고 물어봐 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출시를 기다리는 분들도 점점 늘어났고요. 그래서 제품화를 결심하게 됐습니다. 소재부터 모형까지 생산 과정을 모두 도맡아 제작한 건 이어톡이 처음이었어요. 준비 기간만 6개월이 걸렸을 정도로 엄청난 도전이었지요.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큰 사랑을 받고 있어 정말 신기해요.
‘헤어 아이폰 케이스(Hair iPhone Case)’도 이에 맞춰 기획한 건가요? 머리카락 속 숨겨진 귀를 의도한 것 같아요.
맞아요. 직접 가발을 구매해 촬영한 제품이에요. 너무 과하지 않으면서도 단독으로 사용하기 좋은 케이스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선택 가능한 타입이 있다면 더 재밌을 것 같아 땋은 머리 버전(Braided Hair iPhone Case)도 함께 제작했어요.
아이템 모두 강한 개성이 특징이에요. 대중성 부분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이 됐을 것 같은데.
전공이 미술이다 보니 작가적인 마인드가 전무하진 않았습니다. 상업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충돌을 겪을 때도 많았어요. 무턱대고 유행만 좇는다면 매출면에선 이득을 볼 수도 있었겠지만, 스스로 힘들어질 것 같더라고요. 내가 좋아하는 감성을 꾸준히 보여드리는 게 답이라고 느꼈어요. 초반엔 대중성을 고려해 일부러 무난한 제품을 출시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판매율은 오히려 더 저조했습니다. 결국 고객분들을 구매로 이끈 건 제 취향이었던 거예요. 덕분에 제 감성에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고 고민도 줄게 됐어요.
39etc와 ‘더 시가렛 컬렉션’을 출시한 적 있네요.
39etc는 이전부터 애용하던 편집숍이에요. 감사하게도 먼저 협업 제안을 주셔서 진행하게 됐어요. ‘성덕’인 셈이죠. (웃음) 39etc에서 판매하던 빈티지 카드를 소재로 삼은 뒤, 이를 수집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해 고민했어요. 카드를 잡고 있는 듯한 손 모양을 배치해 위트를 더했습니다. 빈티지 카드 외에도 원하는 사진이나 문구를 넣어 재미있게 연출할 수 있어요. 아크릴 키 링도 함께 출시했는데요. 이 역시 자석을 활용해 내부 이미지를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했어요. ‘더 시가렛 컬렉션’이란 이름에 맞게 패키징도 담배 박스로 디자인했답니다. 평소에도 39etc의 재치 있는 분위기를 굉장히 애정했기 때문에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작년,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팝업을 열었어요. ‘머지(MERGE)’, ‘나이트프루티(NIGHTFRUITI)’, ‘샬롬(SHALOM)’ 등 MZ 세대들이 사랑하는 브랜드가 모두 모였습니다. 팝업을 기념해 이들과 협업을 진행했다고요.
타 브랜드와의 협업은 다채로운 색깔을 보여줄 수 있어 매번 즐거워요. 작년 크리스마스 팝업에선, 참여 브랜드 모두 각자의 특색이 뚜렷해 색다른 리미티드 에디션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머지 대표 아이템인 패브릭 컵에 수집미학의 시그니처 컬러인 화이트를 더하거나, 핸드메이드 제품을 주로 선보이는 샬롬과는 오너먼트를 만들기도 했죠. 준비 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굉장히 뿌듯했어요.
앞으로 출시 예정인 제품에 관해 귀띔해 보자면요?
우선 노트북 케이스, 아이패드 케이스 등 테크 아이템 제품군을 더 확장할 계획이에요. 패션 브랜드와의 첫 컬래버레이션도 예정돼 있습니다. 수집미학의 감성을 담은 특별한 의류 제품들을 기대해 주세요.
수집미학의 POP한 추천 리스트 3
1. 이어톡
수집미학의 목표는 ‘내가 사용하는 제품만 만들자’였어요. 이어톡은 그 공식을 깨고 고객님들의 성원으로 탄생한 첫 번째 아이템이었습니다. 그립톡을 쓰지 않던 저도 정말 유용하게 사용 중인 제품이에요. 마스크 걸이로 활용하는 방법도 추천해요.
2. 헤어 아이폰 케이스
단순하지만 독특한 디자인 덕분에 쉽게 질리지 않아요. 모든 스타일에 잘 어울려 요즘 유행하는 거울 셀카에 제격이죠. 그립톡과 함께 쓰거나 단독으로 사용해도 멋스러워요.
3. 키 링
상용화된 키 링에 비해 비교적 큰 크기에요. 실용성은 부족할지 몰라도 저만의 감성이 가득 담겨 애정이 가요. 브랜드를 운영해 온 마음이 가장 잘 녹아있는 제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