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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4

폐마스크와 화장품 공병이 만나면?

이니스프리 X 김하늘 작가 팝업 전시
이니스프리가 '공병공간'에서 폐마스크로 작품을 제작해 온 김하늘 디자이너와 함께 <프로세스 오브 스태킹(PROCESS OF STACKING> 팝업 전시를 오는 12월 30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장품 공병 조각과 버려지는 폐마스크를 섞어 특별한 텍스처로 만들어진 의자, 스툴, 조명 등의 다양한 가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니스프리 X 김하늘 디자이너 ©이니스프리
'프로세스 오브 스태킹(PROCESS OF STACKING)', 공병공간 외부 파사드 ©김하늘

 

 

버려진 물건을 재생하는 작업

 

이번 전시는 이니스프리가 2003년 이래로 전개해 온 ‘공병수거 캠페인’의 일환이다. 이니스프리는 버려지는 플라스틱 공병을 화장품 용기, 인테리어 마감재 등으로 재탄생시키고, 업사이클링 굿즈로 제작해 왔다. 2017년 6월 종로구 소격동에 오픈한 ‘공병공간’은 브랜드의 지속가능한 가치가 집약된 장소. 오래된 한옥 두 채의 골조를 살려 연결하고 분쇄된 공병을 마감재로 활용해 인테리어한 ‘공병수거’ 콘셉트의 매장이다. 

 

‘스택 앤 스택’ 시리즈. 김하늘 디자이너는 폐기된 마스크 원단(자투리 원단)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한다. 마스크는 유선형이 대부분이라 불가피하게 자투리 원단이 생긴다. 김하늘 디자이너가 재료를 수급 받고 있는 공장은 마스크 제조 설비가 두 대 뿐인데도 한 달에 1톤이 넘는 양의 자투리 원단이 버려진다고 한다. 이는 폐기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2차적인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김하늘

 

폐기되는 플라스틱 문제를 조명한 김하늘 디자이너 역시 자원의 선순환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코로나로 매일 수없이 많은 마스크가 버려진다는 뉴스를 접하고 폐마스크 소재를 활용해 가구를 제작해 왔다. ‘천이나 면이 아닌, 플라스틱 소재가 주재료인 마스크는 왜 재활용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작업의 시작이었다. 마스크 공장에서 버려지는 재고를 활용해 만든 스툴인 ‘스택 앤 스택’이 그의 대표작. 그의 작품은 SBS 뉴스를 비롯해 <뉴스 타임스>, 영국 로이터 통신의 브레이킹 뉴스에서 메인으로 다뤄지며 화제를 모았다. 그는 환경 문제를 다루는 일에는 성별과 나이, 직업의 구분 없이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Interview with 김하늘 디자이너

 

김하늘 디자이너 프로필 ©김하늘

 

이니스프리와 함께한 배경은요?

처음에는 이니스프리 측에서 협업 전시가 아니라 클래스 요청을 했어요. 공병 공간에서 첫 미팅을 하게 됐는데, 공간 내부에 분쇄된 공병 조각이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더라고요. 화장품 공병을 분리배출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보니, 이 공간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제 작업의 결이 잘 들어맞을 것 같았어요. 이니스프리는 공병을 수거해 잘게 분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었고, 저는 마스크를 녹여 체어나 스툴을 만드니까 ‘소재의 결합’을 해보면 어떨까 싶었죠. 그래서 이니스프리 담당자님께 공병 수거 캠페인과 함께 마스크 폐기 문제를 다뤄보자고 제안 드렸어요. 마스크에 공병 조각을 섞으니 원석이 박힌 것처럼 아름다운 질감이 나타나고, 조형적으로도 풍부한 느낌이더라고요. 버려지는 두 소재가 만나 새로운 제품이 탄생하니 메시지도 극대화되고요. 필연적인 만남이지 않았나 싶네요(웃음).

 

샘플칩 테스트 ©김하늘
소재 결합 테스트 – 다리 테스트 ©김하늘

 

그동안 작업 주재료가 마스크였어요. 이번에는 ‘분쇄된 공병’을 함께 활용했는데 작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나요?

마스크와 화장품 공병이 녹는 온도의 적정 지점을 찾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소재마다 녹는점이 다르니까요. 그 편차를 유연하게 다루면서 재료를 조화롭게 섞는 것이 중요했죠. 공병이 과하게 녹아서 서로 엉겨 붙거나, 재료가 덜 녹아서 형태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도 있었고요. 그 과정은 공병공간에 전시된 샘플에서 한눈에 드러날 겁니다.

 

완성 작품, DDP 디자인페어 ©김하늘

 

시행착오가 많았겠습니다. 작품 색감도 원색에서 조금 더 확장된 느낌입니다.

마스크로만 작업했으니까 사용할 수 있는 색이 제한적이었어요. 작업 과정이 업사이클링을 표방하니 페인팅 염료를 섞고 싶지 않았거든요. 이게 또 다른 환경 오염을 유발하니까요. 마스크 색은 화이트와 블랙을 바탕으로, 의료용 덴탈 마스크나 패션 마스크의 핑크나 블루를 적절히 섞어서 사용했어요. 아무래도 작품 팔레트가 마스크 색상에 한정돼 있었죠. 이번에는 이니스프리 공병공간과 함께하면서 더 다양한 색을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어요.

 

‘스택 앤 스택’ 시리즈. 김하늘 디자이너는 폐기된 마스크 원단(자투리 원단)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한다. 마스크는 유선형이 대부분이라 불가피하게 자투리 원단이 생긴다. 김하늘 디자이너가 재료를 수급 받고 있는 공장은 마스크 제조 설비가 두 대 뿐인데도 한 달에 1톤이 넘는 양의 자투리 원단이 버려진다고 한다. 이는 폐기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2차적인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김하늘

 

스툴이나 가구 위주로 작업하다가 이번 협업에서 ‘인센스 홀더’를 선보였어요. 50점 한정 판매도 했고요.

매번 전시를 열 때마다 구매를 원하는 기업과 개인이 많았지만, 그동안 판매한 적은 없었어요. 수익이 있어야 작품 활동을 이어갈 수 있잖아요? 근데 작업 초기에는 친환경을 화두로 삼으면서 세상에 필요 이상의 물건을 내놓는 게 모순이라고 느껴지더라고요. 상품성이나 단가를 고려했을 때도 양산화하기에 무리가 있었고요. 그래서 작품에 제 메시지를 담는 것에 집중했어요. 그러다 가구가 아니더라도 좀 더 다양한 사이즈로 작품을 제작해 보자, 소장하기에 부담이 덜한 제품을 디자인해 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자연스럽게 오브제처럼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인센스 홀더를 떠올렸고요. 가구는 조금 더 탄탄한 준비 과정을 거친 후에 제품화할 예정입니다.

 

소재 결합 샘플 테스트 ©김하늘

 

김하늘 디자이너의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첫 자리네요. 작업 사이즈 폭도 넓어졌고요.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전시일 것 같아요.

맞습니다(웃음). ‘이니스프리’가 지속 가능한 가치를 꾸준히 이야기해 왔으니까 협업의 명분도 확실하고, 스토리를 풀어내기도 수월했어요. 연인으로 비유하자면 서로 찾던 짝을 만난 셈이죠. 오다가다 많이 방문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방문객이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관람 포인트가 있다면요?

두루 살펴보길 권해 드리지만, 저는 입구에 들어서면 전면에 보이는 파쇄물 더미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공병공간의 상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이 공간이 운영된 이래로 인테리어도 많이 바뀌고 지난 5월에는 리뉴얼도 했는데 파쇄물은 항상 그대로예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처음 마스크로 작업할 때, 한 달 동안 전 세계에서 1,300억 장의 마스크가 버려진다는 수치가 충격적이었는데요. 이곳에서도 공병 조각이 한 무더기로 쌓여 있는 걸 보니 그만큼 저희가 물건을 소비하고 있다는 생각에 경각심이 들더라고요. 요즘 대두되는 환경 문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해요. 몸소 경험해 봐야 느껴지는 게 있을 겁니다.

 

이니스프리 공병공간 전경(첫 번째 팝업 당시) ©이니스프리

 

아울러 필환경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어떤 브랜드가 정말 환경에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그린워싱을 하는 브랜드도 많으니까 분별하는 안목을 길러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니스프리는 정말 오랜 시간 지속가능한 가치를 실천해 온 브랜드여서 성공적인 협업이지 않았나 싶어요(웃음).

 

다음 행보가 기다려집니다. 준비 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대외비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내년에 기업과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예정돼 있어요. 가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인테리어를 구성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제품 개별로도 의미가 있지만, 규모가 큰 작품으로 공간 전체를 다뤄보고 싶기도 했거든요. 또, 앞으로는 제 가구 작업도 시리즈화해서 더 널리 알리고 싶어요. 지금은 단일 소재로 작업하기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데 폐마스크와 함께 다른 재료도 활용해 보려고 합니다. 베르너 팬톤의 ‘팬톤 체어(Panton chair)‘처럼 사출성형을 통해 같은 형태의 의자를 생산할 방법도 찾는 중이고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세음

자료 협조 김하늘 디자이너, 이니스프리

장소
이니스프리 공병공간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3길 73)
일자
2021.11.16 - 2021.12.30
링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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