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하늘에 새하얗고 둥근 달이 떠 있다. 은은한 푸른 빛이 내려앉은 동네에 선명히 빛나는 붉은 간판과 붉은 지붕, 붉은 동상들. 파랗고 빨간 빛깔만이 가득한 정겹고 따뜻한 이곳은 바로 일러스트레이터 유진 서머콕이 그려내는 기억의 세계다. 네모난 칸에 알알이 박힌 귀여운 기억들은 기다란 말풍선을 빌려 애정 어린 목소리를 속삭거린다. 겨울을 좋아하지만 ‘여름’이라는 단어를 애정한다는 유진 작가. 그런 그의 계절과 시공간을 넘나드는 사랑과 추억의 이야기가 한 폭의 그림과 만화에 담겨 펼쳐진다.
Interview 유진 서머콕
바다가 내다보이는 아늑한 방을 그려주셨어요.
쏠트-호와 동물 친구들로 가득 꾸민 나만의 방을 생각하면서 그렸어요. 어딜 다녀오든 내 방이 나에게 가장 편한 곳이잖아요. 그렇듯 쏠트-호를 만나는 사람들에게 쏠트-호가 편안한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사진을 보는 듯한 디테일한 일러스트가 인상적이에요.
디테일이 필요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써요. 제 주변에 있거나 많이 봤던 배경들을 많이 그리는 편이라 직접 찍은 사진들을 사용합니다. 작업하기 전에 두 가지 정도 생각해요. 큰 작업을 디테일하게 들어갈 것인가 혹은 작은 굿즈 작업들로 단순하게 표현할 것인가를 생각해요.
빨갛고 파란 색감이 상징적이에요. 그 컬러 조합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본본>이라는 책을 만들면서 이 두 가지 컬러를 쓰기 시작했어요. 리소프린트로 만들고 싶다는 거창한 계획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다 그린 후 더미북을 만들면서 일반 프린트로 뽑았는데 이미 리소 프린트한 것처럼 나와서 실행에 옮길 필요가 없었죠(웃음) 그 자체로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때 쌓은 작업 프로세스들을 계속 이어가도 좋을 거 같다고 생각했어요. 좋아하는 색이기도하고요!
주로 도시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그림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자 하나요?
제가 그리는 이야기들은 항상 경험과 기억들로 시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그린 만화들도 아파트에 살았던 것과 관련이 깊어요. 어렸을 때 가봤던 곳, 익숙한 장소들을 배경으로 많이 넣거든요. 그러다보니 주로 도시의 배경을 그리게 되더라고요. 일상에서 그냥 지나칠 수 있는 풍경들을 제 그림으로 그려내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어요. 파란 밤하늘 아래 빨간 포인트가 가득한 도시에서 같은 기억을 공유하게 되는 거예요.
만화적인 구성도 놓칠 수 없죠. 컷분할로 담아내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에요.
만화를 그리는 것도, 작은 컷 안에 담긴 귀여운 그림을 보는 것도 좋아해요. 오래 된 기억을 다듬어서 네모난 사각틀 안에 잘 넣어두는 것이 새로운 이야기로 나아가게 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만화는 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같아요. 앞에 언급했던 <본본>이라는 책도 내년 초에 출간 예정이거든요. 반려견을 떠나보내고 만들었던 책인데, 저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본본>을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어떤 것들에서 영감을 받나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아요. 작업하면서 영화나 드라마도 굉장히 많이 보는데, 뭔가를 보지 않을 땐 대부분 음악을 들어요. 자우림 6집 “Ashes To Ashes”도 통째로 자주 들어요. 좋아하는 게 많아서 다 적을 순 없지만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감정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특별한 작업 루틴이나 과정이 있나요?
피곤하면 작업을 못하기 때문에 최대한 푹 자고 일어나려고 노력해요. 커피를 안 마셔서 작업하면서 힘 낼 수 있게 밀크티나 물을 꼭 챙겨요. 작업 풍경은 단순한데, 오래 쓴 제 노트북과 함께 영상을 데스크탑 모니터로 틀어 놓고 작업합니다.
어떤 분들께 쏠트–호를 추천하고 싶나요?
쏠트-호는 트렌디한 소식들로 가득하더라구요. 발빠르게 많은 소식을 접하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어요!
유진의 원스리스트!
유진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오브제 3
1. 독일 크리스마스 상점에서 산 목마 오너먼트
몇 년 전 독일 여행 중 크리스마스 상점에서 산 목마 오너먼트예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꺼내둡니다. 굉장히 디테일하고 예뻐서 큰 트리가 생기면 달고 싶은 꿈이 있어요.
2. 마리아쥬의 웨딩 임페리얼
가장 좋아하는 차예요. 밀크티로 드시면 더 맛있습니다. 틴케이스도 정말 예뻐서 다 마시고 난 뒤에도 보관해 두고 있어요.
유진 작가가 직접 만든 <플로리다 프로젝트> 수작업 더미북
3. 직접 만든 수작업 더미북
제 작업은 전부 디지털 작업이지만, 가끔 여유가 될 때 수작업 하는 걸 좋아해요. 예전엔 하드커버 책도 이렇게 자주 만들곤 했었죠. 주로 색연필과 크레용으로 작업합니다.
CURATED BY 소원
디자인을 하고 글을 씁니다. 따뜻한 햇살과 아이스 카페라떼를 원동력 삼아 책을 읽고 영감을 얻고 콘텐츠를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