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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0-21

런던 한복판에 등장한 한국 골목길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글로벌 팝업은 어떻게 만들었을까?
Korean Alley Pop-up 현장 사진 출처: rapport_uk

런던 한복판에 낯익은 골목이 등장했다. 편의점에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캐릭터가 그려진 라면이 진열돼 있고, 건너편 노점에서는 한국식 핫도그를 건넨다. 세탁소와 만화 가게가 늘어선 거리 한편에는 종로의 야장을 연상시키는 플라스틱 테이블도 놓여 있다. 서울 어디쯤에서 마주칠 법한 풍경이지만, 이곳은 런던 쇼디치의 한 주차장이다.

 

미국 게임사 액티비전은 신작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출시를 앞두고 지난 10월 15일부터 18일까지 영국 런던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한국 골목길 팝업(Korean Alley Pop-up)〉을 선보였다. 게임 초반에 등장하는 가상의 한국 골목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행사로, 방문객은 출시 전 게임을 미리 플레이하는 것은 물론, 한국 음식과 문화도 경험할 수 있었다.

전쟁 게임은 왜 한국을 선택했을까?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포스터 속 숫자 ‘4’를 한글 ‘사’처럼 그렸다

〈콜 오브 듀티〉는 2003년에 출시된 1인칭 슈팅 게임(FPS) 시리즈다. 제2차 세계대전부터 냉전, 현대전까지 다양한 시대와 지역을 다뤄왔다. 2024년에는 전 세계 누적 판매량이 5억 장을 돌파했을 만큼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오는 10월 23일 출시되는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는 북한이 대한민국을 침공해 전쟁이 발발한다는 가상 상황에서 출발한다. 해병대원들이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편의점에 들르는 일상도 잠시, 도시는 금세 전쟁터로 변한다.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트레일러 영상 속 오프닝

제작진이 한국을 주요 배경으로 선택한 데에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높아진 한국 문화의 영향력도 작용했다. 게임 개발사 인피니티 워드(Infinity Ward)는 한국의 도시를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별도 조사 인력을 파견했다. 거리와 건축물, 사물을 촬영하고 스캔했으며 PC방이나 음식, 패션 등 생활문화도 폭넓게 조사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사소한 디테일까지 검토했다는 점이다. 개발팀 내부에 한국 문화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채널을 개설하고, 한국계 구성원들의 도움을 받아 게임 속 간판과 대사까지 검수했다. 오프닝 초반에 등장하는 편의점은 실제 상품 진열 방식과 다르다는 의견을 반영해 제품 위치를 수정하기도 했다.

인피니티 워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프 스미스(Geoff Smith)는 한국 해안 도시에서 거대한 게 조형물을 설치한 음식점을 보고 게임에 실제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출처: Xbox Wire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한국전쟁이 여전히 정전 상태인 만큼, 북한의 남침을 게임 소재로 삼아 현실의 분단과 전쟁을 오락적으로 소비한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현지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한국의 문화와 현실을 존중하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액티비전은 지난 8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크리에이터 70여 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서울과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액티비전의 체험 마케팅 담당자는 게임이 한국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사람들이 스스로 더 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런던 한복판에 등장한 한국 골목길

Korean Alley Pop-up 현장 사진 출처: rapport_uk

〈콜 오브 듀티〉 팝업은 글로벌 미디어·광고 기업 옴니콤 미디어(Omnicom Media)가 맡았다. 세계 여러 국가에서 광고 전략과 캠페인을 전개하는 기업으로, 이번에는 게임 속 가상 도시를 현실에 구현하는 작업에 나섰다. 무대가 된 곳은 영국 런던 쇼디치. 행사 개막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주차장으로 쓰이던 공간에 건물과 상점을 세우고, 한국 간판과 소품을 채워 넣어 하나의 테마파크같은 골목을 조성했다.

 

한국의 골목을 재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필요했다. 화물 컨테이너를 용접해 구조물의 뼈대를 세우고, 영화 세트 제작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이 상점의 외관을 만들었다. 새로 만든 벽이 오래된 콘크리트처럼 보이도록 스펀지로 표면을 일일이 칠했으며, 노점에 놓인 상품도 모형이 아닌 실제를 사용했다. 제작팀은 집을 짓듯 구조물과 부품을 하나하나 맞춤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 규모도 상당했다. 로스앤젤레스 현장에만 목수와 세트 디자이너, 조명 기술자, 프로그래머 등 100명이 넘는 인력이 참여했으며, 준비에만 3~4개월이 걸렸다.

인스타그램 rebeccaestrellako 릴스 캡쳐

공들인 흔적은 거리 곳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한국의 식료품과 만화책, 주방용품을 직접 수급했으며, 편의점은 서울의 실제 매장을 참고해 상품과 진열대까지 재현했다. 골목에는 세탁소와 철학관, 만화방 등이 들어섰고, 구석에는 쓰레기봉투까지 놓였다. 액티비전 최고마케팅책임자 타일러 발은 완성된 공간 사진을 직원들에게 보여줬을 때, 서울인지 런던인지 구별하지 못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글 간판 서체처럼 한국인의 눈에는 다소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낯익은 한국 골목의 풍경을 꽤 그럴듯하게 구현했다.

@rebeccaestrellako
@mannaseoulcambridge

먹고, 구경하고, 단서를 찾아라

팝업 현장에서는 출시 전 신작을 미리 플레이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었다. 먹거리도 빠지지 않았다. 런던에서는 영국 케임브리지에 기반을 둔 한국 길거리 음식 브랜드 만나 서울(Manna Seoul)이 참여해 방문객에게 한국식 핫도그를 제공했다. 같은 기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선셋 대로에서 열린 팝업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로이 최 셰프가 공동 창업한 푸드트럭 브랜드 고기 BBQ(Kogi Korean BBQ)와 협업해 특별 메뉴를 선보였다. 한국 음식과 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게임의 세계를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인스타그램 mannaseoulcambridge 릴스 캡쳐

게임 팬들만을 위한 이스터에그도 곳곳에 숨겨뒀다. 목욕탕 간판에는 〈모던 워페어〉의 대표적인 대사에서 가져온 ‘Going Dark’를 적었고, 전기 계량기함에는 게임 속 대사를 활용한 스티커를 붙였다. 매장 내 스크린에서는 게임 속 인기 캐릭터 ‘소프(Soap)’의 이름을 활용한 가상의 비누 광고도 등장했다. 게임을 모르는 방문객이라면 무심코 지나칠 만한 요소지만, 오랜 팬들에게는 반가울 만한 장치였다.

출처: 인스타그램 mannaseoulcambridge

골목을 직접 탐색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아마존의 광고 사업부인 아마존 애즈(Amazon Ads)와 협업한 ‘아마존 루트 로커(Amazon Loot Locker)’가 대표적이다. 방문객에게 제공한 한국 과자 봉투 중 일부에는 기호가 적힌 미션 카드가 들어 있었다. 골목 곳곳에서 단서를 찾아 여섯 자리 암호를 완성하면 물품 보관함을 열 수 있었고, 한정판 굿즈와 게임 코드 등 경품이 담겨 있었다. 방문객이 직접 골목을 돌아다니며 숨겨진 단서를 찾도록 만든 것이다.

밤이 되면 시작되는 하이라이트

가장 극적인 장면은 해가 진 뒤 펼쳐졌다. 한국의 일상을 보여주던 골목에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상점 불빛이 일제히 꺼졌다. 곧이어 불꽃이 치솟고, 헬리콥터가 상공을 지나는 듯한 굉음과 함께 연기가 골목을 뒤덮었다. 이는 북한의 전자기펄스(EMP) 공격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시작되는 〈모던 워페어 4〉의 오프닝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팝업에서는 실제 화염과 음향, 특수효과를 동원했으며, 매일 밤 연출이 끝난 뒤에는 다음 날 행사를 위해 골목을 다시 정비했다고 한다.

출처: 인스타그램 toxo.clicks

방문객이 떠난 뒤, 골목에서는 또 다른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Twitch)와 협업해 진행한 ‘CCTV Alley Live’다. 온라인 시청자들은 골목에 설치된 CCTV를 원격으로 조작하며 숨겨진 단서를 찾는 미션에 참여했다. 채팅창에 명령어를 입력하면 다수의 선택에 따라 카메라가 움직이는 방식이었다. 이후 게임 크리에이터들이 실제 현장을 찾아 온라인에서 시작된 미션을 이어갔다. 낮에는 방문객들이 직접 걸어 다니던 골목을 밤에는 온라인 시청자들이 화면을 통해 탐색했다. 런던의 작은 주차장에 만들어진 한국 골목은 그렇게 게임 화면 밖에서도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가 됐다.

출처: 인스타그램 toxo.clicks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팝업 현장 스케치 영상

글 김기수 기자

자료 출처 The Drum, Xbox Wire, The Sporting Tribune, Omnicom Media, Guinness World Records

프로젝트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 발매 기념 팝업
링크
홈페이지
김기수
아름다운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는 음주가무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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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한복판에 등장한 한국 골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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