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망원동에서 시작한 ‘어쩌다 책방’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책방의 열 번째 생일에는 무엇을 해야 마땅할까. 어쩌다 책방은 그동안 공간을 아껴온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로 했다. 함께 먹고 마시는 자리부터 한 권의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오는 순간과 책을 둘러싼 다섯 번의 대화까지. 10월 10일부터 약 한 달간 생일을 기념하는 파티와 프로그램을 펼친다. 책과 작가, 독자가 만나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온 그들만의 방식으로.
우연과 상상으로, 어쩌다 프로젝트
어쩌다 책방을 이야기하려면 먼저 ‘어쩌다 프로젝트’를 짚어야 한다. 어쩌다 프로젝트는 2014년 ‘어쩌다 가게 동교’를 시작으로 주거 공간 ‘어쩌다 집’, 작은 가게들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한 ‘어쩌다 가게’ 등 다양한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해온 팀이다. 지역과 공간이 오래 지속될 방법을 고민하는 동시에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는데, 그중 텍스트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축이 ‘어쩌다 책방’이다.
2016년 ‘어쩌다 가게 망원’ 1층에 문을 연 어쩌다 책방은 ‘한 작가를 위한 책방’을 콘셉트로 운영됐다. 매달 한 명의 작가를 선정해 해당 작가의 책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그를 위한 포스터와 북커버를 만들었다. 작가가 직접 책방지기가 되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날도 마련했다. 한 권의 책을 판매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그 책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에 어떤 만남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온 것이다.
책을 매개로 한 공간 실험은 다른 형태로도 이어졌다. 2019년 혜화에 문을 연 ‘어쩌다 산책’은 서점과 카페, 갤러리를 한데 묶은 복합문화공간이다. 계절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하고, 서점에서는 그 주제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하는 한편 카페의 메뉴와 갤러리의 전시·팝업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했다. 책을 중심에 두되 읽는 경험을 음식과 전시, 공간으로 확장한 또 다른 시도였다.
망원동 책방이 문을 닫은 이듬해인 2023년에는 연남동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새 공간에 내건 문장은 ‘우연과 상상의 장소’. 책을 발견하고 이야기를 상상하며 작가와 조우할 수 있는 여러 서가를 두고, 예상하지 못했던 책과 마주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망원동 시절부터 이어온 ‘이달의 작가’도 여전히 책방의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장소와 형태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일 너머에서 새로운 경험과 만남을 만들어왔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올해로 꼭 10년이 됐다.
모두와 함께하는 10주년 파티
어쩌다 책방의 10주년 행사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물론 좋은 순간만 있었던 건 아니다. 특히 팬데믹 때에는 방문객이 끊긴 책방을 지키며 사람 없이는 서점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절감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10주년은 그간의 성취를 기념하는 자리인 동시에, 오랜 시간 이곳을 찾아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10주년 기념 파티는 10월 10일 오후 2시부터 시작한다. 이날 어쩌다 책방에서는 연남동 베이커리 미드나잇 플레져와 함께 준비한 케이터링이 종일 이어지고, 10주년 굿즈와 사진전을 처음 공개한다. 책방이 10년 동안 남긴 사진 가운데 일부를 골라 그동안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장면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상금 100만 원이 걸린 십자말풀이 대회와 기타리스트 이태훈의 기념 공연도 준비됐다.
이날 처음 세상에 나오는 책도 있다. 어쩌다 책방 운영자 김수진의 첫 책 『우연과 상상의 장소』다. 건축과 예술을 중심으로 책을 만드는 출판사 도미노프레스와 함께 펴낸 책으로, 지난해 ‘무빙룸’이라는 이름으로 연재한 글을 새롭게 묶었다. 김수진이 살아오며 머물렀던 12개의 공간을 돌아보며, 장소가 한 사람의 취향과 태도, 삶의 방식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들여다본다.
제목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2023년 연남동으로 이전한 뒤 어쩌다 책방을 설명해온 문장이기도 하다. 책방에서 독자와 작가가 우연히 만나듯, 김수진 역시 자신이 거쳐온 장소와 그 안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지금의 자신을 돌아본다. 이제니 시인은 추천사에서 이 책을 두고 “우리는 어떻게 머문 장소를 통해 자신을 이해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을 건넨다고 적었다. 10년 동안 장소를 만들고 운영해온 사람이 자신이 머물렀던 공간을 되짚어 한 권의 책으로 내놓는다는 점에서도 이번 출간은 10주년과 맞닿아 있다.
생일 파티가 모두가 한데 모이는 축제라면, 그 이후에는 조금 더 긴 대화가 시작된다. 어쩌다 책방은 10월부터 11월까지 ‘다른 방식으로 읽기 Ways of Reading’를 주제로 10명의 연사가 참여하는 다섯 번의 대담을 마련했다. 존 버거가 『다른 방식으로 보기』를 통해 미술작품을 바라보는 익숙한 방식을 다시 질문했듯, 이번 대담에서는 책을 읽고 쓰고 만들고 판매하는 방식을 다시 들여다본다. 서평가와 서점원, 작가와 기자, 편집자와 소설가, 번역가까지. 서로 다른 자리에서 책을 다루는 사람들이 한 달 동안 각자의 질문을 이어간다. 대담은 어쩌다 책방 인스타그램 프로필 링크를 통해 신청 가능하다.
글 김기수 기자
자료 및 사진 출처 어쩌다 책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