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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28

금단의 유물들이 한곳에 모였다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개방형수장고.
우리의 삶과 맞닿은 유물이 한데 모인 민속박물관은 사람의 손길과 이야기를 간직한 사물로 가득한 장소다. 선비들이 즐겨 사용했던 호롱과 촛대부터 각종 문양이 입혀진 도자기, 오래된 밥솥과 그릇 등 민간 생활과 결부된 다양한 생활용품이 민속 박물관에서 보존되고 있다. 실생활에서 직접 사용된 물건이 대부분인 만큼, 보존을 위해 항온ㆍ항습 등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유물 대부분은 외부와의 노출을 최소화한 수장고에 격납된다. 일반적으로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수장 시설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으며 소장품은 전시나 학술 연구, 특정 프로그램 등을 위해 제한적으로 활용되기에 많은 유물이 비공개 영역에서 보관되고 있는 셈이다.
박물관 전경 ©국립민속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소장품의 관리와 관람객에게 더 좋은 관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2016년 파주관의 ‘개방형수장고 및 정보센터 건립 설계공모’를 열었다. 국가 문화예술 기반 시설로서 과밀한 수장 환경을 벗어나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대중에게 공개할 목적으로 물리적인 시설 개방을 넘어 체험형 문화 공간 건립하는 것이 쟁점이었다. 또한 파주관의 위치상 전면부와 후면부에 녹지가 가득하며, 헤이리 예술마을과 인접한 지역적 특징을 지니고 있는데 주변과의 연계성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었다.

 

최종 당선작은 신한종합건축사사무소의 ‘시간(示間)‘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를 ‘시간(時間)의 켜’로 해석한 설계작이다. 이는 개방형수장고를 상징하며 과거의 유물을 단순 보관하는 것을 넘어 한민족이 살아온 시간과 앞으로 다가올 시간을 잇는다는 의미다. 진입로비에서 개방형수장고를 곧장 볼 수 있도록 시각적인 개방감을 극대화했으며 현대적, 전통적 재료를 조화롭게 사용하기 위해 벽돌과 유리, 금속을 적절히 배치했다. 기둥과 기둥 사이는 시간의 켜를 상징하는 ‘칸’으로 설정했고 전통가옥의 디자인 요소인 창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입면의 주요 요소에 반영했다. 아울러 관람객의 편의성과 관리자의 독립성을 고려한 평면계획으로 공개영역, 개방영역, 비공개영역의 기능적인 연계와 분리를 이루었다. 핵심시설인 ‘개방형수장고’를 중심으로 전면은 관람객을 위한 공공영역 및 전시영역으로, 후면엔 관리영역을 배치해 효율적인 동선을 완성했다.

 

박물관 홀 전면의 타워형 수장고. 1, 2층으로 분리되어 6개의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총 5,581건 6,603점의 도토기ㆍ석재류 소장품이 격납되어 있다. (관객의 출입이 가능한 열린 수장고) ©국립민속박물관
전면부는 자외선이나 온습도 등 외부 환경에 노출이 빈번한 곳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햇볕과 온습도의 영향을 덜 받는 도토기와 석재류 재질의 소장품을 보관한다. ©국립민속박물관

 

그런 의미에서 파주 헤이리에 자리 잡은 ‘국립민속박물관 파주관(이하 파주관)’의 풍경은 파격적이다. 내부의 넓은 홀에 들어서면 진경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거대한 타워 형태의 수장고가 묵직한 존재감을 발하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타워 수장고의 유리 큐브마다 질서정연하게 진열된 유물은 백화점 로비를 상기시킨다. 컴컴한 수장고 한편에 보관되었던 유물을 탁 트인 공간에서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구조물. 국립민속박물관이 보다 많은 소장품을 대중과 공유하고,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겠다는 취지로 마련한 ‘개방형수장고’다.

 

보이는 수장고인 8 수장고. 복도 벽면의 유리창을 통해 수장고 내부를 볼 수 있는 곳이다. 1층과 2층에 총 3개의 보이는 수장고가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이전까지 개방형수장고의 선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2013년 개관한 국립나주박물관, 2018년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 이어 2019년 국립경주박물관이 개방형수장고를 선보여 관객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2021년 7월 23일 정식 개관한 파주관 역시 박물관의 문턱을 낮추고, 관객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서기 위해 개방형수장고를 택했다. 건물 자체를 수장고 개념으로 설계해 공개한 소장품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

 

파주관은 국내 최대의 종합민속자료센터이자, 경기북부지역에 처음으로 만들어진 국립박물관이다. 경복궁 2차 복원정비 사업에 따라 국립민속박물관 본관 건물이 2031년 철거가 예정돼 수장고 이전을 먼저 추진하여 분관을 설립한 것이다. ‘개방형수장고 및 정보센터 건립’이라는 목표 아래 2018년 건립공사를 시작해 2020년 7월 건물을 준공, 그해 9월부터 서울 삼청동 국립민속박물관 수장고에서 민속 유물 8만 6천여 점을 비롯한 아카이브 기록물 90만여 점을 옮겨와 1년여의 준비 기간과 시범 운영을 거쳐 대중에게 공개됐다.

 

 

개방형 수장고

 

열린 수장고 ©국립민속박물관

 

유물은 외부 환경에 민감한 정도에 따라 수장고 내부를 자유롭게 체험할 수 있는 7개의 ‘열린 수장고’와 유리창으로 외부에서 관람할 수 있는 3개의 ‘보이는 수장고’에 보관된다. (이외에는 비개방 영역의 수장고에 보관된다.) ‘열린수장고’는 상시 개방하여 관람객이 내부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른바 수장과 전시의 개념이 결합한 전시형 수장고. 파주관 내에 모두 7개의 열린 수장고가 조성되어 있다.

열린 수장고16. 소반, 떡살, 반닫이 등 대표적인 목재 소장품을 보관하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열린 수장고인 16수장고에 있는 유물카드. 유물에 관한 정보를 기록하는 종이다. 전산 시스템으로 바뀌기 전까지 실제로 사용했던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객이 직접 작성해 가져갈 수 있는 카드도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보이는 수장고’는 외부에서 유리창을 통해 상시 관람이 가능한 곳으로, 총 3개의 수장고가 조성되어 있다. 더 많은 소장품을 격납할 수 있도록 수장률을 고려하여 이층형의 키높이 이동식 격납장(Double decker)으로 설계했다. 박물관 측은 제한된 인원의 예약제 교육 프로그램과 연계하여, 수장고 내부까지 직접 들어가 둘러볼 수 있도록 수장고 개방의 범위를 점차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7수장고’는 기증이나 구매를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여러 유물에 각각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크기와 재질, 특징, 손상 정도를 기록하고 실측하는 곳으로, 연구원들이 실제로 작업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보이는 수장고 ©국립민속박물관

 

 

영상실

 

영상실 ©국립민속박물관

 

관람객이 다양한 소장품 정보를 능동적으로 체험하고 경험해 볼 수 있는 미디어 공간이다. 108,743점에 이르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장품 정보가 순차적으로 뿌려져 정보검색과 미디어 체험을 함께 할 수 있다. 다른 박물관의 유사한 콘텐츠가 30선, 100선 등의 선별된 유물을 보여준다면, 파주관의 미디어 월은 국립민속박물관 등록 소장품 정보 전체를 볼 수 있다. 많은 정보를 대중과 공유하고자 하는 개방형 수장고의 개념과 목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영상실 ©국립민속박물관

 

‘인터랙티브 미디어월×미디어 아트 영상‘은 소장품의 이미지의 아이콘을 이용하여 누구나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총 여섯 대의 4K 디스플레이(전체 약 6.5m×2m)로 구성된 멀티비전과 터치 시스템, 프로젝션 매핑 기법을 더한 미디어 아트 영상을 배치하여 몰입감 있는 공간을 연출했다.

 

여섯 명의 관람객이 동시에 원하는 소장품 이미지를 선택하고 연관 데이터를 쉽게 검색해볼 수 있으며, QR코드 링크를 통해 원하는 검색 정보를 개인 휴대전화에 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좋아요’ 버튼을 눌러 누적된 숫자를 통해 소장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선호도를 확인할 수도 있다.

 

 

 

민속아카이브

 

민속아카이브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아카이브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수집해온 사진, 음원, 영상, 사적 기록물 등 모든 민속 문화 관련 자료를 검색, 이용할 수 있는 곳이다.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상설전시“민속아카이브가 보여주는 우리의 삶과 추억”에는‘떠나보낸 시간 잊혀져간 기억-김학수 기증’, ‘북간도에 세운 이상향 명동-김재홍 기증’등 기증자료의 요약전시와 민속아카이브의 역사 및 업무 활동영역, 등록방식 등이 영상으로 소개된다. 아카이브 등록 및 영상과 민속조사에 사용하는 촬영 도구도 전시되어있다.

 

민속아카이브 ©국립민속박물관

 

아카이브 열람실은 규정 준수가 필요한 특수 자료들의 원본을 열람할 수 있는 전문가용 열람실이다. 사전 신청을 통해 이용가능하다.  아카이브자료 전문 수장고(13수장고~15수장고)에는 민속아카이브의 원본자료가 격납·관리되고 있다. 각 수장고는 보관 자료의 재질 특성에 따른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13수장고에는 종이기록물과 전자기록물 등이 보관되어 있다. 14수장고에는 자기테이프류 등이 보존관리 되고 있다. 15수장고에는 흑백·컬러필름 및 사진인화지 등 저온 상태를 필요로하는 자료들이 보관되어 있다.

 

 

어린이 체험실

 

어린이체험실(특별한 집, 수장고) ©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박물관의 수장고와 보존환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체험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특별한 집, 수장고는 재질별로 분류해 유물을 보관하는 박물관 수장고를 주제로 꾸며진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체험 공간이다. 금속·목재·섬유·종이·도자 등 재질의 특성을 체험하고 그에 따른 보관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파주관의 타워 수장고와 중층 보관장 등의 특성을 접목한 중층 구성으로, 미끄럼틀, 인터랙티브 미디어, 모바일 앱 등 디지털 콘텐츠와 공간 체험 요소가 어우러져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열린 보존과학실

 

열린보존과학실 ©국립민속박물관

 

손상된 유물의 보존처리와 보존환경 관리를 하는 보존과학실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빛과 보존처리 구역에서는 유물 분석의 기본이 되는 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X-ray등의 빛이 유물의 보존처리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알수 있도록 전시되어있다. 생물과 보존처리 구역에서는 생물 방제 설비인 저산소 살충 챔버의 작동 원리를 알 수 있도록 체험방식으로 꾸며져 있으며, 보존처리 과정에서 잡은 해충 표본도 전시되어 있다. 온습도와 보존처리 구역에서는 온습도 변화에 따른 재질별 유물의 상태와 보존처리 전후 상태 비교를 통해 온습도가 유물에 미치는 영향을 체험할 수 있다.

 

 

Project Info

주관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건축 설계 신한종합건축사사무소
시공사 대혁건설
미디어아트 스튜디오 재믹스

 

 

김세음

자료 협조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장소
국립민속박물관 파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로 30)
링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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